“결혼식은 하루이지만, 결혼생활은 평생!”
이의용의 감사행전 (76)
결혼예식 주례를 자주 하다 보면 다양한 사정을 접하게 된다. 부모의 반대를 이겨내고 결혼을 하는 예비부부가 있다. 이런 경우 양가 부모의 표정이 좀 무겁다. 부모님이 계시지 않아 다른 친족이 부모 자리에 대신 앉기도 한다. 부모 중 한 사람이 자식의 결혼 장면을 보지 못하고 병상에 누워 있는 딱한 경우도 있다.
더 딱한 경우는 부모 중 한 분이 결혼식을 불과 며칠 남겨두고 세상을 떠난 경우다. 얼마나 애석한 일인가. 그런 경우 당사자는 결혼식 내내 눈물을 감추느라 애를 쓴다. 하객들도 그 사연을 아니, 식장 분위기가 여간 어두운 게 아니다. 내 경우도 결혼을 1년, 2년 앞두고 두 분이 세상을 떠나셨기에 그 마음을 잘 안다.
부모의 이별로 신부 어머니가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도 봤다. 결혼의 실패가 초래하는 아픔이 얼마나 크고 긴 지 실감하게 된다. 그래서 결혼 전 갈등 예상문제를 풀게 하다가 끝내 합의가 되지 않으면 헤어지라고 권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움을 잘 극복해나가는 가정들도 있다. 어머니가 재혼하여 새아버지와 살아온 신부가 있다. 그 제자가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 아름다운 사연을 전해주었다. 신부는 ‘박’ 씨였는데 아버지는 ‘이’ 씨였다. 아버지는 청첩장의 신부 아버지 성을 ‘이’ 씨가 아닌 ‘박’ 씨로 바꾸어 인쇄하도록 했다. 그리고 딸의 입장을 생각해서 그렇게 인쇄를 했으니 양해해달라는 편지와 함께 청첩장을 보냈다고 한다. 신부는 아버지의 배려에 깊이 감사했다.
나는 주례를 하면서 하객(증인)들 앞에서 자기 목소리로 사랑을 고백하게 한다. 그 문안을 액자에 넣어 서로 교환을 하게 한다. 아울러 결혼 생활 중 어떤 것을 실천할 것인지 상대방에게 10가지 약속을 말하게 한다. 그 10가지 약속을 신랑과 신부가 읽을 때마다 하객들이 배꼽을 잡는다. “그걸 제대로 지킬 수 있겠어?” 라는 표정으로. 어쨌든 하객들 앞에서 선언을 해놨으니 늘 부담을 갖고 노력할 수밖에.
영업직 사원인 어느 신랑. 그는 밤 늦게까지 고객들을 접대하곤 했다. 그래서 결혼식을 앞두고 신부가 일찍 퇴근하겠다는 약속을 해달라고 졸랐다. 결국 주례의 중재로 늦어도 밤 10시 전까지는 퇴근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결혼식에서 ‘밤 10시 전까지 퇴근하겠다’고 신랑이 외치자, 신랑 회사에서 온 동료 하객들이 “그걸 제대로 지킬 수 있겠어?”라며 큰 소리로 웃어댔다.
결혼 후 신부가 전화로 연락을 해왔다. 신랑이 퇴근 약속을 잘 지킨다며 고맙다고. 어느날 동료들과 고객들을 접대하던 중 밤 10시가 가까워오자, 결혼식 때 밤 10시까지 귀가하겠다고 한 약속이 화제가 됐다고 한다. 그러면서 10시 전까지 귀가를 하라며 동료와 고객들이 일찍 보내주게 됐다는 것이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그 소식을 듣고 기도했다. 그들도 10시 전에 집으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기성세대가 ‘행복한 결혼생활’을
삶으로 보여줘야
요즘 젊은 세대는 ‘워라벨(Work and Life Balance)’을 중시한다. 일과 생활에 균형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당연하다. 선진국에 여행을 가보면 저녁에는 도시가 어두워진다. 상점도, 주점도 다 문을 닫고 다 퇴근을 한다. 퇴근 후 누군가를 접대하는 문화는 속히 사라져야 한다.
결혼식 전에 신랑 신부에게 물어보는 게 있다. “남을 돕는(Giver) 가정을 이루고 싶냐, 아니면 남의 도움을 받는(Taker) 가정을 이루고 싶냐?”는. 다들 남을 돕는 가정을 이루고 싶다고 답한다. 그러면 결혼하자마자 자선단체에 정기적으로 기부를 시작하라고 권한다. 소액이라도. 자녀가 태어나면 그 아이의 이름으로도. 또 “결혼 비용은 최소화해라”, “결혼 비용은 가급적 당사자들이 스스로 마련하라!”, “살아가다가 두 사람 사이에 풀기 어려운 갈등거리가 생기면 반드시 주례자를 찾아와라!”고도.
“전쟁 나가기 전에 한번 기도하라! 바다에 나가기 전에 두 번 기도하라! 결혼하기 전에 세 번 기도하라!”는 러시아 속담이 있듯이, 결혼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다. 결혼식은 하루이지만, 결혼생활은 평생이기 때문이다.
결혼을 기피하는 풍조가 늘어나고 있다. 그럴수록 젊은 세대가 결혼을 통해 더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이뤄나가도록 옆에서 돕고 축복해줘야 한다. 무엇보다 기성세대가 ‘행복한 결혼생활’을 삶으로 보여줘야 한다. 자녀를 낳아 기르는 게 부담이 아니라 얼마나 큰 기쁨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