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같은 사랑

이찬용 목사의 행복한 목회이야기 (289)

2024-04-03     이찬용 목사(부천성만교회 담임)

“다음 주 목요일은 절대 약속 잡지 마세요~”
“왜요?”
“지혜가 구역예배 드리고 부활절 계란 포장해야 한대요. 로아 데리고 온다고 아이 좀 봐달래요. 구역예배 드리고 점심식사 하고 계란 포장까지 하면 오후 3~4시는 될 거예요. 저 혼자 로아를 그 시간까지 도저히 못 보니까, 목사님이 시간을 내주셔야 해요~”

얼마 전부터 몇 번이고 제게 다짐시킨 내용이라 제 스케쥴에 넣어 두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날이 왔구요. 치마까지 입고 온 14개월 된 손녀는 머리에 핀을 두 개나 꼽고 “저 여자아이예요~”하며 제 사무실을 힘차게 밀고 들어왔습니다.

슬며시 미소 짓는 웃음에 할매 할배는 어쩔 줄 몰라 하구요. 뭐라 뭐라 하는 소리에도 그게 흡사 어떤 단어를 말한 것처럼 우기고 싶어합니다. 

“어어엉~~” 해도 “뭐라고~~ 엄마라고? 엄마라고 그랬어요~” 하고 우기게 된다니까요. 밥도 싸 오고, 과일도 싸 오고, 물까지 싸 왔더라구요. 제 사무실 과일도 있고, 물도 있는데 자기 딸에게는 그런 거 먹이면 안 된답니다. 농약 안 친 유기농을 먹여야 한다나요!
“그럼 아빤 이거 농약 친 건데 괜찮니?? 니 딸은 안 되고?” 하고 묻고 싶었지만 자기 자식 위한다는데 뭐 어쩌겠습니까.

할매, 할배가 되어 보니~ 이게 참~! 묘합니다. 그저 뭐든지 다 이뻐 보인다니까요.
로아가 제 사무실 바닥에 잔뜩 기다렸다는 듯 오줌을 싸 놨구요, 그게 하나도 더럽지 않아 보입니다. 로아가 발로 자기가 싼 오줌에 물장구를 쳐대도 그냥 “그래~ 그래~~” 하게 되더라니까요.

밥도 잘 먹고, 컴퓨터에 영아부 찬양을 틀어주니 온몸을 흔들어 대며 좋아합니다. 
찬양만 나오면 온몸을 흔들어 대며 즐겁게 몸짓을 하구요. 점심 먹을 틈을 주지 않아도 그저 좋기만 합니다.

그런데요~~ 이게 한 세 시간쯤 지나니까 슬슬 힘들어지기 시작하는데, 우리 로아는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하는 표정입니다.

점차 저는 지치고 있음에도, 아내는 어디서 그런 에너지가 나오는지 신나게 놀아주고 있습니다. 손자 손녀는 올 때 반갑고 기쁘고, 갈 때 더 기쁘고 고맙다! 하는 말들이 이런 거구나 싶습니다. 

이제 우리 로아가 갈 시간이 됐는데요, 힘들고 고맙고 즐거운 시간이었는데 막상 간다고 하니 마음 한쪽엔 아쉬운 마음도 있네요.

힘들다가도 로아가 슬며시 미소 지어 주면 그 힘듦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이런 행복한 전쟁 같은 사랑이 끝나가는 하루입니다.

부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