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 기합과 함께 ‘죄와 사망’ 송판 격파합니다”
태권도로 선교하는 CCC TIA 사영리 바탕으로 영접기도까지 이끌어내는 ‘태권도 드라마’ 제작 지속적인 제자화·양육 위한 ‘Level 1, 2’ 과정 개설해 20기 운영 높아진 한국 브랜드 파워, “지금 태권도로 선교하지 않으면 혼날 것”
우렁찬 기합 소리와 함께 송판이 깨져 나간다. 두 동강이 난 송판에는 미움, 거짓말, 탐욕과 같은 죄명들이 나열돼 있다. 사망과 지옥, 불신도 엿보인다. 하나같이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것들이다. 하지만 태권도복을 차려입은 CCC TIA 단원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외치며 격파해나가자 죄와 사망은 무기력하게 박살이 난다.
그 어느 때보다 ‘한류’가 각광 받는 시대다. 빌보드 차트에 한국 가수들의 이름이 걸리고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한국 작품들이 대상을 거머쥔다.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전통 무술 태권도 역시 세계 각지에서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2023년 기준 세계태권도연맹에 가입된 회원국은 213개국에 달한다.
한국대학생선교회(CCC)에 속한 태권도 선교단 TIA(Taekwondo In Action, 대표:심창수 간사)는 이런 태권도를 활용해 전 세계 곳곳에 복음을 전한다. 1994년 창립돼 올해로 역사가 벌써 30년에 이른다. 지난달 22일 사역자 훈련을 위한 ‘Level 2’ 과정이 진행되던 천안 백석대학교에서 심창수 간사를 만나 TIA가 품은 태권도 선교의 꿈을 엿봤다.
공연에서 끝나지 않도록
처음엔 불순한(?) 의도로 시작됐다. 심창수 간사가 CCC에 들어간 본심은 오로지 한 여인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지금의 아내이자 동역자인 박은주 간사가 그 주인공이다. 같은 태권도인이었지만 박은주 간사의 전공은 겨루기, 심창수 간사의 전공은 시범이었다. 단기선교에 나가게 되면 주로 시범을 선보였기에 시범 전공인 심 간사가 옆에서 도우며 호감을 쌓았다.
7년 동안 협동간사로 사역을 함께 하다 보니 사랑과 함께 태권도 선교를 향한 마음도 커져갔다. 흑심을 품고 시작했던 일은 어느새 평생의 사명이 됐다. 결혼에 골인한 부부는 두 딸의 이름도 ‘태선’, ‘태영’으로 지었다. ‘태권도로 선교하라’, 그리고 ‘태권도로 하나님께 영광 돌리라’는 의미다.
태권도 선교를 생각하면 주로 단기선교에서 시범과 격파를 선보이는 장면을 떠올린다. 일명 부채춤과 단짝으로 엮여 한국을 알리는 콘텐츠로 이목을 끄는 준비 도구 정도로 여기는 것이 대부분이다. 국가대표로 88 서울올림픽에까지 출전한 심창수 간사 역시 태권도와 선교를 바라보는 관점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CCC를 만나며 고정관념이 산산이 깨졌다.
“일회성 공연으로는 잠깐 이목을 끄는 데서 그치고 말아요. 하지만 CCC와 함께 사역하면서 제자화와 재생산에 눈을 뜨게 됐습니다. 그저 관심을 끌기 위한 도구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태권도라는 하나님의 선물을 이용해 복음을 전하고 제자를 낳고 하나님 나라를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거죠.”
얼핏 보기에는 여느 태권도 공연과 비슷해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 담긴 의미는 전혀 다르다. 심창수 간사와 박은주 간사가 밤낮으로 고민하며 직접 시나리오를 쓴 ‘태권도 드라마’는 사영리를 배경으로 제작돼 영접기도까지 이끌어 낸다. 화려한 동작에 집중해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끝끝내 인간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야기, 복음으로 향한다. 죄와 사망, 질병과 우울, 내 힘으로 도무지 해결할 수 없다 여겼던 문제들이 승리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격파’되는 모습에 박수가 절로 쏟아진다.
“일본에 가서 전도 집회를 했을 때의 일입니다. 무사히 공연을 마치고 식당으로 향하는데 아주머니 한 분이 울면서 따라오시더라고요. 눈물을 흘리시며 일본어로 이야기를 쏟아내셨어요. 통역을 통해 듣고 보니 원래 왼쪽 얼굴이 마비돼 10년 동안 장애를 갖고 계신 분이셨죠. 그런데 공연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기합으로 외치며 질병과 죄가 적힌 송판을 격파하는 순간 얼굴이 뜨거워지기 시작하더니 10년 동안 굳어있던 마비가 풀리는 치유를 받았다고 하시더군요. 너무도 감사하고 감격스러운 순간이었습니다.”
전 세계 선교사 파송까지
복음을 담은 태권도 드라마의 감동은 그 자리에서 끝나지 않는다. ‘Level 1’과 ‘Level 2’라고 명명된 제자화 프로그램이 TIA의 진수다. TIA는 태권도 드라마를 비롯해 태권도를 활용한 선교 전략을 총망라해 ‘Level 1’ 프로그램에 담았다. 12주간 훈련을 마치고 나면 누구나, 어느 곳에서나 태권도 선교를 펼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전문가 교육을 받는 과정이 바로 ‘Level 2’다.
Level 2는 한국에서만 진행되지만 Level 1은 전 세계 각지에서 자체적으로 실시된다. 세계 각국의 태권도 사역자들이 한국에 와서 Level 2 프로그램을 수료하고 현지에 돌아가 Level 1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시스템이다. 현재 전 세계 40개국에서 Level 1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이 전화위복이 되어 줌(Zoom)을 활용한 온라인 과정도 개설됐다.
“어떻게 하면 복음이 빠르게 퍼질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그러다 CCC를 만나 영적 승법번식과 제자화의 원리를 알게 됐죠. Level 1, 2는 태권도를 이용해 꾸준히 복음을 전하고 현지 곳곳에서 제자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고안된 프로그램입니다. 올해로 20기를 진행하고 있는데 16기 당시 처음으로 외국인들이 참여한 이래 꾸준히 전 세계에서 교육을 받으며 확대되고 있습니다.”
장기 선교사 파송도 이뤄진다. 이미 40개국에 150명의 태권도 선교사를 파송했고 지난달 진행된 Level 2를 마치고 난 이후 7가정이 추가로 장기 선교사로 나가게 된다. 이와 더불어 한국교회를 돌며 태권도 드라마를 통해 전도집회를 개최하는 사역도 지속적으로 해나가고 있다.
“이번 Level 2 과정에는 전 세계로 뻗어나간 한인 양궁 국가대표 감독들도 참여했습니다. 스포츠를 통해 선교하고 제자화를 이뤄간다는 점에서 Level 1, 2 프로그램은 충분히 다른 종목에도 적용될 수 있으니까요. 사실 저도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인데 하나님께서 먼저 길을 열어 주셨습니다. 단순히 시범 공연에서 끝났던 태권도를 영접기도까지 이어지는 드라마, 제자화 프로그램, 장기 선교사 파송까지 인도해주셨듯 하나님께서는 새롭게 패러다임을 바꿔가고 계십니다.”
지금이 선교할 때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문장은 유명하다. 선교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심창수 간사는 태권도를 가리켜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이라고 표현한다.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폭발적으로 태권도의 세계화가 이뤄졌다. 그토록 자존심이 강한 중국조차도 우슈 도장이 태권도 도장으로 바뀐다는 소식이 들려올 정도다. 게다가 요즘은 단군 이래 ‘한국’이라는 나라의 브랜드 위상이 가장 높은 시기다.
“당연한 얘기지만 우리는 환경적으로 태권도를 가장 친밀하게 접할 수 있는 민족이죠. 축구 하면 브라질이듯, 태권도 하면 한국 아니겠습니까. 지금은 태권도가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기이고요. 그런데 이런 전성기가 언제까지고 지속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모든 유행에 흥망성쇠가 있듯 언젠간 한류도 시들해질 날이 오겠죠. 그렇기에 지금 태권도를 활용해 선교하지 않는다면 하나님께 혼이 나지 않을까요?”
40개국에 파송된 선교사들을 통해서 꾸준한 재생산이 TIA와 심창수 간사에게는 가장 큰 기쁨이다. 30주년을 맞아 새로운 30년의 도약을 준비하는 TIA는 ‘PM 500’을 비전으로 내걸고 50개 나라에 500명의 전문인 선교사, 5,000명의 다음세대를 세우는 것을 목표로 기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신학대학에 전문적인 스포츠 선교 커리큘럼이 개설됐으면 하는 것이 심 간사의 간절한 소망이다.
“태권도 드라마 공연을 보신 일본인 목사님이 울면서 찾아오신 적이 있습니다. 일본의 가라테(공수도)는 불교가 바탕이 되어 불교 의식이 포함되어 있는데 태권도가 하나님을 찬양하는 도구로 사용되는 것을 보니 놀랍고 감동적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태권도도 그 자체로는 기독교적인 요소가 없습니다. 근본은 때리고 공격하는 종목이죠. 그런데 선교의 도구로 쓰임 받고 있다는 것이 참 귀한 일입니다. 우리 크리스천 모두 자신이 가진 달란트가 선교의 도구가 될 수 있음을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믿는 자들을 통해서 역사를 이뤄가실 하나님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