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도 ‘영적 영역’은 대체 불가 … 적극 활용하되 주의 기울여야

신년기획//AI가 묻고 한국교회가 답하다 (3) 교회의 AI 사용설명서

2024-01-17     한현구 기자

AI를 신으로 섬기겠다는 종교마저 등장했다. 지난해 말 구글 엔지니어 출신 앤서니 레반도프스키는 AI를 통해 신의 섭리를 따르려는 종교 단체 ‘미래의 길’(Way of the Future)을 부활시키겠다고 밝혔다. 2015년 처음 만들어진 이 종교 단체는 사회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문을 닫았지만 최근 다시 부활 조짐을 보인 것이다.

이들의 논리는 간단하다. “인간보다 10억배나 똑똑한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을 뭐라 부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그들의 대답은 ‘신’이다. 앤서니 레반도프스키는 “앞으로 만들어질 것은 사실상 신이 될 것”이라 말한다. 이제 지구상에서 가장 고등한 존재의 자리를 AI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것이 ‘미래의 길’의 주장이다.

우스갯소리로 넘길 수 있는 황당무계한 주장처럼 들리지만 그저 웃어넘길 수만은 없다. AI가 신의 자리는 아닐지라도 성직자의 자리를 차지하는 날은 가시권에 두고 있어서다. 과연 AI 목사님이 강대상에 자리해 설교를 전하는 날이 오게 될까.

초원에서

AI 성직자 가능할까

인공지능은 사람들의 직업을 대체하고 있다.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무섭게마저 느껴질 정도다. AI는 이미 경리 업무, 홍보 업무를 대체해 가고 있고 조만간 AI 판사마저 등장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인간적인 감정이 섞여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인간 판사에 비해 더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거란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거룩한 직업, 성직자의 자리까지도 AI가 넘볼 수 있지 않을까.

‘AI가 성직자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전문가들의 대답은 의외로 “NO”였다. 영성을 건드리고 내면 깊숙한 곳을 다루는 성직자의 역할까지 인공지능이 담당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디플러스 정원혁 대표는 “물론 AI가 설교라는 직무를 대신 수행할 수는 있다. 하지만 AI 목회자가 있는 곳에 가서 예배를 드리는 상상을 해보면 쉽게 답이 나온다. 내용은 알차게 담아낼지 몰라도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다. 화면만 쳐다보느니 차라리 집에서 예배를 드리겠다는 사람이 많을 거라고 본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사회성에 대한 필요, 그리고 영적 영역을 대체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역설적으로 AI의 등장이 성직자를 더 ‘성직자답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교역자들이 목회 이외에도 어쩔 수 없이 감당했어야 하는 역할, 이를테면 교구 관리 행정이나 교회 재정 관리, 주보 디자인과 같은 업무에 투자할 시간을 줄여줌으로써 성직자 본연의 임무에 더 집중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

초원 김민준 대표는 “지방에 있는 작은 교회 목사님들은 매일 새벽 예배, 수요 예배, 금요 철야, 주일 예배까지 일주일 내내 설교를 준비하는 설교 기계가 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전도하고 기존 성도를 만나 교제하고 양육하는 목회에 전념할 시간이 없다. 그래서 초원에서 목사님들을 대상으로 AI를 기반으로 설교 작성을 도울 수 있는 보조도구를 만들어 필요로 하는 목사님들이 요청하면 제공해드렸다. 그런데 그것 덕분에 설교를 작성하는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었다며 감사 인사를 전해주시는 목사님들이 많다. AI가 목회자 직무의 영적 영역을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다만 목사님들의 업무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키는 것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설교문 작성부터 신앙상담까지

결국 관건은 AI를 어떻게,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달렸다. AI의 놀라운 능력만큼이나 목회 현장에 활용할 수 있는 분야도 무궁무진하다. 먼저는 초원이 제공했던 사례와 같이 설교 준비와 설교문 작성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설교 주제로 삼고 싶은 본문을 선정하고 연구를 위한 자료를 챗GPT에 요청하면 도움이 될 만한 소스를 제공해 준다. 전문적인 해석이 필요한 신학적 개념에 대해서도 일일이 주석서를 뒤져보지 않아도 된다. 설교 주제와 관련한 예화나 실제 사례를 찾아보는 것에도 유용하다. 설교 개요 및 초안 작성, 외국어 자료 번역이나 요약, 문장 교정과 표현 수정에까지 다방면에 활용할 수 있다.

비슷한 맥락으로 성경 공부와 교리 교육에도 사용 가능하다. 공부를 하다 궁금증이 생긴 성경 배경 지식을 알려달라거나 해설을 물어볼 수 있다. 토론과 묵상을 위한 질문을 작성해달라고 요청해도 된다.

특히 교회 행정에 있어 목회자들의 업무를 상당 부분 대신해줄 수 있다는 평가다. 간단하게는 주보, 소식지를 작성하고 웹사이트와 소셜 미디어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부터 교인들의 교적부 만들기, 예산 관리하기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 실질적 목회에 있어서도 교인들의 출석 데이터를 분석해 알맞은 목회 방향을 모색할 수도 있고, 데이터 분석을 통해 지역사회의 필요를 파악하고 효과적인 전도 및 사역 전략을 수립하는 데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크리스천 데일리 애플리케이션 ‘초원’은 다 방면에 AI를 활용한다. 먼저는 신앙 상담이다. 차마 목회자에게 물어보지 못했던 개인적인 고민이나 궁금증을 초원에 물어보면 건강한 신앙관을 바탕으로 답변해주고 답변에 어울리는 성경 본문과 기도문까지 제시해준다. 대충 무슨 이야기인지는 알겠는데 정확한 성경 본문이 생각나지 않을 때도 초원을 찾으면 된다. 초원에서 제공하는 검색창에 ‘노아의 방주’라고만 검색해도 관련 키워드가 들어간 성경 본문을 나열해주고 해설까지 제공한다.

초원은 신앙을 드러내기 힘든 이슬람 국가나 공산권 선교지에서도 활용된다. 앱 아이콘이 십자가나 성경 모양이 아닌 양 캐릭터로 그려져 있는 덕택이다. 김민준 대표는 “영어 버전을 출시한 뒤로 파키스탄에서 사역하시는 선교사님께 연락을 받았다. 엄격한 이슬람 국가라 목사님을 만나기도 힘들고 신앙 고민을 상담하기도 힘든데 이때 초원을 이용해 해결한다고 감사 인사를 전해주셨다”고 소개했다.

최근에는 신년을 맞아 ‘송구영신 말씀 편지 받기’ 콘텐츠도 선보였다. 송구영신 예배에서 이뤄지는 ‘말씀 뽑기’가 일견 운세를 점치는 무속신앙처럼 비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초원은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는 키워드 3가지, 그리고 새해에 이루고 싶은 소망을 담은 키워드 3가지를 선택하면 그에 알맞은 성경 본문과 기도문, 추천 도서까지 제시해준다.

 

과의존하지 말고 출처는 투명하게

적극적으로 활용하되 교회에서 쓰기 위해서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 기사에 언급한 ‘환각’과 같은 정보 오류의 문제, 윤리적 문제로 인해 목회 사역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 이에 미래목회와말씀연구원(이사장:김지철)과 아신대학교 교수진은 지난해 11월 ‘교회를 위한 생성형 AI 기술 활용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은 생성형 AI 기술 활용에 있어 지켜야 할 기본 원칙 4가지를 제시한다. 첫째는 ‘책임성’이다. 교회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하겠다면 그에 따른 결과에 책임감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성경과 신학 중심’이다. AI를 사용하며 성경의 기준과 신앙의 규범 아래 검증하고 보완해야 함을 의미한다. 셋째 ‘투명성’에서는 AI를 사용했음을 출처에서 명확히 밝힐 것, 넷째 ‘공공성’에서는 AI 사용을 통해 공교회와 사회 공공의 이익을 추구할 것을 제안했다.

또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목회자들을 향해서는 △AI보다 하나님을 더 의지할 것 △정확성과 신뢰성을 검토하고 특히 신앙, 교리, 성서 해석 관련 정보는 철저히 검증할 것 △설교나 교육에 AI가 제공한 정보를 활용할 경우 출처를 명확히 밝힐 것 △목회 상담을 통해 알게 된 정보를 생성형 AI에 공개하지 않을 것 △AI 활용의 사회적 경향을 주의 깊게 관찰하며 공부할 것 등을 당부했다.

평신도들에게는 △성경 공부에 AI를 활용할 수 있지만 무조건적으로 신뢰하지 않을 것 △AI가 제시한 정보가 성경과 교리에 대한 교회의 해석과 다른 경우 리더십과 논의할 것 △AI를 상담의 보조 자료로 활용할 수 있지만 영적 고민과 정서적 문제에 있어 한계가 있음을 인식할 것 △AI와의 대화가 성도의 교제, 공동체 경험을 대체할 수 없음을 인식할 것 등 AI 활용에 있어 주의를 요청했다.

장재호 교수는 “가장 필요한 것은 검색된 자료에 대한 출처를 분명하게 확인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출처를 확인하며 추가 검증을 하면 성경을 왜곡하거나 이단에 노출될 우려를 막을 수 있다”면서 “무엇보다 AI를 메인 소스로 이용하려 하면 안 된다. 챗GPT는 기존에 해석된 자료를 짜깁기에서 보여줄 뿐이다. 설교를 더 풍성하게 하려는 참고자료 정도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