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으로 여름성경학교 열고 페이스북으로 무슬림 전도를”
지난 1~2일 서울비전교회서 ITMC 2023 개최 기술 활용한 다양한 교회사역·선교 전략 소개
기술은 일상의 풍경을 바꾼다. 출근길 지하철 속 시민들은 신문 대신 스마트폰을 보느라 고개를 숙인다. 교통카드부터 결제까지 스마트폰 하나면 안 되는 것이 없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Chat GPT에게 묻고 유튜브 영상으로 정보를 찾는다. TV를 켜고 냉난방 온도를 조절하는 것도 쇼파에 누워 AI에게 맡기기만 하면 된다.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기술의 파도는 교회의 풍경도 바꿔놓고 있다. 영상회의 프로그램으로 셀모임을 갖고 블록체인 시스템을 활용해 헌금을 하기도 한다. 지난 1~2일 서울비전교회에서 열린 ‘IT미션 컨퍼런스 2023’에서는 기술이 오늘날 신앙생활에 미친 영향, 그리고 목회와 사역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소개했다.
기술이 변화시킨 교회 사역
교회에서 IT 기술이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계기는 코로나 팬데믹 사태를 거치면서부터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현장에서 모이기 힘들게 되면서 기술이 그 빈자리를 메웠다. 갈보리침례교회는 온라인을 적극 활용해 팬데믹 위기를 돌파한 선두주자다.
교회의 풀뿌리인 목장 모임은 즉각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을 활용한 온라인 목장으로 전환했다. 온라인 화상회의가 어렵고 낯설 기성세대들을 위해 어떻게 줌을 설치하고 모임에 참여할 수 있는지 친절히 안내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성도들은 현장에서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온라인에서 달랬고 끈끈한 교제를 지속할 수 있었다.
주일학교 역시 열리지 못하자 부모가 교사가 됐다. 갈보리교회는 온라인을 통해 부모를 주일학교 교사로 훈련시키고 가정에서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성경공부 교보재를 배포했다. 성경학교 역시 온라인으로 열었다. 부모강습회 영상을 제작하고 부모가 교사로 변신해 각 가정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기술은 성경을 읽는 법도 변화시켰다. 이미 종이 성경책이 아닌 스마트폰 앱으로 성경본문을 찾아보는 모습을 교회 안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거기서 나아가 ‘보이셀라’는 세계 최초로 AI 오디오 바이블을 만들어냈다.
주목할 만한 점은 AI 기술을 이용해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유명 목회자들의 음성으로 성경을 들을 수 있게 했다는 점이다. 이재훈(온누리교회) 유기성(선한목자교회 원로) 이동원(지구촌교회 원로) 조정민(베이직교회) 이영훈(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의 목소리를 통해 성경말씀을 만날 수 있다. 심지어는 AI 기술을 통해 고 하용조 목사의 목소리까지 만들어 낸다.
보이셀라 추헌엽 대표는 “코로나로 성도들이 모이지 못할 때 AI 오디오 성경이 신앙생활의 좋은 동반자가 됐다”며 “기존에도 오디오 성경은 존재했다. 하지만 AI 기술이 단시간 내 많은 버전의 오디오 성경을 만들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고 설명했다.
이포넷(대표:이수정)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온라인으로 헌금할 수 있는 기부 플랫폼 ‘체리’를 선보였다. 체리 애플리케이션에서는 온라인 예배를 드리는 동시에 헌금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단체 전용 페이지’를 이용하면 교인들과 함께 걷기 챌린지 등을 진행할 수도 있다.
목회 현장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방법도 무궁무진하다. 김윤태 목사(신성교회, 대전신대 겸임교수)는 “생성형 AI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교인들의 헌금 자료나 수입 지출 내역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회계 자료를 만들 수 있고, 부교역자나 젊은 봉사자가 부족한 교회에서도 쉽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면서 “교인들의 성향과 지역, 나이, 직업, 관심사별로 분류해 적절한 목양지침을 자문받도록 서비스를 연동시킬 수도 있다”고 AI 활용방법을 소개했다.
다만 과도기인 만큼 오남용으로 인한 부작용엔 주의해야 한다. 김 목사는 “영성 형성 추구에서 정보 습득 추구로, 체험적 영성에서 지식적 영성으로, 소속없는 믿음을 만들어 낼 위험이 있다”면서 “목회자 역시 성령님의 인도보다 인공지능의 조언을 신뢰하거나 기도의 자리에 앉아있는 것 대신 인공지능에 검색하는 시간이 더 늘어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비한 교단 차원의 대응도 필요하다. 김윤태 목사는 “각 교단 신학에 근거해 인공지능에 대해 신학적으로 성찰하고 목회적으로 숙고해 성경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준다면 다가오는 인공지능 시대에 생길 수 있는 혼란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로마 가톨릭은 2020년 2월 ‘AI 윤리를 위한 로마 선언’을 내놨다. 개신교에서도 인공지능에 대한 감시 및 대응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높아진 국경의 돌파구
IT 기술은 선교 현장에서도 유양한 도구로 활용된다. 해외에 나갈 수 없던 코로나 시기, 단기선교의 길 역시 막혀 있을 때 온라인 단기선교가 활로가 됐다. FMnC(대표:박열방 선교사)는 기존에 진행해왔던 랜선 아웃리치를 코로나 시기를 맞아 대폭 확대했다. 2020년에 3팀을 진행했던 랜선 아웃리치는 2021년 29팀 2022년 8팀으로 늘었다.
랜선 아웃리치에서는 줌을 이용해 소통하면서 현지 주민들과 만난다. 선교사 입국이 어려운 이슬람 국가나 공산 국가와도 무리 없이 접촉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기독교가 낯선 국가의 경우 직접적으로 복음을 먼저 전하기보단 IT 교육을 하거나 다양한 콘텐츠를 진행하며 거리를 좁힌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란에서는 난민 청소년들과 만났고 터키 가정과는 한국 팀이 1:1로 매칭돼 소통을 이어갔다. 1일차에는 천로역정 영상을 함께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RC카를 제작한다. 2일차에는 직접 제작한 RC카로 천로역정 게임을 즐긴다. 마지막으로는 예배와 함께 자연스럽게 복음을 전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러시아 랜선 아웃리치에서는 선교사 자녀들을 만나 교육을 돕고 현지교회를 지원하는 사역을 펼쳤다. 줌을 활용해 온라인 예배 시스템을 지원했고 주일예배에도 참여했다. 러시아 찬양을 연습해 온라인 특송을 올려드렸을 때는 현지 교인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아랍라스트콜 대표 허드슨 선교사는 온라인 SNS를 활용해 아랍권 주민들을 만나고 복음을 전한다. 허드슨 선교사는 “인터넷에서는 복음에 목마른 구도자를 쉽게 찾을 수 있고 이슬람권 주민들에게도 공개적으로 복음의 핵심을 전달할 수 있다. 적은 비용으로도 많은 열매를 거둘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허드슨 선교사가 활용하는 플랫폼은 주로 페이스북과 유튜브다. 페이스북은 중동지역 사용자가 많고 타겟팅을 쉽게 할 수 있다. 페이지 1개를 개설하면 여러 명의 운영자가 함께 관리할 수 있고 메신저 앱으로 관심이 있는 이용자와 소통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온라인 사역을 하려면 페이스북 페이지 혹은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현지어로 된 동영상을 제작하는 것이 좋다. 복음에 관심을 가지고 메시지를 주는 현지인들에게 응답할 훈련된 사역자도 필요하다.
다만 온라인에만 올인하기 보다는 오프라인 사역과 병행하는 것이 더 효과가 크다. 허드슨 선교사는 “온라인 사역에는 장점도 있지만 단점과 한계도 분명 존재한다. 온라인 사역의 장점과 오프라인의 장점을 함께 이용하는 ‘하이브리드 선교’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