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혁을 이끌어내는 것이 곧 선교적 삶”

IBA, 14~17일 온라인 컨퍼런스 ‘트렌드 & 니즈’ 개최 전통적 선교와 사업 넘어 ‘창조세계 돌봄’과 ‘교육’ 다뤄

2023-11-07     한현구 기자

선교가 외면받는 시대다. 한국교회의 이미지 추락과 더불어 선교 역시 구시대의 낡은 유물 취급을 받게 됐다. 올해 2월 한국세계선교협의회와 한국선교연구원이 발표한 ‘2022 한국선교현황’에 따르면 30대 이하 선교사의 비율은 7.98%. 인구 감소로 청년층의 숫자가 줄고 있다고는 하지만 변명이 되지 않는 숫자다. 더 이상 청년들은 선교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비관론이 팽배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청년들은 여전히 선교라는 단어에 가슴이 뛴다. 학원복음화협의회가 지난해 11월 조사한 청년트렌드리포트에선 기독 청년의 14.8%가 장기 선교사로의 헌신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다만 그들이 말하는 선교는 지금껏 해왔던 선교와는 조금 온도가 다르다. 그들은 단순히 해외에 나가 교회를 개척하고 전도지를 나누는 선교를 넘어 일상 속에서 하나님 나라의 통치가 이뤄지기를 원한다. 내가 속한 직장에서, 매일 웃고 떠드는 친구들 사이에서 삶을 통해 복음이 실현되기를 꿈꾸는 것이다.

비즈니스 선교, 통칭 BAM(Business As Mission)의 확산을 이끄는 선교연합체 IBA(사무총장:이다니엘 목사)는 오는 14일부터 17일까지 온라인 컨퍼런스 ‘BAM 트랜드 & 니즈 2023’을 연다. 다음 시대를 위한 선교는 ‘총체적 선교’가 되어야 한다고 외치는 이다니엘 목사를 만나 선교의 트렌드인 BAM, 그리고 BAM의 트렌드를 들여다 봤다.

비즈니스

복음을 살아가는 것

‘장사를 하는 게 무슨 선교냐’는 핀잔을 듣던 것이 겨우 몇 년 전이다. 이주민들을 만나 복음을 전하는 사역도 해외에 나간 것이 아니라며 선교로 취급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해외 선교의 문이 닫혔던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지나며 선교의 범위가 생각보다 훨씬 넓을 수 있다는 공감대가 퍼졌다.

IBA가 정의하는 선교는 ‘복음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모든 영역에서 복음을 아는 자 답게 살아가는 것’이라는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복음을 아는 자들이 복음의 가치를 삶 속에서 실현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주 되심을 드러내는 것이 곧 선교라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성과만을 추구했던 결과보다는 과정에, 일회성 이벤트로 끝내는 것보다는 지속되는 라이프 스타일에, 열매 없는 말 뿐인 선교보다는 일상의 변혁에 중점을 둔다.

“한국교회는 영혼 구원과 복음 전도, 교회 개척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 세가지가 곧 선교의 전부라고 생각하기도 했죠. 비즈니스 선교와 총체적 선교를 말하면 마치 2등 시민 취급하듯 ‘간접선교’라는 용어로 격하시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어요.”

달라진 분위기는 지난 8월 열렸던 ‘IBA 서울 컨퍼런스 2023’에서도 관찰됐다. 대면 행사가 이제 막 재개되고 선교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드는 시점이었음에도 400여 명의 참가자가 몰려 대회 장소인 한사랑교회를 가득 채웠다. 주목할 점은 참가자의 절반 이상인 약 250명 정도가 평신도 참가자였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고등학생부터 3040세대까지 젊은 성도들이 주를 이뤘다.

‘BAM 트렌드 & 니즈’는 서울 컨퍼런스로 타오른 BAM의 불꽃을 이어나가는 징검다리다. 코로나 시기 침체된 교회와 선교 현장을 살리기 위해 온라인으로 개최했던 행사가 이제는 나름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다가오는 선교의 미래를 고민하는 장으로 자리 잡았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만큼 시공간을 초월한다는 것도 장점이다. 현지 사역으로 한국에 들어오기 힘든 선교사들을 비롯해 지방 성도들, 중남미, 아프리카, 유럽에서도 BAM이라는 공통 관심사로 한자리에 모인다.

 

확장되는 BAM 영역

첫날인 14일에는 글로벌 선교 이야기가 생생하게 펼쳐진다. 무슬림권, 힌두권, 사회주의국가, 그리고 남미에서 현장을 섬겨온 네 명의 BAM 선교사들이 좌충우돌 창업 과정을 전한다. 대부분 비즈니스라는 수단이 아니고서는 선교 활동이 쉽지 않은 지역들이다. 독특한 점은 창업한 기간이 길지 않은 이들이 강단에 선다는 점이다.

“이미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와닿지 않는다는 피드백이 많았습니다. 10년 전, 20년 전의 창업 아이템은 지금 쓸 수도 없고 지금과는 창업 환경이 너무 다르다는 거죠. 그래서 이번에 강사로 모신 선교사님들은 BAM 경력이 3~5년으로 너무 짧지도 않으면서도 현장에서 땀 흘려 분투하고 있는 분들입니다. 복음 하나 들고, 하나님 나라 신학을 가지고 현지에 안착해 비즈니스 상황과 법, 제도, 사회, 문화, 경제, 경영, 이 모든 것들과 호흡하고 질문하고 기도하면서 씨름하는 분들이죠. 이런 분들의 이야기가 젊은이들에게 필요해요.”

둘째 날에는 알아두면 쓸모있는 BAM 잡학사전, 일명 ‘알쓸BAM잡’이라는 주제로 이다니엘 목사가 비즈니스 선교의 전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다양한 시대와 현장을 다루고 있는 BAM 선교론을 조명하면서 글로벌 선교 현장은 물론, 이주민과 다문화, 통일한국 비전, 일터 영성과 선교적 삶, 다음세대 등 이슈를 두고 참석자들과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계획이다.

이번 트렌드 & 니즈 컨퍼런스는 주로 사업과 일터 영역에 머물러 있던 BAM 논의가 좀 더 넓은 지점으로 확장된다는 의미도 크다. 컨퍼런스 셋째 날에는 ‘창조세계와 돌봄 × BAM’을 주제로 전 지구적 과제로 떠오른 자연환경 파괴와 자원 고갈, 기후위기와 BAM의 관계를 다룬다. 이미 창조세계 돌봄과 BAM을 접목한 문서를 내놓은 로잔운동의 흐름을 살피고 한국교회 선교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다. 인터서브 대표 조샘 선교사가 ‘창조세계 돌봄 : 조직과 학습’을 주제로,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유미호 센터장이 ‘비즈니스 세계, 창조세계 돌봄, 그리고 한국교회’를 주제로 강의하며 창조세계 돌봄이 곧 선교적 실천임을 역설하게 된다.

넷째 날에는 교육 분야에까지 발을 넓힌다. 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대학으로 평가받는 미네르바대학을 졸업한 송병철 형제, 북유럽식 공동체 교육을 한국에 적용하고 있는 이야기학교의 장한섭 교장이 강사로 나서 비즈니스 세계를 살아갈 미래 세대를 세운다.

“40대 성도들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교육입니다. 아이들은 빠르게 성장하고 시대는 엄청나게 바뀌는데 내가 자란 방식으로 아이를 가르치면 안 된다는 막연한 생각은 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는 잘 모르는 이들이 대부분이에요. 그래서 참고할 만한 모델을 제시하면서 크리스천다운 교육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