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존재 인정하기
신지영 교수의 '하나님과 동행하는 부부생활과 자녀양육' ㉓
관계 속에서 경험하는 어려움은 그것이 아무리 작은 것이라고 해도 깊은 문제로 이어지게 된다. 비록 작게 표현된다고 하더라도, 그 정신적인 의미는 훨씬 큰 것이다.
만약 ‘작은’ 어려움이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았을 경우, 건강해 보이는 관계도 망쳐버리게 될 수도 있다. 사람들의 우정이 깨어지게 된 계기를 볼 때도 그러한 작은 문제가 원인이었다고들 한다. 그렇지만 그 작은 것의 내면을 더 들여다보면 결코 작지 않다.
그 안에는 심리적인 깊은 뿌리와 콤플렉스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 하나는 상대방에게 자신의 개인적인 만족을 충족시켜줄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것은 한쪽이나 그 다른 상대방이 모두 무의식적인 권력 욕구와 본인도 인식하지 못한, 소유욕을 부리는 태도에서 오게 된다.
관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로 반성하는 수준을 넘어서야 할 것이다. 서로가 권력적인 태도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왜 그랬냐고 물으면서 캐묻는 것만으로 그것을 알 수는 없다. 그것은 인간의 시작, 즉 그 안에는 악에 대한 인식이 요구되는 것이다. 악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겠는가? 진실함을 토대로 하여, 자신의 마음속 알지 못했던 부분까지 알아가려고 하다 보면 결국 사람은 누구나 악의 존재와 힘을 알게 될 것이다.
어느 부부가 있는데, 남편이 아내의 어떤 행동의 의도를 궁금해하고 의심하고 있다고 하자. 그렇다면 그들은 그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 아내는 자신의 행동에 있어서 전혀 이기적인 동기가 없었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남편이 문제를 제기한 상황이라면, 그 아내는 자기 행동의 무의식적 동기를 찾아내야 하는 위치에 서게 된다. 인간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무의식에 밀어 넣게 되고, 의식하지 못하게 된다. 그렇지만 그것을 봐야 하는 순간이 올 때, 더 이상 눈 감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 되는 것이다.
‘악’을 끊임없이 억압하게 되면 ‘선’과 동일시하고 자신은 선하다고만 하는 태도를 가지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자신의 행동의 의식적인 부분뿐 아니라, 뜻하지 않게 알게 되는 무의식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직접적인 책임이 없었다 해도, 그녀 혹은 그의 행동에서 드러나는 악을 의식적인 부담과 문제로 수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해야 악에서 벗어나고, 보완할 수 있는 태도를 표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악의 존재를 부정하거나 억압하는 것이 아닌 인정하기! 진정으로 진실할 때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