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고령화는 준비된 교회에게는 축복…“‘에이지 프렌들리’ 공동체로”

■ 시니어를 공략하라! ②‘에이지 프렌들리’ 교회로 무장하기 한국교회, 노인들 품는 ‘고령 친화적’ 공동체로 전환 시니어의 가치부터 재발견해야…범교단적 대응 필요

2023-06-19     김수연 기자

미국의 경제 잡지 포브스는 2018고령화는 준비된 기업에게 축복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당시 전망은 5년 만에 현실이 됐다. 급격히 증가하는 고령 소비자에 맞춰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이른바 에이지 프렌들리’(Age-friendly) 기업이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선진국에서는 에이지 프렌들리 인증제도까지 도입되고 있다. 고령자가 살기 좋은 도시부터 이용하기 편한 식당이나 상품 등에 인증마크를 붙여주는 것. 이는 기업은 물론 우리 사회가 더 이상 고령자를 배제하는 방식으로는 성장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마찬가지로 고령화는 준비된 교회에게도 축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시스템 개편은 고사하고 정작 고령 친화적인 교회에 대한 의미와 필요성조차 제대로 공유되지 않는 것이 오늘날 한국교회 시니어 목회의 현주소다.

배재대학교 기독교사회복지학과 손의성 교수는 고령 친화적인 교회란 예배와 사역 전반에 걸쳐 노인들이 소외되거나 참여에 제한을 받지 않는 곳이라며 다시 말해 시니어들이 은퇴 이후의 삶도 소명으로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는 교회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령 친화적인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고령자에 대한 이동권 보장, 모든 연령층이 참여할 수 있는 교회 공간 제공, 시니어의 특성과 욕구에 최적화된 프로그램 제공, 고령자를 대변하고 대표할 수 있는 조직 구성, 차상위 계층 노인들에 대한 지원 체계까지 다방면에서 보완이 요청된다고 부연했다.  

문화선교연구원 백광훈 원장은 그러나 안타깝게도 팬데믹 기간 온라인 교회의 급속한 등장으로 시니어 세대의 소외 현상은 더욱 심각해졌다면서 더 이상 노인들이 교회 중심부에서 주변부로 밀려나지 않도록 인식 전환과 실천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작금의 한국교회는 시니어 목회와 관련해 산적한 과제를 안고 있다. 구체적으로 시니어 목회에 대한 비전 수립 시니어 성도만을 위한 예배와 사역 커리큘럼 마련 시니어 목회 전문가 양성 지역사회 취약 노인들을 위한 돌봄 체계 구축 등이 그 예다.

그러나 이 같은 시스템 개편에 앞서 요구되는 바는 목회자는 물론 온 성도가 시니어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일이다. 더욱이 갈수록 노인의 위상이 떨어지는 가운데, 시니어에 대한 젊은이들의 공경 문화를 바로 세우는 작업은 고령 친화적 교회로 가는 첫 걸음이다.

시니어미니스트리 김재홍 목사는 <시니어에 대한 편견부터 깨고 가치를 재발견하라>는 기고에서 당신은 노인을 혐오의 대상으로 보진 않는가?”라고 물음을 던지며, 시니어 사역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기 위해서는 노인을 향한 관점과 평가가 올바르게 전환돼야 함을 시사했다.

그는 시니어를 불편하고 무익한 존재로 보는 건 아닌지 솔직한 점검이 필요하다시니어에 대한 공감과 사랑의 마음이 커질수록 이들을 위한 사역이 도처에 널려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고 밝혔다.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정재영 교수도 시니어를 공경하는 분위기는 어르신들이 나이가 들수록 강해지는 힘 에이징 파워’(Aging-power)를 발휘할 때 자연스레 이뤄진다이를 위해서는 노인들이 사역의 주체로 거듭날 수 있는 실질직적인 사역의 장을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과정에서 노인들의 니즈와 관심사를 귀담아듣는 노력이 요청된다. 김재홍 목사는 사역(ministry)의 근본적 사명은 성도의 필요를 찾아내 해결하는 것이라며 어르신들의 말 못 할 고민과 어려움, 바람을 경청하고 풀어가려는 자세는 교회가 고령 친화적인 공동체로 거듭나는 길이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한국교회가 고령 친화적인 교회로 단단히 무장하기 위해서는 교단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 가령 국가와 사회단체와 보조를 맞춰 자료들을 공유하거나 각 교회들의 상황과 형편에 맞는 사역을 제공하는 것.

정재영 교수는 다음세대 주일학교 공과처럼 노년의 영성을 개발시킬 교재를 발간하거나 작은교회들이 정보를 교환할 네트워크를 형성해 주는 등 창의적인 접근이 절실하다. 소형교회들도 고령 친화적 교회에 뛰어들 수 있도록 범 교단적 지혜와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