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전도를 하면 할수록 역효과를 불러일으킨다면
■ 연중기획 - 다시(RE) 세우는 한국교회⑨ Reviled-매도된 진리, 진리를 매도한 전도 ‘탈종교화’ 현상과 함께 전도 '난이도' 높아져 비개신교인 91%, “전도 당한 기분 나빠” 응답 공격적인 전달자 위주의 복음 제시 지양해야
과거에는 신성한 질서에 대한 믿음을 거의 모든 사람이 공유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과 사후 세계 또는 절대적인 도덕이나 죄의식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전제하고 복음 전도를 계획했다. 그런데 후기 현대 사회로 들어서면서 역사상 처음으로 신성한 질서를 거부하는 문화가 형성됐다. ‘전도’를 가능하게 하는 작동원리 가운데 아주 중요한 한 가지를 상실한 셈이다.
‘탈기독교시대 전도’(두란노)를 쓴 팀 켈러는 이러한 현상에 주목했다. 그는 “이제는 개인의 자유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인간이 순응해야 할 초월적 세계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면서 “우리 스스로가 가치관을 정하고 인생의 의미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학문과 예술 혹은 연예 분야를 막론하고 ‘신성한’ 영역이란 오직 인간의 내면에서만 발견된다는 가르침이 전파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탈기독교시대 이전의 전도는 복음을 듣는 사람 안에 신앙의 밑그림이 어느 정도는 그려져 있다는 점을 전제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복음 전도는 단지 그 밑그림을 완성해 복음의 진리를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었다면, 이제는 그렇지가 않다. 우리가 외치는 구원이 전도 대상자에게는 다른 의미로 전달될 가능성이 높다. 더 나아가 오늘날의 문화적 배경 속의 구원은 ‘구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부터 해방되는 구원’일지도 모른다. 한 마디로 전도가 어려워진 것이다.
이전과 같은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팀 켈러는 “현대 교회는 지금까지 만나 본 적이 없는 어려움에 봉착했다”고 까지 표현한다. 물론 미국과 대한민국의 상황이 똑같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과거 70~80년대 한국교회가 최고의 성장세를 나타내던 때와 비교하면 지금의 한국사회를 ‘탈기독교시대’라고 부르는 것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백석대 장동민 교수(역사신학과)도 자신의 저서 <포스트크리스텐덤 시대의 한국 기독교>(새물결플러스)를 통해 이같은 현상을 분석한 바 있다. 장 교수는 대한민국도 해방 후부터 70년대 말까지 반공과 산업화, 친미와 맞물려 기독교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끼친 ‘유사 크리스텐덤’ 사회였다고 소개한다. 여기서 등장하는 ‘포스트크리스텐덤’이라는 개념은 팀 켈러가 말하는 ‘탈기독교시대’ 또는 ‘탈종교화 현상’과 맥을 같이 한다. 그는 교회의 사역도 변화한 시대, 즉 ‘포스트크리스텐덤’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백석대 교목부총장으로 학교 현장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사역하고 있는 장 교수는 “갈수록 냉소적으로 변하는 학생들의 반응에서 변화하는 시대상을 여실히 느낀다”고 했다. 이어 “이전 세대들은 교회 문화에 대한 동경이 컸기 때문에 처음 예배당에 나와서 마주치는 낯선 요소들도 신비하게 느끼고 호감을 가졌지만, 지금은 낯선 감정을 넘어 멸시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통계로도 잘 나타난다. 한국교회미래를준비하는모임(한미준)과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은 1998년과 2004년, 2012년, 2017년에 한국 개신교 신자들의 교회 활동과 신앙생활을 조사하면서 동시에 한국교회의 사회적 위상을 평가하기 위해 비개신교인을 대상으로 한국교회의 이미지와 활동에 관한 의견을 물었다. 개신교인으로부터 전도를 받았을 때 어떤 느낌이었는지 묻자 1998년에는 부정적이었다는 응답이 84.3%에 달했고, 2004년에는 83.9%, 2012년에는 무려 91.5%까지 치솟았다. 2017년 조사에서 71.4%로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전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매우 높은 상황이다.
서울신대 최동규 교수(실천신학)는 “한국교회와 신자들은 복음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노력을 많이 기울였으나 기대와는 달리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했다”며 “한 마디로 전도의 노력이 역효과를 초래했다”고 평가했다. 최 교수는 또 “이런 현상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공식 조사가 이루어진 1998년부터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는 점만은 사실”이라며 “이런 종류의 문제가 하루아침에 갑자기 나타나지 않는다는 상식적인 이해를 보탠다면 훨씬 이전부터 이런 현상이 시작됐으리라고 짐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려 없는 전도와 신뢰도 문제
최 교수는 “한국교회 전도의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청취자의 변화와 함께 전달자, 곧 전도자의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교회와 전도자가 불신자에게 전도 활동을 펼치면서 상대방을 충분히 배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
그는 “이런 태도는 결국 전반적으로 한국 개신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데 크게 일조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달자 위주의 복음제시’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 경우 종종 전달자의 의도와 달리 공격적인 전도로 비칠 수 있고, 비개신교인들이 전도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게 된 주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장동민 교수는 “원래 교회는 보편성과 배타성이라는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가치가 기가막히게 균형을 이루는 곳”이라고 했다. ‘여기에만 구원이 있다’는 생각과 ‘열린 자세’를 동시에 갖춘 것이 기독교 신앙의 특징이라는 것. 그는 “예수님도 다른 데 구원이 있다고 하지는 않으셨지만, 꽉 막힌 분이 아니셨고, 초대교회 역시 다른 이로서는 구원을 얻을 수 없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 막혀있지 않았고 오히려 매우 열린 공동체였다”면서 “오늘날 우리 교회에 배타성만 남고 보편성을 잃어버렸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장 교수는 잃어버린 보편성을 회복하고 한국교회의 전도를 새롭게 하기 위한 첫 번째 과제로 ‘한국교회 신뢰도의 회복’을 꼽았다. 그는 “탈종교화의 거대한 흐름과 맞물려 한국 기독교의 상황에서 전도를 어렵게 하는 결정적인 원인이 있다”며 “그것은 겉으론 복음을 말하지만 실제론 세상과 다를게 없는 기독교인들의 삶”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독교적 신앙과 실제 교회의 모습이 괴리되면서 냉소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