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세대] “아이들은 교회에 대한 편견 없던데요?”
새 학기, 한 달 보낸 교목들이 말하는 ‘요즘 아이들’ ‘교회 다니고 싶다’ 응답은 학년 올라갈수록 낮아져
인천광역시 중구에 있는 인성초등학교에서 교목으로 일하는 황예찬 목사. 황 목사가 최근 자신의 SNS에 흥미로운 글을 올렸다. 제목은 ‘인성초 기독교인 비율 및 신앙조사 결과’였다. 황 목사는 “조사를 하면서 깜짝 놀랐다”고 했다. 촘촘한 설계를 바탕으로 한 설문조사는 아니었지만 제법 의미심장한 대목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우선 생각보다 출석 교인이 많았다. 5학년이 59%로 출석 교인 비율이 가장 높았고, 2학년이 45%로 가장 낮았지만, 대체로 절반가량이 현재 교회를 다니고 있다고 답했다.
교회 다니고 싶다는 아이들
더 놀랄 만한 지점은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나는 엄마 아빠가 교회에 다니지 않아서 갈 수는 없지만 그래도 학교에 다니며 마음이 변하여 예수님을 구주로 고백합니다”라는 응답이 많았다는 것. 특히 저학년일수록 “교회는 다니지 않지만, 학교에 다니며 예수님을 믿게 됐다”는 응답 비율이 높았다. 황 목사는 “매일매일 드리는 학급예배와 크리스천 교사의 가르침, 그리고 한 주에 한 번씩 있는 예배와 성경 시간의 힘이 얼마나 큰지 기독교교육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지표가 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인성초 교목을 맡은 지 올해로 6년 차인 황 목사지만 아이들 전체를 대상으로 신앙생활 여부와 향후 신앙 의사를 물어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본지와의 통화에서 황 목사는 “놀랍게도 반에서 한두 명 빼곤 이미 교회를 다니고 있거나, 다니고 싶다고 답한 셈”이라며 “믿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부모님이 교회에 대해 안 좋은 말을 해서 고민이라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라고 소개했다.
6학년의 경우 이미 신앙생활을 하고 있거나 앞으로 신앙생활을 하고 싶다는 비율이 전체 학년 중에 유일하게 90% 이하를 기록했다. 이점에 대해서는 “이번 학년만 그럴 수도 있지만, 한국교회가 그만큼 청소년부에 관해 관심을 둬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신앙 의사를 밝혔음에도, 각지에서 학생들이 오는 사립학교의 특성상 지역교회 출석으로 연결하기 어렵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꼽았다. 황 목사는 “학교 근처에 사는 아이들은 직접 우리 교회로 데려오기도 하는데, 멀리서 오는 아이들은 아무래도 부모가 교회를 다니지 않다 보니 교회 출석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대신 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아이들과 신앙 의사가 있는 아이 중 가까이 사는 경우 ‘매칭’해주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이들은 ‘리셋’ 상태
충남 아산의 한올고등학교는 새 학기가 시작하고 3주가 지난 뒤에야 첫 번째 채플을 실시한다. 아이들과의 충분한 ‘신뢰와 친근함’을 형성한 뒤에 복음을 전한다는 전략이다. 코로나 시기가 막을 내리고 맞이한 첫 학기, 첫 번째 채플이 지난주에 열렸다. 이 학교 교목 이성재 목사에 따르면 아이들의 반응은 ‘상상 이상’이었다. 특히 갓 중학교를 졸업한 1학년들에게서 놀라운 반응이 나와 교직원들이 잔뜩 고무된 상태라고.
“코로나 때 교회에 대한 안 좋은 뉴스 보도가 많았고, 최근 방영된 ‘나는 신이다’로 인해 불똥이 튀지는 않았을까 염려도 됐습니다. 그래서 찬양 인도를 맡은 전도사님이 더욱 조심스럽게 채플의 문을 열었는데, 뒤로 갈수록 코로나 이전보다 더 뜨거운 분위기 속에 아이들이 찬양하는 모습에 깜짝 놀랐습니다. 특히 1학년 아이들이 그렇게 열성적으로 찬양하고 채플에 참여하는 모습은 오랜 시간 학교 현장에 있던 교직원들에게도 매우 새로웠습니다.”
이 목사는 “코로나로 인해 3년간 막히고 멈췄던 아이들이라 첫 단추를 잘만 끼우면 이런 분위기가 계속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 아이들은 아직 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경험을 할 기회도 없었고, 교회에 다니는 사람을 본 적도 없다. 어찌 보면 ‘리셋(Reset)’ 상태에서 학교에서 처음 예수 믿는 사람들을 보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이 학교는 모든 채플과 종교수업의 최대 목표를 ‘하나님의 사랑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 목사는 “코로나로 인해 서로 연결되지 못하고, 닫혀있고 상처받은 아이들을 기독교식으로 따뜻하게 환대하고 섬길 때 큰 치유가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 목사는 끝으로 지금의 ‘알파 세대’ 혹은 ‘제트 세대’를 대할 때의 주의사항을 전했다.
“과거의 방식으로 남자와 여자를 구분하는 말이나 외모를 비하하는 경우 그 파장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클 것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갈수록 이런 부분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이런 차원에서 기성세대 교회 지도자들의 특별한 경각심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