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이 없이는 승리도 없는 법… 결코 포기하지 맙시다”
■ 창간35주년 특별대담 // 지구촌교회 원로 이동원 목사
1990년대 한국교회 미래를 이끌어갈 차세대 지도자로 옥한흠, 하용조, 홍정길, 이동원 목사 4명을 꼽았다. 이들은 ‘복음주의 4인방’으로 불리며 한국교회의 변혁을 주도해왔다. 무엇보다 사람을 기르는 일에 앞장서온 이들은, 은퇴후에도 자신의 제자들을 통해 국내외 곳곳에서 복음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복음주의 4인방 가운데 한 명인 지구촌교회 원로 이동원 목사. ‘전인목회’, ‘균형목회’, ‘교육목회’라는 세 가지 목회 철학을 가지고 지구촌교회를 이끌어왔으며 지구촌목회리더십센터를 통해 지금도 목회자들에게 자신이 가진 달란트를 나누며 한국교회에 공헌하고 있다. 본지 창간 35주년을 맞아 한국교회 원로인 지구촌교회 이동원 목사를 만나 교회와 사회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지난 3년 코로나의 긴 터널을 지나면서 많은 아쉬움이 있으셨을 것 같습니다. 영적인 관점에서 어떠한 점이 아쉬우셨는지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 그리스도인의 기본적인 신앙 태도는 예배인데 코로나 3년 동안 예배가 많이 흔들렸습니다. 그것이 내적으로 우리가 경험한 가장 큰 아픔이고 또 예배의 후퇴와 함께 전도와 선교도 많이 후퇴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이 두 가지가 기독교 공동체가 경험한 가장 커다란 손실이고 아픔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목사님께서는 지구촌교회 목회를 하시면서 셀 단위인 ‘목장교회’를 운영하셨고, 매년 소그릅으로 예배를 드리는 훈련을 해오셨습니다. 마치 이런 상황을 예측하신 것 같아요.
- 전쟁과 박해, 재난과 같은 위기가 닥치면 교회에 모여 주일예배를 드릴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셀교회를 대안으로 훈련을 해온 것이 사실입니다. 코로나와 같은 그런 위기 상황이 언제든지 우리 사회와 교회를 위협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었죠. 그래서 우리 교회에서는 1년에 한 번씩은 교회에 오지 못하게 했고, 그 한 주는 집에서 모여 셀그룹별로 예배를 드리게 했습니다. 그것은 비상 상황이나 위기에 대비한 연습이었어요. 당시에 성도들은 웃으면서 셀예배를 드렸는데 코로나로 인해서 교회에 모여 예배를 드릴 수 없는 상황이 오니까 ‘아, 목사님이 말씀했던 그런 때가 우리에게 온 것이구나’ 이렇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사실 저희 교회는 셀 훈련이 잘 되어 있어서 크게 흔들리지는 않았어요. 평소에 조금씩 대비한 결과였을 겁니다. 하지만 방심했던 교회들은 크게 흔들렸고 당황했습니다. 그 대가를 지불하는 지난 3년이 아니었나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한국교회의 본질 회복에 대해 말할 때 많은 분들이 ‘초대교회로 돌아가자’고 합니다. 초대교회는 박해와 고난을 견뎌냈는데 지금 한국교회가 이런 시련을 이겨낼 맷집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 우리가 초대교회를 바람직하게 보는 것은 두 가지 커다란 요소 때문이에요. 예수님 직후에 제자들은 부활의 소식을 전하며 예수님의 부활에 대한 굉장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고, 고난을 이겨낼 수 있는 강한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초대교회는 수없는 박해와 핍박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기들의 전도와 선교의 사명을 다할 수 있었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에게는 그런 신앙의 기본이 많이 약화되어 있습니다. 저는 그 원인 중의 하나가 한국교회에 만연한 번영신학과 그에 기초한 신앙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수 믿으면 복 받고 성공하고 잘 되고, 그런 것만 좇다가 복도 못 받고, 성공도 못하고, 오히려 핍박과 어려움이 온다고 생각하니까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린 거죠. 그런데 초대교회 성도들은 거의 천년 가까이 하나의 고백을 했어요. “십자가 없이는 면류관도 없다(No Cross No Crown)”. 고난이 없이는 결코 영광도 승리도 없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고난을 당연한 신앙으로 받아들였고, 이것이 바로 초대교회의 신앙인데 우리에게는 이와 같은 훈련이 없었습니다.
지금 세계는 전혀 예상치 못한 전쟁의 참상을 목격하고 있고요, 신냉전 시대가 열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긴장관계 속에서 가장 위험한 곳은 바로 한반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나라의 상황,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 우리나라가 평화로울 때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아직도 휴전 중이니 전쟁의 위험이 그대로 도사리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때마다 북한과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상태가 조금 나아졌다가 흔들리고 그런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죠. 무력으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북한과 평화로운 공조를 모색해야 합니다. 평화로운 공존이 비겁한 굴종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강력하게 무장하면서도 북한을 돕고 섬기고 끌어안으려는 노력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통일이 절실하다고 해서 북한 주도의 통일을 우리가 수락할 수는 없는 일이죠. 지금까지 자유민주주의 이념 아래에서 대한민국을 지켜왔는데 그것은 양보할 수 없는 중요한 원칙입니다. 다만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면서도 북한과 너무 대결구도로 가는 것은 어리석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만에 하나라도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면 우리는 이를 철저히 예방하고 우리의 미래를 우리가 지켜내자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올해가 정전협정 7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런데 대북정책은 후퇴하고 인도주의적으로 북한을 지원했던 교회들마저 이념의 공격 아래 위축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평화와 통일을 위한 난제들을 교회가 먼저 풀어가야 하지 않을까요?
- 저는 한국교회가 그동안 지나치게 이념에 편승해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일부는 진보, 일부는 극단적인 보수의 이념 속에 너무 함몰되어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인 게 오히려 한국교회의 입지를 더 약화시킨 것 같습니다. 교회는 영원한 보수도, 영원한 진보도 될 수 없습니다. 교회는 교회이고, 교회가 바라볼 것은 하나님의 나라와 성경입니다. 교회는 어떤 정부가 하나님 나라의 지형에서 너무 좌측으로 갔다고 하면 그걸 비판하면서 우측으로 돌려놔야 하고, 또 너무 우측으로 갔다고 하면 조금 더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어떤 정당이나 정부의 편에 서는 것은 교회의 어리석은 선택이라고 봅니다. 교회에 속한 성도들 중에도 진보적 사고, 보수적 사고를 하는 분들이 각각 존재합니다. 그 분들을 하나님 나라의 관점에서 다 끌어안아야 하는데 어느 한 편에만 서는 것은 오히려 교회 공동체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더불어 대북 지원에 대해서는 오히려 민간기구의 활동을 정부가 보장해주고 다양한 통로를 만들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한에서 북한 주민들을 이렇게 생각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돕고 있다는 것을 잘 모르지 않습니까. 그들의 생존을 도울 수 있는 길이 더 많이 모색되어야 합니다.
결과적으로는 대북지원이건 통일에 대한 접근이건 우리나라에서 먼저 의견 일치를 보는 남남갈등의 극복이 있어야겠죠?
- 한국 사람들의 민족성을 말할 때 ‘냄비근성’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죠. 순식간에 끓어올랐다가 금세 식어버리는 것처럼 지나치게 감정적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가슴은 뜨거워야 하지만 머리는 좀 냉철할 필요가 있어요. 무턱대고 흥분부터 할 것이 아니라 상대의 주장을 다 듣고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감정부터 격해지면서 공격적인 언어가 쏟아지고 우리 자녀들이 듣기 거북한 욕설이 난무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죠. 전 그런 폭력적인 태도로는 자신의 입장을 정당화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냉철하게 입장을 달리한 문제에 대해서도 서로 토론하고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냉철한 토론에 익숙해지면 우리 국민들이 난국을 잘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목사님께서는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한 활동을 많이 하셨는데 돌아보면 아쉬움도 많으실 것 같습니다. 어떠신지요?
- 한국교회가 분파적으로 나눠져 있다 보니 좋은 취지로 시작한 일들이 전체적으로 퍼지지 못하고 우리 안에서만 논의되고 그친 것이 제일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래도 후배와 제자들이 세상 속으로 들어가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고 복음주의 목회, 복음주의 선교운동을 하면서 사회봉사에 적극 참여하는 것은 감사한 일이죠. 다만 한국교회 전체를 향해 나아가는 보편적인 운동이 좀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합니다. 특히 교회를 분열시킬 수 있는 아젠다들에 대해서는 기독교 신앙을 가진 학자들을 중심으로 연구를 해서 공동적인 합의를 이끌어 내는 싱크탱크가 필요합니다. 우리 사회, 또 미래를 위한 깊은 연구와 공동의 대응을 하는 모임들이 한국교회 전체로 확산되면 좋겠습니다.
코로나 3년, ‘예배와 선교’의 후퇴 가장 아쉬워
한국교회에 만연한 번영신학, 고난 앞에 약해져
교회는 좌우가 아닌 ‘하나님 나라’로 이끌어야
믿음의 현재보다 끊임없는 성찰과 묵상도 중요
목사님은 큰 부흥을 이끈 목회자이신데요. 그때와 오늘의 목회환경이 많이 다르다고 느끼시나요?
- 제가 목회를 시작할 때는 사실 한국교회 부흥의 끄트머리였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우리는 부흥을 맛본 세대고 폭발적인 부흥을 경험한 마지막 세대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교회가 쇠락하는 목회의 침체기로 들어간 시대입니다. 시대적 상황에 따라 목회 전략과 부흥 전략도 달라져야 하죠. 옛날처럼 한 달에 수백, 수천명의 성도가 몰려오는 목회는 불가능합니다. 다만 양질의 목회, 기본에 충실한 목회를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져야 합니다. 종교개혁자들이 부르짖었던 것, 바로 ‘근원으로 돌아가자’는 외침을 따르는 것이 마땅합니다. 기본으로 돌아가 성경 원문을 연구하고 성경의 원래 정신을 살리려던 종교개혁자들의 노력을 본받아 기본으로 철저히 돌아가는 운동을 할 때가 바로 지금입니다.
목사님께서는 은퇴 후에 가평에 필그림하우스를 세우고 천로역정 순례길을 만드셨어요. 어떤 것들을 나누고 싶으셨던 건가요?
- 한국교회에 뭔가 기여가 되는 것을 하고 싶었습니다. 잠깐을 머물더라도 어떠한 영향을 받고 그것이 삶에 반영되는 그런 공간을 원했죠. 그래서 처음부터 ‘필그림하우스’라고 이름을 짓고 천로역정을 생각한 것입니다. 천로역정 순례 중에는 반드시 멈추는 시간이 있습니다. 멈춰서 돌아보고, 생각하고, 기도하고 난 후에는 행동을 하는 변화를 이뤄내죠. 저는 한국교회 전체도 이렇게 자신을 돌아보고 깊이 기도하고 사고하는 교회가 되면 좋겠다는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믿음의 현재도 중요하지만 끊임없는 성찰의 시간은 그리스도인의 신앙생활에 꼭 필요합니다.
목사님의 일생을 지탱한 말씀은 어떤 건가요?
- 제가 트리니티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공부할 때 전도학의 권위자인 로버트 콜맨 박사가 자기 인생을 지탱할 수 있는 한 구절을 써오라는 숙제를 내준 적이 있어요. 그때 제가 선택한 말씀이 빌립보서 2장 13절입니다. “너희 안에서 행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니 자기의 기쁘신 뜻을 위하여 너희에게 소원을 두고 행하게 하시나니” 우리의 모든 소원이 다 하나님의 뜻은 아닙니다. 그러나 어떤 소원은 하나님의 뜻이기 때문에 내가 포기할 수 없고 내 안에서 일어나는 강력함이 있습니다. 그것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뜻을 따라 주신 것이라면 그것을 행할 힘도 하나님이 주신다는 것이 바로 비전입니다. 그러니까 내 욕심이 근거한 비전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따른 비전이라면 그것을 이루게 하시는 분도 하나님이시고 하나님이 저를 도우실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죠. 이 말씀을 바탕으로 제가 목회를 해올 수 있었습니다.
기독교연합신문이 창간 35주년을 맞았습니다. 축하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 인터넷에는 보물(treasure)도 있고 쓰레기(trash)도 있습니다. 그걸 분별하지 못하면 큰일납니다. 그런데 쓰레기가 있다고 보물을 포기할 수도 없겠죠. 좋은 미디어, 좋은 언론을 분별해서 격려하고 바르게 설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교회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밤이 어두울 때는 단 하나의 촛불도 필요한 법이죠. 언론이 사명을 다할 때 어디선가 열매가 나타나게 되어 있습니다. 창간 35주년을 축하드립니다. 기독교연합신문이 복음전파의 사명을 잘 감당하고 어두운 세상을 비추는 밝은 촛불이 되길 원합니다.
마지막으로 한국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에게 덕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결코 포기하지 마십시오.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 포기하지 말라는 말은 영국 총리인 윈스턴 처칠이 한 말입니다. “절대 포기하지 마라!(never give up!)” 2차 세계대전의 긴박한 상황에서도 그는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는 이 말을 남기며 승리를 기원했습니다. 저 역시 그 말을 하고 싶습니다. 여러 어려운 환경이 우리 앞에 있더라도 포기하지 마십시오.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