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큐메니칼 핵심진영 감리교, NCCK 탈퇴 논의 본격화

감리회 제35회 총회에서 안건 다뤄…‘차별금지법’ 지지성명이 불씨

2022-11-01     정하라 기자

탈퇴 부결됐지만, 회원 교단에 파장 거셀듯
NCCK 측, 차별금지법 “총회 공식 결의 없어”

감리회 총회에서 ‘NCCK’ 탈퇴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다뤄졌다. 기독교대한감리회(감독회장:이철) 제35회 행정총회가 지난달 27일, 28일 양일간 광림교회(담임:김정석 감독)에서 개최된 가운데 NCCK(한국교회협의회)와 WCC(세계교회협의회) 탈퇴 안건이 올라오면서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기독교대한감리회

회의가 과열되자 교단 내 충분한 신학적 연구가 필요하다는 감독회장의 의견에 따라 탈퇴 결의는 내년 입법회의로 미뤄졌지만, 에큐메니칼 진영의 핵심 교단인 감리회가 NCCK 탈퇴를 전격 논의함에 따라 파장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번 논란의 중심에는 NCCK가 동성애를 옹호하고 ‘차별금지법’을 지지한다는 총대들의 주장이 있었다. NCCK가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지지할 경우 NCCK 소속 교단인 감리교회도 동성애를 지지하는 것으로 낙인 찍힐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날 충북연회 양성모 장로는 “NCCK가 공식적으로 차별금지법을 지지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총무를 비롯한 내부 지도자들이 차별금지법을 지지하고 있음은 모든 성도가 아는 사실”이라며 “감리회 NCCK 회원 교단으로 계속 활동한다면, 우리 교단도 동성애를 지지하는 것으로 낙인찍히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밝혔다.

NCCK 탈퇴를 반대하는 대의원들은 NCCK 총회에서 차별금지법에 대한 공식 결의를 한 적이 없다며 가짜뉴스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개진하기도 했다. 안산 꿈의교회 김학중 목사(NCCK 100주년사업위원회 위원장)는 “NCCK에서는 동성애나 차별금지법 등의 독소조항에 대해 가결한 적이 없다. 총회에서 한 번도 다뤄진 적이 없는데 마치 통과가 된 것처럼 거짓 뉴스가 퍼지고 있다”며 섣불리 탈퇴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피력했다.

감리회 교리와 장정에 대한 고려 없이 감정적으로 탈퇴 결의를 할 경우 추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NCCK의 뿌리는 감리교회나 다름없고, 한국교회의 연합운동 역사의 상징적 기관이므로 문제가 있다면 내부에서부터 자정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

WCC에 대해서도 탈퇴 측은 “교회협의회가 아닌, 종교들의 협의체가 되고있는 것 같다”면서 “현 일치운동에 동의할 수 없으니 회개하는 마음으로 탈퇴하자”고 요청했다. 반면 잔류 측은 “WCC가 비신앙적 행태를 한 것은 맞지만 탈퇴보다 우리가 변화시켜야 한다. 총회에서 가부를 하는 것은 교리와 장정을 위반 하는 일”이라며 팽팽히 맞섰다.

한 시간 동안의 설전이 오간 뒤 총대들은 찬반투표를 통해 탈퇴 여부를 결정할 것을 촉구했다. 이철 감독회장은 “미국 UMC(연합감리교회)가 나눠진 것은 성도들의 바람이 아니라 소수의 감독에 의해 나눠졌다. 이번 건의안을 상정해 찬반투표에 부칠 경우 교회가 나눠질 우려가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NCCK 탈퇴 건에 대해서도 그는 “별도의 위원회를 만들어 신학적 정립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 탈퇴를 하더라도 명분을 찾도록 위임해달라. 도중에라도 NCCK가 잘못 가게 된다면 내가 탈퇴 선언을 할 것”이라고 신중을 기할 것을 요청했다. 이번 안건은 표결 없이 감독회장에게 위임하기로 결의했다.

이밖에 교회연합사업연구위원회가 상정한 ‘차별금지법을 비롯한 악법에 대해 타교단과 연합할 것’이라는 안건이 표결 끝에 총대 730여 명 중 676명의 동의를 얻어 통과됐다. 한국교회 내 진보교단이라고 할 수 있는 감리교회 내 높아진 반동성애 정서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안건은 부결됐지만 향후 NCCK에 소속된 타 교단의 입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NCCK에는 예장 통합, 감리회, 한국구세군, 대한성공회 등 9개 교단이 속해 있으며 감리회는 통합총회와 함께 주축을 이루고 있다.

NCCK 탈퇴 논란은 재작년 총선 이후 발표된 ‘차별금지법’ 성명서가 불씨가 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0년 4.15 총선 직후 NCCK 정의평화위원회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으며, NCCK 인권센터 역시 당해 12월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한국교회 인권선언문을 발표했다. 당시 성명서가 논란이 되자 통합총회에서는 NCCK 이홍정 총무에 대한 해임안건이 올라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소수자에 대한 보호와 ‘사랑과 정의’의 관점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NCCK가 차별금지법에 대한 명확한 입장 정리가 되지 않을 경우 추후 논란을 비켜 가긴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9월 통합총회에서는 ‘차별금지법’을 이유로 NCCK 탈퇴 헌의안이 올라왔지만, 공식적으로 다뤄지지는 않았다. 통합총회의 정체성은 교회 연합과 에큐메니칼 신학에 있기에 이를 부정할 수는 없지만, 교단 내 높아진 반동성애 정서로 인해 지속적인 탈퇴 안건이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NCCK 측은 ‘차별금지법’ 지지에 대한 공식 결의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NCCK의 한 내부인사는 “NCCK 내 다양한 색깔의 기관들이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를 NCCK의 공식 결의로 보긴 어렵다”면서 “총회에서도 차별금지법을 지지하는 결의를 한 적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특히 그는 “NCCK는 에큐메니칼 정신에 입각해 9개 교단이 연합해 한국교회 연합운동을 주도해왔다”며, “차별금지법을 이유로 100여 년 역사의 귀한 선교자산을 섣불리 포기해선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공식 입장을 표명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NCCK를 정신이 소수자를 향한 포용과 사랑, 정의를 바탕에 둔다는 점에서 특정 입장을 내놓긴 어려울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한국교회 전반에 동성애 옹호조항이 담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각 교단의 입장을 아우르는 NCCK의 명확한 입장 발표가 요청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