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와 불편을 감수하는 경제, 교회라면 가능하다

지구를 살리는 환경목회(8) 생명의 경제, 교회가 앞장서자

2022-08-24     한현구 기자

외면하고 싶은 불편한 진실이 있다. 기후위기가 현실로 닥쳤고 그것이 인간으로 인해 촉발됐다는 사실이다. 알아야 할 진실에서 자꾸 고개를 돌리니 이젠 지구가 체험학습을 강행했다. 폭염과 산불, 지금껏 볼 수 없었던 폭우로 기후위기가 현실임을 알려줬다.

4D 체험학습으로 기후위기임을 알아차렸지만 해결책은 여전히 불편하다. 폭주기관차마냥 질주하는 기후위기 가속화에 조금이나마 제동을 걸기 위해선 우리가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성장을 멈추지 않고 불편을 감내하지 않으면서 기후위기에 대응하겠다는 건 배부른 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세상에선 경제 논리에 기후위기 대응이 뒷전으로 밀려나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기심을 내려놓고 이익을 포기하고 타인과 공동체를 위해 손해를 감수하는 삶은 성경이 말하는 가치와 일맥상통한다. 세상이 손해가 두려워 망설이는 생명의 경제를 교회가 주도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나님께서도 너와 네 자손이 살기 위하여 생명을 택하라”(30:19)고 말씀하시지 않았던가.

세상은

 

생태계와 공생 위한 생명의 경제

현재의 경제 제도는 경제 성장을 위해 지속적으로 지구 생태계와 생명을 희생시켰다. 그 결과가 우리가 눈으로 보고 있는, 또 마주하게 될 기후위기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제활동이 위축되면서 갑자기 희귀동물이 발견되는 등 지구 생태계가 일부나마 회복됐다는 점은 인간의 경제활동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시사한다.

기후위기 가속화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선 경제 분야에서 전환이 시작돼야 한다는 진단이다. 이를 위해 탄소배출을 최소화하고 생태계와 공생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생명의 경제라는 경제 제도다.

이미 기업들에서도 기후위기에 대응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라 불리는 대안 경제를 활발히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궁극적으로는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가 함께 함께 생명의 경제를 구체화시켜야 한다.

 

교회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

그렇다면 크리스천이 어떻게 생명의 경제에 참여할 수 있을까. 에너지협동조합, 생활협동조합, 소비자협동조합과 같은 생태적 가치를 공유하는 사회적 기업을 교회가 시작할 수 있다. 이왕 교회가 공동체의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해 사업을 벌인다면 탄소 배출을 줄이고 기후위기 대응에 기여하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좋다는 것.

서진선 교수(한남대학교)는 지난해 열린 생명의 경제 아카데미에서 생태 회복을 위한 사회적 경제는 의식 있는 공동체의 결단을 필요로 한다. 이를 보고 떠오른 것이 바로 교회였다면서 성도들이 소비협동조합을 구성해서 생태 전환과 생명의 경제를 주도한다면 분명 사회에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회나 교단에서 기금을 운용할 때 탄소배출이 많은 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고 녹색 투자로 선회하는 것도 한 방법으로 꼽힌다. 생명의 경제로의 전환은 말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지지가 있어야 하고 자본이 흘러야 한다. 녹색 투자는 생명의 경제로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승무 소장(순환경제연구소)체제 전환은 사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의 자본주의 체제가 자본을 우선시하고 기후위기를 야기하는 것을 감시하고 기후위기 가속화에 기여하는 자본의 흐름을 되돌릴 책임이 크리스천에게 있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