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여 가정 방문하며, 학생의 삶 파악했죠”

오늘을 사는 크리스천⑭ 학교사회복지사 고한아 집사

2022-06-13     정하라 기자

학교 안에서 학생들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돕는 이는 비단 교사뿐만은 아니다. 가정 형편과 교우관계, 학업 스트레스 등으로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해 교사와 부모, 지역사회와 연계해 다각도의 지원을 펼치는 학교사회복지사가 있다.

지난 9일 수원 송원중학교에서 ‘학교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하나님이 주신 마음으로 학생들을 섬기며 아낌없는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고한아 집사(35‧평안교회)를 만났다. 지난 2020년 3월 송원중학교에서 학교사회복지사로서 처음 일을 시작한 그는 “이제는 이 일이 단순한 업무를 넘어 청소년들 한명 한명이 하나님이 내게 맡겨주신 영혼이라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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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기 청소년을 향한 큰 포부를 안고 학교에 첫발을 내디딘 그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모든 수업이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되면서 학생들의 직접 만나기 어려워졌다. 환경적으로 아이들을 대면할 수 없었기에 충분히 핑계를 대고 ‘적당히’ 할 일을 찾아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역적으로 낙후된 곳에 있는 학교의 특성상 전교생 중 절반에 가까운 수가 취약계층이라는 것을 알게 된 그는 그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코로나 상황에서 학교에 부임한 저는 ‘하나님, 제가 무엇을 해야 할까요?’ 기도하며 묻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묵상할 시간이 많았기에, 학생들의 인적 사항을 보며 기도하기 시작했고, 아이들을 직접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가정 방문을 하기로 했습니다.”

당시 그는 전교생이 200명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취약계층 학생 80여 명의 가정을 방문해 상담을 진행했다. 학교 일대가 주택가 사이 낡은 빌라촌에 위치하다 보니 학생들의 가정 형편이 어려운 경우가 많았고, 단칸방에서 생활하거나 곰팡이가 슬어있는 낡고 습한 건물에서 살고 있는 학생들도 보게 됐다.

고 집사는 “담임 교사들과 소통하며, 취약계층뿐 아니라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학생을 비롯해 한부모, 다자녀, 다문화 가정 등의 환경에 있는 학생들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경험은 학생들의 시선에서 그들의 행동을 이해하고, 품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학교도 학생들도 ‘학교 사회복지사’라는 업무와 직책에 다소 생소했던 시기, 그는 직접 학생들을 만나 몸으로 부딪쳐가며 자신의 존재감을 키웠다. 그러다 보니 전교생의 얼굴을 비롯해 웬만한 가정사항까지 파악할 수 있게 됐다.

학생들을 향한 고 집사의 세심한 관심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수업이 재개되면서부터는 서류상으로는 발견할 수 없는 학생들의 복장과 몸 상태를 주의 깊게 살피며,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파악하기 시작한 것.

“학생들이 조금씩 등원을 하게 되면서 교사가 학생들 대신 급식의 배식을 도맡게 됐습니다. 저도 배식에 참여하며 매일 점심시간마다 아이들의 양말이나 실내화, 교복 상태, 머리의 청결 상태를 눈여겨보면서 며칠 동안 같은 양말을 신거나 머리를 감지 않은 아이들을 파악했고, 아이들을 학교 사회복지실로 불러 작게나마 도움을 줄 수 있었습니다.”

그의 이러한 세심한 노력과 마음은 자연스럽게 학생들에게 전달됐다. 처음에는 자신의 집을 찾는 것을 꺼려하고 속내를 털어놓기 어려워했던 학생들도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고, 삶에 대한 태도도 긍정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학교에 발을 담근 지 이제 3년 차 되는 신참 ‘학교 사회복지사’임에도 그의 열정과 노력은 학생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일을 하면 할수록 청소년 한 명, 한 명을 변화시키는 일이 자신의 노력으론 불가능함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처음에는 저의 노력에 따라 학생들이 변화되는 모습을 보며 뿌듯함도 느끼고 직업적 만족감도 컸습니다. 하지만 모든 아이들이 제 뜻대로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고, 궁극적으로 아이들이 변화되는 일에는 하나님의 전적인 도우심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러한 마음으로 학생들의 상황과 환경을 바라보니, 더욱 기도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고백하는 그를 하나님은 분명 기뻐하실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끝으로 그는 “아직은 학교 사회복지사가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한시적 사업이다 보니 직업적으로 안정적이진 않다. 하지만,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지원하는 학교사회복지 활동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며, “학교 사회복지사들이 안정적인 환경 안에서 학생들을 돌아볼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기도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