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사는 학교에 이미 파송된 선교사입니다”

■ 연중기획 - 한국교회, 미래를 품다⑮ 기독교사의 현실과 역할 공교육의 틀 안에서 활동 반경 제한 커 기독교사 발굴하고 세우는 역할 요구돼 학교 밖 사역자들의 전략적인 조력 필요

2022-05-25     손동준 기자
평택

전라북도 익산의 한 중학교에서 근무 중인 J교사. 그는 10여 년 전 임용고시 합격의 순간을 잊지 못한다. 모태신앙으로 자라 교회에서 교사로 섬기며 선생님의 꿈을 키운 그는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교사가 되게 해달라고, 무엇보다 아이들을 위한 복음의 통로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었다. 

초임교사 시절에는 자신이 기도했던 것처럼, 어떻게든 아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려고 부단히 애를 썼다. 신우회에도 참여했고, 기독교사 단체를 찾아가기도 했다. 멀리 사는 아이를 차에 태워 등하교시키며 신뢰를 쌓고 복음을 전했다. 실제 전도로 이어진 일도 많았다. 

이제 교무실에서도 부장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할 만큼 선임 교사가 된 그는 10여 년 사이 ‘학원 선교’를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은 달라졌다고 했다. 공교육의 현장에서 일하는 교사로서 좀 더 ‘현실적’이 된 것. J교사는 “공교육이라는 틀 안에서 직접적인 복음 전도는 사실 어렵다”며 “이제는 결혼도 했고 맡은 역할도 많아졌다. 현실적인 범위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려고 한다”고 고백했다.

J교사의 이야기를 듣는데 문뜩 의문이 들었다. 전 교사뿐 아니라 스스로 ‘기독교사’라고 생각하는 많은 선생님들이 학원 복음화에 대해 비슷한 견해를 나타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들을 접하며 떠오른 감정은 아쉬움이었다. 분명 첫 임용 순간의 마음과 비교하면 ‘뜨거움’이 덜 한 것 아닌가. 기독교사로서의 정체성이나 선교 비전 확립을 교사 개인의 몫으로 남겨 뒀기 때문에 벌어진 일은 아니었을까. 더 나아가 기독 교사들이 학원 선교 현장에서 감당할 수 있는 허용범위는 어디까지일지 궁금했다.

 

기독 교사를 동역자로

1999년 서울 동북지역과 경기북부의 교회들이 연합하여 각급 중고등학교에서 사역해온 ‘넥타’(이사장:이희수 목사)라는 단체의 예가 이 질문에 답이 될지 모르겠다. 넥타 선교회 대표 김경숙 목사는 “기독교사를 학교 현장에 ‘이미 파송된 선교사’로 인정하고 이들과의 동역을 도모하는 선교단체”라고 자신들을 소개했다. 

이들은 중고등학교의 정규 수업을 통해 학교 안으로 들어간다. 이때 기독교사가 사역의 ‘열쇠’가 된다. 넥타는 기독교사와 협력하여 기독교 동아리를 창설하고, 동아리 수업을 통해 정기적으로 학생들을 만날 기회를 얻는다. 

현재 넥타와 동역하는 교사는 26명. 얼핏 들어선 많지 않은 것 같지만, 전국 대상이 아닌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사역해온 단체임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숫자다. 최근에는 한 교회의 요청으로 부천 지역에 넥타의 시스템을 이식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교회와 단체, 기독교사의 동역이 이루어지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전국으로 뻗어 나갈 수 있는 모델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어렵고 핵심적인 부분이 바로 기독교사의 발굴이다. 넥타가 기독교사를 발굴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학교 내에 이미 조직돼 있는 교사 신우회와 접촉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이것도 여의치 않을 때는 지역의 노회나 총회에 의뢰해 해당 지역에 기독 교사가 있는지 파악하고, 1대1로 만나서 사역을 소개하고 동역을 요청한다. ‘좋은교사운동’을 비롯한 기독교사 단체로 찾아가 알리기도 한다. 

발굴로 끝이 아니다. 넥타에서는 학교에서 선교사로 살아가는 기독교사와 신우회를 응원하고 지원하는 일에도 정성을 쏟는다. 여름방학에 ‘하늘걸음’이라는 프로그램을 열어 기독교사를 심방하고, 겨울에는 넥타 기독교사대회를 통해 연간 사역을 함께 계획하는 시간을 갖는다. 물론 이 시간에는 사명을 고취하고 선교사로서 전문성을 길러줄 수 있는 특강도 마련된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학원선교

넥타의 사역자들은 과거에는 기독교사 발굴부터 사역의 개발까지 일련의 과정들이 훨씬 수월했다고 말한다. 단체가 한창 부흥되던 시기, 즉 학교에 들어가기가 상대적으로 쉬웠던 시대가 있었다는 것. 그 당시 연결됐던 교사들을 통해 지금까지 사역이 연결되고 있는 학교들이 적지 않다. 

김경숙 목사는 “학교에 헌신적인 선생님들이 계시다고 해도 각자 활동하는 정도이지 조직을 이루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최근의 학교 상황을 소개했다. 결국 선생님들도 직장인이기 때문에 종교활동이나 포교를 금지하는 학교 안의 상황을 무릅쓰기 쉽지 않다는 것. 그러나 김 목사는 “상황이 어려울수록 넥타가 필요하다”며 “우리를 만나면 좀 더 수월하게 선교적 사명을 감당할 수 있고, 혼자여서 느끼는 불안함과 두려움을 함께 나눌 수 있다. 무엇보다 전략적인 접근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10년째 ‘학원 복음화 인큐베이팅’ 사역을 해온 최새롬 목사는 “현재 기독교사 발굴이나 학교 사역 진입의 장벽이 높아지기까지 교회들에게도 적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교회들이 학교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던 시절, 학교에서 제시하는 지침을 잘 따르지 않았다는 것. 최 목사는 “수업 종이 치면 아이들을 보내줘야 하는데 안 보내주고, 교실마다 들어가서 전도하고, 애들을 마음대로 데리고 다니던 과거의 잘못이 부작용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했다. 최 목사는 또 광화문 광장에서 계속되고 있는 보수 기독교 시위를 학원 선교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지목했다. 

“교회가 데모하는 이미지를 벗어야 합니다. 공무원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것이 데모거든요. 2013년 청담고등학교 기독교 동아리 사건이나 2016년 춘천에서 초등학생이 교장 선생님을 상대로 소송을 건 사건 등은 당시엔 종교의 자유나 학생의 자율권의 가치를 내세웠지만, 결국 학교 내 기독교사들을 위축시키고 선교를 가로막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최 목사는 “기독 교사들의 위축은 교사 개인의 자기검열로 이어진다”며 “가뜩이나 기독교사들은 정치적 요소나 민원 등 여러 복합적인 이유로 종교 중립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예전에는 선생님들 가운데 열정적으로 복음의 메시지를 선포하는 분들도 계셨지만, 지금은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최 목사는 “이제 직접적인 방식은 어렵지만, 우리 같은 사역자들이 조력자가 되고, 선생님들을 보호하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넥타 대표 김경숙 목사도 “선생님들이 복음전도라는 단어 앞에서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복음 전도가 반드시 직접적일 필요는 없음을 꼭 알려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선생님들이 학교 안에 이미 세워진 선교사로서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격려가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협력하여 선을 이루는 속에서 학원 선교가 가능하다는 것을 꼭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한 학기 수업을 마칠 무렵이면 아이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합니다. 교회 출석 의사가 있는지 물어보죠. 그러면 놀랍게도 한 학기에 적어도 두세 명씩 출석을 희망한다는 아이들이 나옵니다. 단체로 교회를 찾아오는 아이들도 종종 있고요. 이 말은 분명히 지금도 학원선교가 가능하다는 증거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