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 양성하려 하는 신학교육 멈춰야”

학술특집// 한국복음주의신학회, 제78차 정기논문발표회 개최

2022-05-04     정하라 기자

휘튼대 애버네시 교수, 미국의 신학교육 위기 진단
신학교육의 목적…그리스도 형상 닮은 학생 양성

한국복음주의신학회

서구의 신학교육기관이 무의식적으로 학생들을 서구 지식인의 이미지로 양성하거나 성공한 기업가처럼 보이기 위해 기독교를 자기계발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는 영성에 대한 강조가 부재한 교육과정 때문이며, 국내 신학교가 이러한 전철을 따라가지 않기 위해서는 철저히 말씀 중심의 영성훈련을 펼쳐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국복음주의신학회 제78차 온라인 정기논문발표회 및 제20차 정기총회가 지난달 30일 열린교회(담임:김남준 목사)에서 ‘성경과 신학교육, 성경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렸다.

이날 줌(ZOOM)을 통해 주제강연을 펼친 휘튼대학교(Wheaton College) 앤드루 애버네시 교수(Andrew T. Abernethy, 구약성경 부교수)는 영성교육이 부재한 서구의 신학교육 현실을 짚고 국내 신학교가 나아가야 할 미래 방향을 제시했다.

애버네시 교수는 “현재 미국의 기독교 고등교육은 심각한 위기에 있다”면서, “이는 단순히 등록 수의 감소나 온라인 또는 혼합형 학습으로의 전환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신학교육기관이 학생들을 제대로 길러내지 못하는 고질적 문제를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먼저는 서양의 신학교육과정이 학생들을 유럽의 지식인 이미지로 양성하려 한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애버네시 교수는 “서양 신학교육에서 학생들을 이상적인 석학의 모습대로 빚어가고, 학생들은 여기에 자신의 신앙과 판단을 맞춰간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서구 지식인의 모습을 서서히 갖추게 된다”고 밝혔다.

물론 성경을 이해하기 위한 과정에서 오는 유익을 경험할 수 있지만, 신학교육의 궁극적 목적은 예수 그리스도를 닮은 종들을 양성하고, 양육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

또한 그는 “미국에서 신학교육에 활력을 불어넣는 또 다른 이미지는 ‘자기계발 기업가’의 이미지”라며, “미국인들은 대중에게 관심받는 지도자들을 좋아하며, 교회 출석인 수가 2만 명이 넘는 대형교회 목회자들을 우러러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성공한 목회자의 모습이 청중을 끌어들이고, 기독교를 하나의 브랜드로 만드는 사업가의 이미지로 구축된다는 것. 그는 “이러한 산업적 지도자들에 의해 ‘판매되는’ 기독교는 자기계발의 수단으로 변질된 기독교”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방식의 서구의 신학교육은 학생들을 목회자가 아닌, ‘기업가’로 양성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애버네시 교수는 “많은 신학교 과정에서 언어 요구 사항과 성경 및 강해설교 훈련의 비중을 줄이고 있는 대신 리더십, 참여 문화 및 주제 설교에 대한 과정을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신학생들이 2년제의 신학 석사학위를 선호하고 있으며, 신학 석사(M.Div) 대신 목회 석사, 목회 및 리더십 석사 또는 변혁적 리더십 석사에 등록하는 추세가 증가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흐름의 원인으로 “엄격한 성경 읽기와 신학훈련이 목회에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라며, “많은 이들이 실용적인 기술을 배워 성공적인 교회를 짓고 크리스천 기업가와 같은 목회를 하기를 원한다”고 진단했다.

이에 비추어 한국의 신학교육 현실을 점검한 그는 “한국에서도 기독교를 통해 세상의 복된 삶과 물질적 풍요를 얻고자 하는 신앙이 있다고 들었다. 한국 신학교육이 서양의 신학교육과정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서양 신학교육에서 강화해야 할 점으로 ‘영성’에 대한 강조를 꼽았다. 앤드류 교수는 “신학교육을 통해 성경 본문을 효과적으로 해석하는 학생들은 많아졌지만, 말씀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그리스도를 닮은 종들로 살아가는 이들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학생들을 그리스도의 형상을 닮아가도록 양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말씀 중심의 영성교육을 강조했다. 말씀을 통해서만이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 그는 “궁극적으로 신학교육의 목표는 하나님의 말씀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그에 따라 양 떼를 돌볼 수 있는 그리스도를 닮은 종을 양성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복음주의신학회는

특히 그는 “성경에 관한 지식을 얻는 일을 성경을 통한 변화와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성경적 지식을 축적하도록 도울 뿐 아니라 학생들이 말씀 안에 거하고,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종으로 변화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웨스트민스터신학교 조엘 킴 총장과 박성일 교수(웨스트민스터신학교, 쥬빌리교회)가 각각 주제강연을 펼쳤으며, 세미나 후에는 정기총회를 열어 한국복음주의신학회의 새 회기를 이끌어갈 임원진을 선출했다.

이날 신임회장에는 임원택 교수(백석대)가 선출됐으며, 공동부회장에 강규성 교수(한국성서대), 장세훈 교수(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총무에 김재윤 교수(고려신학대학원대학교)가 각각 선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