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자에겐 표준 삼을 이론적 밑바탕이 필요하다”
정장복 전 한일장신대 총장, 신간 ‘설교의 신학’ 펴내 선배 설교자들의 사역과 현대 설교자들의 현주소 정리
“급속도로 시대가 변천하고 있는 오늘의 현장에 많은 설교자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한국 예배설교학의 기수로 신학교에서 후학들을 가르치며 40여년 간 80여권의 저서를 펴낸 정장복 전 한일장신대 총장의 말이다. 정 전 총장은 “시대의 급변하는 현장을 보면서 설교의 갱신을 부르짖는 함성들이 오래전부터 일기 시작했다. 그러나 강단의 주역들은 그 함성 앞에 새로운 대책을 세우지 못한 채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계속해서 걷고 있을 뿐”이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정 전 총장은 최근 펴낸 ‘설교의 신학’(예배와설교아카데미)을 통해 오늘날의 설교자들을 향해 진심 어린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같은 수준에서 펴내는 다른 목사의 설교집은 부지런히 모으면서도 설교의 신학과 이론에 관한 연구는 좀처럼 하지 않는 이들이 많습니다. 설교자들에게는 사역에 표준으로 삼을 이론적인 밑바탕이 필요합니다.”
그러면서 정 전 총장은 “한국의 토양 위에서 수행되어야 할 설교사역의 최우선 과제”로 “초기 설교자들이 어떤 설교 사상을 가지고 심혈을 기울였기에 이 땅의 교회를 이만큼 일구어낼 수 있었는지를 분석해야 한다. 그리고 오늘의 설교사역자들이 정립해야 할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책에서는 ‘히포’와 ‘어거스틴’, ‘칼뱅’, ‘곽안련’ 등 선배 설교자들의 특성과 설교 원리, 업적 등을 스토리텔링 방식을 통해 설명한다. 비판적인 평가도 잊지 않았다.
그런가 하면 ‘한국 강단을 침몰시키는 요소’를 10가지로 일목요연하게 분석했다. 정 전 총장의 10가지 분석 가운데 ‘설교자 자신의 등장이 하나님을 가로막는다’는 대목이 뼈아프게 다가온다.
“설교시간에 하나님이 가장 불쾌하게 여기시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하나님이 나타나야 할 자리에 설교자가 가로막고 서 있는 모습입니다. 하나님을 기쁘시게 해 드리는 데 최우선의 목적을 두지 않고 회중의 찬사에 깊은 관심을 두는 일이지요. 어느 설교자도 하나님이 보여야 할 자리에 자신이 가로막고 있음을 인정하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자신은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믿고 외치지만 그 표현된 언어의 문장을 조금만 눈여겨보면 설교자가 주어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교회 설교자들이 제일 많이 쓰는 ‘축원합니다’, ‘소원합니다’, ‘믿습니다’가 사용된 문장의 주어를 살펴보면 그 자리는 모두 일인칭 단수인 ‘나는’입니다. 사용한 문장의 주어 자리에 ‘하나님’, ‘주님’, ‘예수님’, ‘성령님’을 넣어 보면 누가 주어의 자리에 있는지를 바로 알게 됩니다.”
성언운반일념
‘성언운반일념’은 정 전 총장이 끊임없이 강조하는 설교자의 기본 정신이다. 정 전 총장은 “한국교회 설교자들이 가지는 가장 큰 문제점은 설교 준비와 그 내용이 자기 생각과 지식과 경험 위주로 한다는 점”이라며 “성언운반을 최상의 목표로 삼고 나아가는 설교자는 자신이 보살피고 있는 양들에게 필요한 메시지를 하나님께 먼저 구하는 태도를 보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전 총장은 “참된 설교사역은 부르시는 분의 말씀을 손상시키지 않고 그대로 정확하고 아름답게 운반하는 일”이라며 “진정한 성언운반자는 오직 주시는 말씀을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성실히 운반하려는 일념만을 가지고 두렵고 떨리는 심정으로 강단에 오른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책은 정 전 총장이 그의 전공분야인 예배 설교학을 마무리하는 결과물로서 의미가 남다르다. 그는 “본서를 출간하면서 느끼는 감회가 여느 때와 사뭇 다르다”며 “평생을 몸담았던 설교학의 학술적 접근의 마지막 작품이기에 퇴역의 아쉬움을 실감한다. 바라기는 사랑하는 후학들이 본서를 읽어 주시고, 뿌리 깊은 올곧은 설교인의 길을 걸어주신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