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와 코로나

예전 꼬마 때 몸이 아프면 어머니가 바나나를 하나 사 주셨습니다.

무척이나 귀한 바나나는 그때 제 생각엔 몸이 아파야만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구요. 혹 다른 형제들이 아파 바나나를 먹을 때면 ‘아~ 나도 아파서 저거 먹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금요일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목사님~ 늘 성도들만 챙겨 주시느라 정작 목사님은 몸이 피곤하실 줄도 모르셨나 봐요. 코로나도 면역력이 조금 안 좋을 때 걸린다고 하잖아요~ 아프지 않고 빨리 회복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성도들만 먹을 거 풍족히 챙겨 주셔서 목사님 뭐 드실 만한 게 있을까 생각하다가 육전 포장했으니 따뜻할 때 조금이라도 드세요.”

“저 포함 성도들이 목사님 많이 보고 싶을 테니 얼른 회복하셔서 얼굴 빨리 보여주세요. 목사님~” 하고 제 사무실 앞에 먹을 것도 메시지와 함께 놓아 주는 성도들도 있구요~

“아~ 이 목사님~” 하고 은퇴하신 이승준 목사님이 전화를 주셨습니다.

“나 4층 목회실 앞이에요~”

“네~ 목사님! 그런데 제가 지금 목사님을 만날 형편이 못 되는데요~”

“알아요~ 멀리 떨어져 있을 테니 얼굴만 보여주세요.”

문만 잠깐 열어 보니 망고, 그 비싸다는 딸기, 토마토 등등 과일을 잔뜩 사서 제 문 앞에 두신 목사님은, “잘 이겨내세요~” 하고 얼굴만 보여 주곤 돌아가셨습니다.

코로나 이게 막상 걸려 보니까, 저와 우리 장로님들이 대처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니까요. 확진이라 해도 약을 스스로 타러 가야 한다는데 막막한데요. 옆에 부교역자들이 도와주니 일도 아니었습니다. 각자도생이라는 말은 교회 다니는 지체들이라면 쓰지 말아야 하는 단어 같이 느껴지기도 했구요.

이리저리 과일, 먹을 것 챙겨주시는 성도들이 있어서요, 이거 다 먹으면 돼지 될 듯합니다. 우리 교회 지체들이 코로나 걸렸다 하면, 먹을 것과 함께 교구별로 그 집에 심방하도록 한 건 무척이나 잘한 듯싶었습니다.

이번에 홍게가 있다 해서 홍게를 60만원 어치 주문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받아보려니 15마리에 20만원이나 하구요, 너무 작아서 고민이 됐습니다. 지금 30가정도 넘는데 어떻게 할까 생각하고 있는데, 지금 자기도 코로나 확진되어 격리되어 있는 신선욱 간사가 홍게 50만원어치를 제가 주문했다 하니 자기가 감당하겠다고 했습니다. 조금 부족하듯 싶다고 하니 100만원을 박정선 간사에게 더 보냈습니다. 자기도 코로나에 걸렸으면서 150만원으로 성도들을 섬길 수 있는 기회가 감사하다고 하더라구요. 이번엔 회, 매운탕, 홍게로 코로나 걸린 가정을 돌볼 듯싶습니다. 감사한 일이죠.

우리 교회가 코로나 걸린 가정을 위해 20만원쯤 책정했을 땐 몇 가정 안 됐을 땐데, 지금은 30~40 가정이 나오는데도 넉넉하게 뭔가 먹을 것으로 계속 섬길 수 있다는 게 이런 마음들이 힘을 합해 가능한 한 듯싶습니다. ‘바나나 먹고 싶으면 아파야 되는데…’ 했던 어린 시절의 마음이 ‘지금은 코로나 걸리면 먹을 게 많은데…’ 하는 마음으로 바뀌었습니다.

아무리 먹고 싶으셔도 코로나는 환영하지 마세요. 사실 조금 아픕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