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성찬 함께하는 ‘예전의 회복’ 시급

2004-08-01     
‘교회 공동체를 세우는 또 하나의 예식’으로 초대 교회 이후 지금까지 교회의 역사와 함께 하며 그 중요성이 강조돼 왔던 ‘성찬’. 그러나 최근 들어 연례 행사 정도로 그 의미가 평가절하된 것은 물론 그 횟수 또한 현격히 줄어들면서 ‘성찬의 회복’이 강조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한국교회에서 실시되는 성찬은 1년에 4번 정도. 신년, 고난주간, 부활절, 성탄절 등 특정 주일을 기념해서 실시하거나 분기별로 한번씩 실시하는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성찬의 중요성이 반감된 것은 설교에 대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졌기 때문. 한국교회의 목회패턴이 ‘설교 중심’으로 바뀌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교인들 또한 성찬보다는 ‘설교가 좋은 교회’를 선호하는 것은 마찬가지. 교회를 선택할 경우 ‘설교’를 가장 우선 순위에 두는 것은 물론, 좋은 설교를 듣기 위해 교회를 옮기는 일은 흔한 일이 된 지 이미 오래다.

“교회에 설교를 들으러 가는 것이지 성찬식을 하기 위해 가는 것은 아니지 않나요?”라고 반문하는 권상일 씨(28세, 가명)는 성찬을 ‘예배를 위한 부수적 요소’로 인식하고 있는 성도들의 인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성도들의 이런 인식은 목회자들과도 무관하지 않은 문제. 성찬의 빈도가 그만큼 희박했기 때문에 파생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모태신앙으로 38년째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김태곤집사(가명)도 “신년과 고난주일에 성찬식을 했던 것은 기억하는데 또 언제 하는지는 생각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고난주간 이후 성찬식을 한번도 갖지 않았다는 말이다.

한국교회의 이러한 성찬 방식과 관련 총신대 정일웅교수(실천신학)는 “성찬의 거행 횟수를 년 2회에 한정하고 있는 것을 보면, 말씀과 성찬이 함께 거행되는 예전의 회복은 시급한 개혁의 대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로마가톨릭교회의 성찬 중심의 예배에 설교 없는 행위를 비판하고 설교와 성찬의 균형과 조화있는 예전의 회복을 위한 종교개혁은 실천신학의 관점에서 보면 한국교회에 와서는 역으로 개혁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한진환교수(고려신학대학원) 또한 “초대 교회의 성찬은 그리스도의 구속을 기념하며 감사하는 것 외에 성도의 연합이라고 하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설명하고, “공동체의 하나됨을 나타낼 수 있는 풍부한 상징적 행위들과 언사들을 사용해 성찬을 나누었으며, 성찬상에 둘러 앉아 하나의 떡으로부터 떼어 먹고 하나의 잔으로부터 마시며, 평안의 인사를 나누고, 어떤 전통에서는 서로간에 죄를 고백하기도 하며, 중보의 기도를 드리는 모든 순서들이 각 지체들이 서로 뗄 수 없는 사랑의 줄로 연합되어 있음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한교수는 또한 “한국교회가 미국 장로교회나 회중교회의 관습을 따라 미리 썰어놓은 떡을 받고 미리 부어 놓은 잔을 받는 것은 한 그리스도의 몸으로부터 받으며 한 잔으로부터 마신다고 하는 상징성을 놓침으로써 연합과 교제라고 하는 성찬의 의미를 충분히 살리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유해무교수(고려신학대학원)는 “한국교회는 분기별 성찬을 지킨다. 이것이 종교개혁의 전통이지만 이 전통 자체가 정당하지는 않다. 우리는 개혁의 유익을 이어받되, 개혁을 넘어서 고대 교회와 초대 교회의 모습을 회복함으로써 공 교회적인 전통을 확립해야 한다”고 말하고 한국교회에서의 성찬이 시급히 회복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찬의 회복은 비단 신학자들의 공통된 지적이 아니더라도 ‘나눔과 공동체’가 강조되고 있는 한국교회의 예배 개혁과 회복을 위한 필수 요소라는 것이 전반적인 견해다. 성찬은 우리가 한 몸임을 나타내는 예식이기도 하지만 서로의 이기심과 미성숙을 뛰어넘는 나눔과 섬김을 나타내는 것이기에 그 회복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공종은기자(jekong@uc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