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곤란함

이찬용 목사의 행복한 목회이야기 (181)

2021-12-14     이찬용 목사(부천 성만교회)
이찬용

“목사님~ 너무 어려운 때인데 기도요청을 해서 죄송합니다.”
뜬금없이 오는 카톡 내용입니다.

12월이 되면 여러 가지 일들이 많이 있는데요. 일단 대부분의 목회자가 그러하듯 발신전화가 정확하지 않은 것은 받기가 힘듭니다.

선교사님들이나 여러 기관에서 내년 새로 지원하는 계획에 우리 단체도 넣어 달라는 전화가 대부분이고, 사실 거의 지원은 정해져 있어서 하나 더 늘리는 것도 그리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해외에 계신 선교사님들도 이 부분은 마찬가지라 하시더라구요.
할 일은 더 늘어만 가고, 돈 들어갈 일들은 많아지는데, 매년 연말이 되면 한국에서 온 전화는 “선교사님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우리 선교부에서 올해까지만 지원하기로 결정되어서요. 죄송합니다” 하는 내용에 겁이 나기도 한다구요.

대형 교회에서 지원도 받는 선교사님들, 그리고 선교사님들 중에서도 빠른 선교사님들은 12월에 지원교회를 늘리기도 합니다. 성도들을 상대로 좀 더 선교비를 말씀드리기도 쉬운 계절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선교사님들은 그저 하늘만 바라보고, 묵묵히 선교지에서만 사역하기에 상대적으로 선교동역 교회나 동역자를 늘리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제법 규모가 있는 교회의 담임인 제 친구목사님은 매년 겪는 이런 일들에 유독 힘들어 합니다.  
“다른 건 별로 힘들지 않는데요~ 그 선교지나, 개척교회의 상황을 뻔히 알면서도 거절해야 한다는 게 너무 힘들어요. 사정을 잘 말씀드리고 거절해도, 뒤에서 들려오는 말들은 ‘교만하다~ 너무 한다’ 하는 말들만 들려오구요. 매년 12월이 내겐 너무 큰 숙제예요.” 하시더니~ 급기야 65세에 은퇴를 선언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우리 모두가 나서서 말려도 말릴 수가 없었습니다. 너무나 힘들어 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그게 그 목사님에겐 가장 곤란함이라는 것도 알았구요.

코로나 시기에 교회가 얼마 사라졌고, 성도가 얼마나 줄었고, 교회 재정이 얼마나 마이너스고 이런 말들이 이곳저곳에서 들려오는 요즘입니다. 세금 폭탄 때문에 너도나도 당혹스러운 모습이고, 교회에서 사업하는 성도들도 어렵고, 소상공인도 어렵고, 우리나라가 어렵고, 전 세계가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어제는 어느 목사님이 전화가 와서 못 받았더니, 직접 교회로 찾아와서 자그마한 무언가를 놓고 가셨더라구요. 그분의 사정을 알기에 작년에도, 그 작년에도 얼마간 그냥 도움을 드렸는데, 이제 당연스레 찾아오는 모습이 마음 불편하기도 했구요.

이렇게 찾아 올 수 밖에 없는 그분의 형편이기도 하겠다 싶지만, 교회 재정을 담임목회자 혼자서 무턱 대고 막 할 수도 없는 입장이어서 피해야 하기도 합니다.

12월은 한 해의 마지막이라고 하는데요, 12월은 저같은 담임을 맡고 있는 목사에게는 참 곤란한 달이기도 하답니다.


부천 성만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