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 제거하기보다 더 크고 고상한 것을 가지라
실천하는 십계명, 다시 쓰는 신앙행전 (39)탐욕이 철학의 단골 주제인 까닭
10개 계명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 ‘탐욕’
비우려 해도 비울 수 없는 속성 주목해야
욕망은 인간의 본질인지도 모른다. 욕망하기 때문에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자연을 정복하고, 문명을 꽃피우면서 삶을 개선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간의 역사 속에서 욕망은 긍정적인 결과만을 도출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온갖 추악한 이야기들의 근원을 따라가다 보면 그곳엔 반드시 욕망이 자리하고 있다.
서양철학에서도 욕망은 중요하게 다뤄지는 소재였다. 플라톤은 욕망을 ‘결핍’과 연관 지었고, 니체는 욕망을 가치나 형식을 부여하는 힘으로 해석했다. 불교에서는 인간 마음속의 ‘독’으로서 탐심을 지목한다. 욕망으로 인한 집착이 맑고 순수한 이성을 마비시킨다고 봤기에 탐심이 사라진 상태를 지향했다.
욕망의 본질이 무엇인지는 인류가 존재하는 한 계속될 질문이다. 십계명의 열 번째인 제10계명 또한 욕망에 관해 이야기한다. 하나님은 왜 십계명의 마지막으로 제10계명을 주셨을까.
십계명 전체를 총정리하는 계명
유종의 미. 처음 시작한 것을 끝까지 잘 마무리한다는 뜻의 이 말이 제10계명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흔히 십계명을 설명할 때 “하나님과의 관계를 다룬 1~4계명, 사람과의 관계를 다룬 5~10계명”이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그런데 조금 더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열 번째 계명에서 앞의 9가지를 보완하고 상기시키는 ‘총정리’의 성격을 발견할 수 있다. 강성성경연구원장 박 목사는 “제10계명은 십계명의 모든 범죄를 가능케 하는 범죄”라고 설명한다. 탐심 혹은 열망이 모든 죄악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1~9계명까지를 인간의 탐욕과 연관해 다시 살펴봤다.
제1계명에서 하나님은 “나 외에 다른 신들을 네게 두지 말라”고 명하셨는데, 인간은 자기가 욕망하는 바를 하나님보다 더 앞세우며 갈구한다. 돈, 성공, 자식, 자신 등을 하나님보다 더 사랑하는 자체가 1계명을 어기는 것이다.
제2계명은 ‘너를 위하여 우상을 만들지 말고 절하며 섬기지 말라’는 명령이다. 광야로 나온 이스라엘 백성들이 ‘황금 송아지’를 만든 것이 대표적인 2계명 위반이다. 이들이 ‘황금 송아지’를 만든 것은 “하나님을 내 마음대로 보겠다. 내 마음대로 주물러보겠다”는 욕망 때문이었다. 하나님은 우리가 원하는 어떤 무엇이 아니라 하나님 그 자체이시다.
“내 이름을 망령되게 부르지 말라”는 제3계명은 어떤가. 인간들은 자신의 욕심이나 인간적인 사상에 ‘하나님의 뜻’을 교묘하게 섞어 마치 영적인 양 포장한다. 3계명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행동이다.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키라”는 제4계명이 깨지는 순간도 탐심과 무관하지 않다. 안식일은 하나님이 베풀어주신 은혜를 기억하는 날인데, 이날조차 불안해서, 뒤처질까 봐 쉬지 못한다면 4계명을 위배하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탐심 때문에 “네 부모를 공경하라”는 제5계명을 소홀히 하는 이들도 흔하게 발견할 수 있다. 박요일 목사는 “부모공경은 강제적 의무명령이나 그 명령을 통하여 하나님은 인간에게 복을 주신다”며 “물질에 대한 탐심 때문에 부모공경을 회피하면 이는 하나님에게서 오는 물질의 축복을 차단하는 어리석고 악한 죄를 짓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많은 살인이 물질과 명예, 권력 등과 관련한 각종 탐심에서 비롯된다는 점은 “살인하지 말라”는 제6계명을 떠오르게 한다. 제7계명 “간음하지 말라” 또한 육신의 악한 탐욕에서 문제가 비롯된다. 박요일 목사는 “성을 사고파는 직업을 갖게 되는 것도 돈벌이 때문”이라며 “돈 때문에 매춘행위를 돕거나 숨겨주기도 하는데, 이는 인격과 사회를 파멸로 이끄는 범죄”라고 말했다.
제8계명 “도둑질하지 말라”는 탐심과 가장 직접 연관되어 있다. 탐심 때문에 남의 소유를 도둑질한다. 탐심 때문에 저지르는 가장 많은 죄가 도둑질이다.
“네 이웃에 대하여 거짓증거 하지 말라”는 제9계명과 관련해서는 “제9계명의 핵심은 사법상의 진실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대가를 받고 거짓증거를 하거나 돈을 받고 잘못된 판결을 내려주기도 한다. 사법 정의 실현을 위해 탐심이 개입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비움이 아니라 채움
탐욕과 관련한 앞의 9계명을 살펴보면 열 번째 계명을 잘 지키는 것이야말로 다른 계명을 수호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러면 어떻게 탐욕을 다스릴 수 있을까. 흥미로운 점은 세상의 많은 종교가 이 탐심을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욕망을 절제하는 데 초점을 맞춘 불교의 방법은 현대인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법정 스님의 인기도서 ‘무소유’가 저자 사후에도 큰 사랑을 받는 것이 그 증거다.
백석대 장동민 교수는 “불교적 가르침의 문제는 욕망이라는 것이 끊거나 없앨 수 있는 성질의 아니라는 데 있다”고 지적한다. 장 교수는 “어느 정도 억눌렀나 싶은데, 옆집 사람이 새 차를 사고 동서네 애들이 명문대학에 들어갔다고 하면 다시 무언가 부족한 마음이 든다”면서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인간의 기본적인 심성인 무언가를 갈망하는 마음은 없애고 싶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장 교수는 “인간의 마음은 빈 그릇과 같아서 항상 무언가로 차 있어야 한다”면서 ‘비움’이 아니라 ‘채움’에 성경적 답이 있다고 설명한다. 무엇을 채우라는 것일까. 바로 하나님 나라의 의다.
“성경의 가르침은 욕망을 제거하라는 것이 아니라 더 크고 고상한 욕망을 가지라는 것입니다.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염려하지 말고 더 큰 것, 즉 하나님 나라와 그의 모든 의를 구하라고 하십니다. 그저 궁핍하게 살라는 것이 아니라, 모든 능력을 주시는 하나님께서 궁핍을 능가하는 기쁨을 주신다고 약속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