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단상]감사는 메마른 삶의 샘이 된다

임병재 목사 / 엘드림교회 담임

2021-11-26     임병재 목사

‘오른손잡이의 슬픔’ 
오른손 아프고부터 왼손 있다는 사실 알았다 / 나는 오른손 왼손 평등하게 가지고 태어났으나 / 태어나면서 나는 오른손에 힘주며 세상을 잡았다 / 나는 오른손으로 숟가락을 잡았고 / 오른손으로 연필 쥐고 공책에 글 썼다 / 오른손으로 악수 하고 주먹 날리고 / 오른손 새끼손가락 내밀어 사랑을 약속했다 / 우주의 무게 중심이 오른쪽이라 믿었으니, 전지자도 /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도록 하라 가르쳤으니 / 왼손은 오른손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으나 / 왼손은 오른손에서 가장 멀리 잊혀져 있었다 / 오른손 아프고부터 왼손으로 세상을 잡아 본다 / 왼손으로는 지푸라기 하나 쉽게 잡히지 않는다 / 자꾸만 놓치고 마는 왼손의 미숙 앞에 / 오른손의 편애로 살아온 온몸이 끙끙거린다 / 오른손잡이도 왼손잡이도 절반을 잃고 사는 것이다 / 오른손잡이도 왼손잡이도 슬픈 사람인 것이다 / 손은 둘이 하나다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이 / 두 손을 모아야 기도가 되듯이

정일근 시인의 시 ‘오른손잡이의 슬픔’이다. 
우리는 그동안 왼손이 있음을 감사해 보았는가? 오른손을 쓸 수 없으니까 그제야 왼손이 보였다. 우리는 빼앗겨 봐야 내가 가진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된다. 내가 지금 가지고 있고, 사용하고 있는 일상의 것들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고 살기에 소중함을 모른다. 일상의 일들이 그 누구에게는 단 한 번이라도 간절하게 하고 싶은 특별한 일이 된다. 

오래 전에 TV에서 25살 된 자매의 모습을 보았다. 이름 모를 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고 있었다. 

암투병이 만만치 않았다. 그 자매의 버킷리스트 첫 번째가 가족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그리고 여행, 서울숲 가는 것, 한복 입고 고궁 가는 것, 직장 생활… 소박한 마지막 바람을 보며 가슴이 먹먹해졌던 기억이 난다. 

나는 이런 것들을 할 수 있는 형편인가? 그렇다면 나는 감사할 이유가 분명히 있는 것이다. 그런데 입에서는 여전히 불평이 나온다. 없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 아닌, 있는 것의 소중함을 알지 못하기에 나오는 불평이다. 물론 없는 것도 있고, 힘에 겨운 일들이 있고, 감당하기 어렵고, 때로는 포기하고 싶은 상황도 있다. 그러나 그 상황에 대해 불평하면 달라질까? 아니다. 그 불평이 내 마음과 감정을 더 메마르게 하고 있다. 그 불평이 나오는 이유는 어떤 것이 없어졌기에 나올 수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그것을 가지고 있을 때는 감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우리는 있을 때는 감사하지 않다가 그것이 없어지면 불평을 하는 ‘감사 빈곤’의 삶을 산다. 그러하기에 지금 있는 사소한 것이라도 소중하고 특별한 것으로 알고 감사해야 하고 비록 그것이 없어져도 감사로 반응해야 메마르지 않게 된다. 

“욥이 일어나 겉옷을 찢고 머리털을 밀고 땅에 엎드려 예배하며 이르되 내가 모태에서 알몸으로 나왔사온즉 또한 알몸이 그리로 돌아가올지라 주신 이도 여호와시요 거두신 이도 여호와시오니 여호와의 이름이 찬송을 받으실지니이다 하고 이 모든 일에 욥이 범죄하지 아니하고 하나님을 향하여 원망하지 아니하니라” (욥 1:20~22)  
 
욥에게는 고난까지 예배의 이유, 찬송의 이유가 되었다. 그러기에 원망이 없었다. 

내가 지금 사막을 느끼고 있다면 샘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내 인생의 샘은 감사다. 팍팍하고 메마른 삶을 감사로 적실 때 사막은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