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훌륭한 어른

2021-10-06     이진형 기자

닮고 싶은 사람이 많았다. 어릴 땐 그랬다. 누구나 그렇듯 ‘훌륭한 어른’이 되고 싶었다. 나이가 들고 세상을 살다 보니 많은 것이 변했다. 언제부턴가 “저렇게는 살지 말아야지”라는 말을 자주 뱉어낸다. 훌륭한 사람은 위인전 속에만 존재하는 듯하다. 닮고 싶은 사람을 도무지 찾기가 어렵다.

정치인, 연예인, 운동선수, 유튜버 같은 유명인들이 인기를 끌다가도 하루아침에 사라지곤 한다. ‘내로남불’이 만연하고 배신감에 휩싸이기 일쑤다. ‘설마’ 했던 인물이 학폭 가해자로 지목되는 건 이제 놀랍지도 않다. 개인과 사회를 둘러싼 네트워크가 점점 더 촘촘해지는 ‘초연결사회’에서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윤리와 도덕 기준이 요구되기 때문일까.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은 정말 없는 걸까.

지난 주일 설교에서 자식을 ‘수중의 화살’에 비유한 시편 구절로 부모의 역할을 강조한 목사님의 말씀이 인상 깊었다. 자녀들은 부모가 어떤 말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삶을 살았는가를 보고 그 길을 따라간다는 내용이다. 아버지가 된 이후로 ‘위인’까진 못되더라도 적어도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인생을 살겠노라 다짐했다. “아빠처럼 살고 싶어요”라는 말은 부모가 자식에게서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임이 분명하다.

정치적 수사가 넘쳐나는 시기가 왔다. 온갖 번지르르한 말과 잘 꾸며낸 이미지에 현혹되지 않는 현명한 시민이 되기 위해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내 손으로 뽑을 지도자를 선택하면서 과도한 정치적 올바름이나 마타도어는 차치하고서라도 적어도 범죄자는 걸러내야겠다는 생각이 모두들 간절하다. 마땅히 존경받을 만한 이순신 장군님 같은 위인이 우리가 사는 이 시대에도 분명히 있을 거란 일말의 희망을 가져본다. 말이 아닌 삶으로 보여주는, 누구나 닮고 싶은 그런 훌륭한 어른이 없는지 두 눈 부릅뜨고 들여다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