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자 유가족, 위로와 공감으로 충분한 애도시간 줘야”
■ 목회자를 위한 자살예방 가이드 (하)
자살 재시도 막기 위해 ‘신뢰 협력관계’ 절실
유가족에 대한 사회적 낙인, 2차 피해 막아야
라이프호프 기독교자살예방센터(대표:조성돈)가 발간한 ‘교회와 목회자를 위한 자살예방과 정신건강 상담가이드’를 바탕으로 목회자들이 목회 현장에서 자살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살펴보고 있다. 자살 시도자나 사망자가 발생하면 가족, 친지, 친구, 주변인들, 그리고 멀게는 자살소식을 접한 지역사회 구성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자살로 인한 죽음은 충격과 혼동, 정서적 고통과 여러 가지 적응상의 어려움을 경험하게 하며 심지어 자살 위험을 높이기도 한다.
특히 한 해 1만 4천여 명이 자살로 목숨을 끊고 있으며, 이들의 영향을 받는 유가족과 이웃은 14만 명에서 28만 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자살 시도자, 자살 유가족, 자살로 힘들어하는 교인들과 이웃을 어떻게 보살펴야 하는지 목회적 돌봄 방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특히 교회와 목회자가 자살 예방과 자살 시도자의 재시도 방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목회자로서 생명사역(자살 예방)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알아본다.
자살 시도자 사후관리 중요
자살 시도는 자살하려는 사람이 자신이 죽을지 살지를 알 수 없으면서, 짧은 시간 동안 의도적으로 자신을 제한적으로 해치는 행위다. 즉 자살 시도는 죽으려는 의도를 지녔다는 증거가 있고 스스로 상해를 입히는 잠재적으로 해로운 행동이다.
자살 시도자는 다시 자살 행동을 반복할 위험이 매우 높다고 알려져 있다. 통계에 따르면 1년 내 12~20%가 자살을 재시도하고, 재시도로 사망할 위험이 1년 내 1~3.3%로 보고되고 있다. 자살 시도 3개월 이내에 자살기도를 해 사망할 위험도 높다. 그러므로 자살 시도자의 재시도 방지를 위해 다음 같은 원칙을 염두에 두는 것이 필요하다.
첫째, 자살 시도자와 신뢰 협력 관계를 유지한다. 성직자는 안정성과 신뢰감을 제공하면서 무비판적인 태도로 의미 있는 상담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둘째, 자살 시도자의 안전기지 역할과 안전전략을 세운다. 종교기관과 성직자는 자살 시도자에게 위기의 순간에 연락하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안전한 장소 또는 안전기지가 되어주어야 한다. 또한 자살 시도자에게 주기적으로 전화를 해주거나 몇 년간 표준화된 편지나 엽서를 보내주는 것이 자살 위험을 줄이고, 사회적 유대감을 형성하게 한다.
셋째, 자살은 질병이 아니라 행동이라는 인식을 갖는다. 자살을 질병의 문제가 아니라 행동으로 보는 것은 새로운 관점에서 자살 시도자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자살 행동의 목적은 정신적 고통에 의해 지배받는 견디기 어려운 마음의 상태로부터 탈출하는 것이다.
넷째, 자살 위기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행동을 설명한다. 자신의 자살 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게 하는 것은 유일한 해결책으로 자살을 선택하지 않고, 삶의 목적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바꿀 수 있다.
성직자는 자살 시도자의 이야기를 통해 떠나게 된 여행의 동반자이다. 성직자는 경청자로서 자살 시도자를 이야기에 초대해야 하며, 자살 시도자가 이야기하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된다.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으면서 중요한 인생 경험의 의미와 자살 위기와의 관련성을 찾아내고 이해해야 한다.
“유가족에 대한 치유와 애도 있어야”
교인 : “그날 이후로 왜 그랬을까만 생각해요. 제가 잘못해서 이런 일이 생긴 것 같아요. 하루에도 몇 번씩 멍해지고 너무나 혼란스러워요.”
목회자 : “너무나 큰 일을 겪으시고 많이 혼란스러우시지요. 내가 잘못한 일들이 떠올라 마음이 미어질 것 같으시군요.”
자살로 가까운 이를 떠나보낸 사람은 다른 유가족이 느끼는 상실감보다 더 큰 아픔과 슬픔을 경험하게 된다. 침습적으로 고통스러운 기억이 떠오르고,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 계속 생각하게 되며, 깊은 슬픔과 상실감을 경험한다. 또 그 일을 막지 못했다고 여기며 죄책감에 시달리고, 삶에 희망이 없다고 느끼는 무망감 또는 절망감을 느끼게 된다.
2차적인 고통은 슬픔을 더 크고 혼란스럽게 경험하도록 하는데, 이는 자살 유가족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다. 그로 인해 애도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조차 두렵게 되면서 일반적인 애도의 과정이 차단되고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그렇다면 자살 유가족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자살 유가족을 도울 때에는, 교인이 원하는 이야기를 원하는 만큼 충분히 이야기하고 슬픈 감정이 올라올 때는 슬퍼할 수 있도록 한다. 자책감, 슬픔에 대한 표현 등을 지지와 공감적인 마음으로 경청해야 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듣는 이에게 말하는 것은, 치유적인 애도의 과정이 될 수 있도록 한다. 특히 슬픔의 기간이 1년 이상 장기화되거나 1년 이전이라도 떠난 이에 대한 강력한 슬픔과 고통이 계속되고, 떠난 이나 상황에 대해 집착적인 마음이 지속될 경우 애도의 과정이 조금 더 건강하고 통합적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전문 상담이 필요할 수도 있다.
라이프호프 조성돈 대표는 “유가족들에게는 장례 이후가 더욱 위험하고 중요하다”면서 “유가족들이 충분한 애도의 시간을 갖고, 어려운 일을 당한 순간부터 교회와 목회자의 적극적인 관심과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