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
코로나19는 시간의 벽도 뛰어넘게 했다. 몇 년 후에야 현실이 될 줄 알았던 비대면 활동이 좋든 싫든 일상이 됐다. 교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비대면 예배가 익숙해졌고 교단의 정기총회도 온라인으로 치러졌다.
하지만 기술의 진보는 곧 조직의 발전으로 이어지리라는 생각은 기자의 오산이었다. 지난해 통합 총회의 강단에 올라선 이들은 온라인 총회의 장점(?)을 한껏 활용했다. 정기총회의 가장 중요한 쟁점이었던 ‘명성교회 수습안 철회’ 안건은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끝내 다뤄지지 않았다. 반면 단축된 일정을 감안해 충분히 생략하거나 축소할 수 있었던 총회장 이취임식에는 1시간 반이나 소요됐다.
총대들은 스크린 너머로 팻말을 흔들며 자신의 뜻을 피력하려했지만 소리 없는 아우성에 그쳤다. 대부분의 결의는 본부가 있었던 도림교회 총대들의 동의, 재청으로만 이뤄졌다. 발언 기회는 의장의 지목을 받은 극히 일부에게만 주어졌다. 겨우 발언권을 얻은 이들이 “12개 노회가 헌의한 수습안 철회 안건을 본회의에서 다루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항의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분명한 퇴행이었다.
이후 1년이 지났고 코로나19는 아직도 기세등등하다. 예전과 같이 3~4일 이어지는 총회를 치르는 것은 올해도 요원해 보인다. 그래도 지난해 혼란을 겪은 교단들은 나름의 방책을 마련했다. 일정을 하루로 단축하되 비대면으로 치르는 곳도 있고 3~4개 교회로 총대들을 분산시킨 곳도 있다.
더 이상의 퇴행은 안 된다. 처음 겪는 일이라 어쩔 수 없었다는 지난해의 핑계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앞으로 또 어떤 이유로 비대면 총회를 치르게 될 지, 그보다 더한 일을 겪게 될지 모를 일이다. 한국교회는 전진과 후퇴의 기로에 서있다. 지난해의 혼란을 바탕으로 부디 올해는 성숙한 총회, 진보하는 총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