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역설의 힘
역설의 아름다움은 예로부터 문학 작가들이 사랑해 마지않던 소재다.
현대로 넘어와서도 ‘충격적인 반전’, ‘위대한 결말’ 등의 찬사를 받는 영화들이 이런 역설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 몇 년 사이 가장 흥미롭게 본 영화를 꼽으라면 ‘라라랜드’를 빼놓을 수 없다. 이 작품에서 두 주인공의 이야기가 ‘결혼’이라는 뻔한 결론으로 이어졌다면 결코 전 세계적인 찬사를 받지는 못했을 것이다.
핍박 속에서 오히려 아름답게 피어난 초대교회 선배들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전염병이 창궐한 곳에서 이웃을 돌봤던 이들은, 주변으로부터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불렸다. 아마도 초대교회 성도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목격한 1~2차 증인으로서 죽어야 다시 사는, 져야만 승리하는 놀랍고 영원한 신비를 더욱 가깝게 마주하고 있던 것 아닌가 싶다.
예수 그리스도야말로 역설의 끝을 몸소 보여주신 분이다. 그분은 임금이었지만 볼품없는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으로 향하셨고, 기꺼이 제자들의 발을 닦으셨다. 이런 의외성이야말로 우리가 믿는 기독교가 진리임을 강변한다고 믿는다.
그런데 최근 들어 대한민국에서 기독교가 ‘뻔한 종교’로 전락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개신교 발’ 사건 사고가 이제는 새롭지 않다. 뉴스를 보는 이들마다 “또 그 종교”라고 하며 비난한다. ‘뻔함을 넘어 ‘뻔뻔한’ 이미지까지 뒤집어쓰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금할 길이 없다.
우리는 초대교회 성도들에게서 다시 답을 찾아야 한다. 약하고 박해받던 교회가 세상을 뒤덮을 수 있었던 것은 그 약하고 작은 속에 ‘사랑’이라는 위대한 정체성을 놓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교회를 대적하거나 기독교의 가르침에 역행하는 세상을 향해 오히려 역설적인 사랑을 보여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