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해서 쉴 수가 없다고요? 하나님은 안식하라 명하신다

제4계명 :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키라”(출 20:8)

아주 큰일이 나는 줄 알았다. 주일에 교회에 가지 않고 다른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모태신앙으로 자라온 기자에게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우리 가정은 주일 오전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나서 오후에는 각자의 부서에서 섬기고 저녁에는 집에서 모여 가정예배를 드렸다. 스무 살 대학 입학 이후 자취를 시작하며 가정예배는 추억이 됐지만 어릴 적 주일성수에 대한 기억은 또렷이 남아있다.

그렇기에 지난해는 모태신앙으로 성실하게 자라온 이들에게 낯설 수밖에 없었다. 종일 교회에 머무는 것이 당연했던 주일인데 코로나19로 인해 교회에 갈 수 없는 날이 많아졌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길어지며 주일성수와 주일예배 신앙이 약해질 거란 우려가 많았고 차츰 현실로 나타나는 모양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기자 역시 그랬다.

십계명 제4계명은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키라’고 명령한다. 출애굽기에 서술된 십계명 중 가장 많은 분량을 할애하며 어떻게 안식일을 지켜야 하는지 가르치고 있다. 주일을 거룩하게 지키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이 깊어지는 시대다.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키라는 제4계명을 이 시대의 시선으로 찬찬히 들여다봤다.

왜 쉬라고 하셨을까

십계명의 등장은 출애굽기에서지만 안식일의 출발은 창세기 2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빛으로 시작해 사람에 이르기까지 엿새 동안 세상을 창조하신 하나님은 일곱째 날에 모든 일을 그치고 ‘안식’하셨다. 창세기 2장 3절은 “하나님이 그 일곱째 날을 복되게 하사 거룩하게 하셨으니 이는 하나님이 그 창조하시며 만드시던 모든 일을 마치시고 그 날에 안식하셨음이니라”고 말한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하다. 또 다른 성경 이사야에서는 “땅 끝까지 창조하신 하나님은 피곤하지 않으시며 곤비하지 않으신다”고 말씀한다. 우리도 하나님을 전능자요 절대자로 찬양하며 고백한다. 그런데 왜 피곤치 않으시는 전지전능한 하나님께서 일곱째 날에 안식하셨을까.

그 대답은 신약성경 속 예수님의 말씀에서 엿볼 수 있다. 예수님께서는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있는 것이요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있는 것이 아니”(막 2:27)라고 말씀하신다. 하나님이 안식일을 만드신 것은 우리에게 안식을 주기 위함이었다는 것이다.

출애굽 이전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집트에서 힘겨운 노예 생활에 시달렸다. 바로 왕의 명령에 의해 큰 성과 피라미드를 지었고 엄청난 무게의 돌들을 운반하고 날라야 했다. 그들에게 안식의 시간은 기대하기 힘들었다. 그들을 감독하는 감독관은 물론, 심지어 바로 왕에게 조차 쉬는 날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나님은 안식을 명하신다. 안식일을 통해 이스라엘 백성들은 몸과 영혼이 쉴 수 있었고 하나님의 축복을 바라볼 수 있었다. 쉴 새 없는 고역에서 유일하게 해방될 수 있는 날이 바로 안식일이었다.

안식일을 지킨다는 것은

그렇다면 주 5일제가 보편화된 현대사회는 어떨까. 우리에겐 더 이상 십계명 속의 안식이 필요하지 않게 된 걸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법적으로 휴일이 보장돼있음에도 여전히 우리는 쉬지 못한다. 멈추는 순간 경쟁에서 뒤쳐질 것이란 불안,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우리를 다시 일의 멍에에 매어 놓는다. 주일을 맞아 몸은 잠깐 일터에서 떠나 있을지 몰라도 불안은 우리를 쉽사리 떠나지 않는다.

가난하면 가난한대로, 부유하면 부유한대로 불안은 계속된다. 이웃이 더 좋은 집을 사고, 친구가 더 좋은 차를 샀을 때도 마찬가지다. 스스로 돈과 성공의 노예가 되어버린 현대인에게도 여전히 ‘안식’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를 안식하라 명령하신 주님은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마 11:28)고 말씀하신다.

그래서 하루라도 뒤쳐지는 것이 불안한 현대인에게 안식일을 지킨다는 것은 내 삶의 주인이 오직 하나님이심을 인정하는 믿음의 고백이다. 우리의 삶이 사람의 노력과 땀 흘리는 것에 달려있지 않고 전적으로 하나님의 손에 맡겨져 있음을 고백하는 것이다.

하지만 안식일을 지킨다는 것이 율법주의적인 쉼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예수님 당시 유대인들은 안식일을 너무 철저히 지킨 나머지 생명을 살리는 일조차 하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예수님은 안식일에 병든 자를 고치시며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존재한다고 말씀하셨다. 기계적으로 주일만을 강조하며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이 안식일의 진정한 의미가 아니라는 뜻이다.

장동민 교수는 저서 ‘우리 시대를 위한 십계명’에서 “우리가 주일에 교회에 나오기 위해 이용하는 대중교통 기사님들은 쉴 수가 없다. 소방관, 경찰관, 서비스업도 마찬가지”라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복음을 전하고 하나님을 예배하는 것이다. 이는 평일에도 할 수 있다. 우리를 옭아매는 그물로서의 안식일이 아닌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안식일을 주신 이유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