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살과 피 나누는 ‘성찬식’ 온라인으로도 가능할까?

부활절, ‘온라인 성찬식’ 찬반의견 들어보니

2021-03-30     정하라 기자

부활절 앞두고 가정에 ‘성찬식 키트’ 배부하는 교회 늘어
성찬식은 현장성이 중요 VS ‘온라인 성찬’의 의미 살려야
진정한 성찬의 의미 살리려면 예배 정상화까지 유보 권유

올해 고난주간과 부활주일을 앞두고 그동안 성찬식을 유보해온 교회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온라인예배는 불가피하게 수용했지만, 성찬식만큼은 온라인으로 진행해선 안된다는 신학자들의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많은 교회가 성찬식을 유보하거나 미뤄왔지만, 더 이상 성찬식을 미룰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온라인 성찬식’을 대안으로 선택하는 교회도 늘어가고 있다.

성찬식은 예수 그리스도가 부활하기 전 제자들과 최후의 만찬을 하며 은혜의 언약을 새기고 나누기 위한 교회의 의식이다. 성도들은 그리스도의 몸과 살 대신 빵과 포도주를 나눠 먹음으로써 그리스도의 희생적 죽음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시간인 것과 동시에 그리스도와 영적인 교제와 연합을 이루는 시간이다. ‘온라인 성찬식’의 시행 여부에 대한 예배학자들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성찬식에 대한 바른 성경적 접근이 요구된다.

‘온라인

‘성찬식 키트’로 가정에서 성찬식

현재는 정부는 방역지침에 따라 수도권 20%, 지방은 30%로 예배 참석인원을 일부 허용했지만, 여전히 많은 교인들은 온라인을 통해 예배를 드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온라인 성찬식’을 병행해 갖는 교회도 있다. 죄를 대적하고, 고난에서 이기며 믿음과 거룩함을 갖게 하는 등 성도들을 위한 여러 유익이 있는 성찬을 계속해서 미룰 수만은 없다는 관점에서다.

여의도순복음교회(담임:이영훈 목사)는 지난 3월 7일 주일예배를 드리며 올해 첫 성찬식을 진행했다. 교회는 떡과 포도주를 담은 개인용 ‘성찬 팩’ 3만 2,100개를 성도들에게 전달했으며, 예배 후 집으로 돌아가 개별적으로 성찬에 임하도록 지도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4월 4일 부활절 예배도 온라인 성찬식을 병행해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예배 상황 이전에도 여의도순복음교회는 몸이 불편해서 오지 못한 이들을 위해 ‘성찬 팩’을 나누어 온라인 성찬식을 진행한 경험이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측은 “올해 부활절 예배에서도 직접 예배당에 나오지 못하는 성도를 위해 온라인 성찬식을 병행할 예정”이라면서 “어느 한 성도도 소외되지 않고 성찬식에 참여하는 은혜를 누리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천 현대교회(담임:박행신 목사)는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매달 첫째 주 예배에서 성찬식을 드리며 예수님의 몸과 피를 나누는 성찬의 의미를 성도들에게 강조해왔다. 박행신 목사는 “성찬식을 더 이상 미룰 수가 없기에, 성찬식을 회복하자는 의미에서 지난 2월 17일 성회 수요일 성찬식을 진행했다. 그리고 불가피한 상황에서 가정에서 드리는 성도들에게는 집에서 성찬식을 하도록 요청했다”고 전했다.

박 목사는 성도들이 현장예배의 성찬식을 온라인으로 지켜보다가 예배가 끝난 후에 각 가정의 리더가 가정 구성원들에게 떡과 포도주를 나누도록 할 것을 독려했다. 그는 “성찬식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난에 대한 기억과 감사의 시간으로 예수의 부활, 성령의 임재 등 모든 사건을 나누는 시간”이라며, “먼저 성도들이 그 의미를 충분히 인지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하며 집에서라도 온 마음으로 동참하게끔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찬 의미’ 살리려면 유보가 합당

온라인 성찬식이 개 교회의 입장에 따라 병행되어 진행되고 있지만, 많은 예배학자들은 온라인예배의 성찬식 거행이 합당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실질적 참여가 아닌 가상공간의 온라인 성찬식을 진행하는 것보다 예배 상황이 정상화될 때까지 성찬식을 미루거나 유보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것이다.

김병훈 교수(합동신대)는 “온라인 영상으로 주일예배를 드리면서 성례의 예식을 함께 행하는 것을 인정하기는 어렵다”면서 “당연히 성례는 말씀사역과 함께 시행돼야 하고, 말씀을 인치는 은혜의 방편이므로 반드시 한 공간에 함께 하는 공간성의 확보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특히 김 교수는 “온라인 세례가 안 되듯 온라인 성찬도 바람직하지 않다. 성찬은 실제로 빵과 포도주를 나누어 먹음으로써 영적으로 그리스도의 몸과 살을 먹는 것이기에, 시간적·공간적으로 한 공동체로 모여서 행해야 마땅하다”며 온라인 성찬식을 반대했다.

또한 그는 “현장에 없는 수세자에게 물로 세례를 줄 수 없듯, 현장에 없는 수찬자에게 성찬의 빵과 포도주를 나누어 줄 수는 없다”면서 “세례는 지금 이곳에 있는 수세자에게 주는 것이고, 마찬가지로 성찬은 지금 이곳에 있는 성찬 회원들에게 베푸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예배학회장을 지낸 정장복 교수(한일장신대 명예총장) 역시 “모든 일은 다 온라인으로 대체할 수 있지만, 성찬 성례전은 내 육체로 예수님의 살과 보혈을 대하는 직접적 체험으로 온라인으로 대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성찬식을 편법적으로 시행하기보다는 유보하고 말씀 중심으로 해야 한다”면서, “온라인 성찬식은 마음의 참여이며, 실질적인 참여가 어렵다. 다만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직접 성찬자에게 성물을 받아 성찬식에 참여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성찬식’ 누구도 배제하지 말아야

각 교단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교회의 판단에 맡기거나 예배가 정상화될 때까지 온라인 성찬을 시행하기 보다는 유보하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미국 장로교회에서는 지난 3월 온라인 성찬 가능성을 권고했지만, 국내 통합총회는 예배가 정상화 될 때까지 성찬식을 유보하라는 입장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는 성찬 자리에 참여하지 않는 자에게는 떡과 잔을 나누지 못하게 했으며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성만찬 예식은 드리지 않는 게 좋다는 지침을 정했다.

연합감리교회(United Methodist Church·UMC)는 지난 2004년 총회(General Conference)를 통해 ‘온라인 성찬은 공동체가 함께할 수 없고, 그리스도가 그 자리에 부재하기에 허락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서 온라인 성찬에 대한 대안으로 애찬식(Love Feast)을 제시했다. 일부에서는 성찬식을 성도간의 사랑의 교제를 위한 공동식사로 애찬식으로 대체할 것을 권유하기도 하지만, 식사를 금지하는 팬데믹 시기에 이마저도 쉽지 않다.

박해정 교수(감신대 예배학)는 “온라인 성찬이 가지고 있는 많은 제한적 상황에도 웨슬리의 성찬에 대한 신학적 입장에서 볼 때 성찬을 수행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오히려 이 같은 제한적 상황에서 성찬을 더욱 장려할 것”이라며 온라인 성찬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무엇보다 온라인 성찬식은 예배 공동체에서 소외된 이들이 함께 성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는 입장이다. 박 교수는 “우리 사회는 이미 거리두기로 물리적 거리를 넘어 사회적 고립과 단절을 연출하고 있다. 같은 상황일수록 비록 온라인이지만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됨을 경험할 수 있도록 더 적극적으로 성찬식에 초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정된 예배양식이 초대 신앙공동체에 있었더라도 시대가 달라지고 상황이 변화함에 따라 형식은 유연하게 변화해온 것처럼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성찬식의 본질은 지키되 형식은 변화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해 11월 열린 제78회 한국실천신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김병석 박사(숭실대)는 “원래 성찬식에서 공동의 잔을 사용했으나 스페인 독감 이후 점차 개인잔 사용으로 바뀌었다. 전염병이 창궐하던 시대에는 성찬 양식도 변화했음을 알 수 있으며 이는 성찬형식이 고정된 것이 아님을 보여준 사례”라며 성찬식의 형식적 변화에 대해 유연한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