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음성을 처음 듣던 날
이찬용 목사의 행복한 목회이야기 (131)
20대 나의 삶은 잿빛이었습니다. 아버지의 사업실패, 어린 동생들을 책임져야 하는 삶, 막연한 미래, 조그마한 출구라도 보이면 실낱같은 희망의 끈이라도 붙잡을 수 있을 텐데 그 어느 것도 없던, 어느 토요일 오후 제 마음에 막연하게 “기도가 하고 싶다 ~!”라는 마음이 들어 태어나 처음으로 집에서 일곱 여덟 정거장 쯤 떨어진 곳에 있는 기도원에 갔습니다.
기도원 집회에 참석한 것이 아니라, 기도할 수 있는 방석 비슷한 것 하나 들고 산으로 올라간, 그곳에서 주님이 저를 만나 주셨습니다. 제 얼굴 모든 구멍에선 다 물이 나오더라구요. 눈, 코, 입, 제 모양새는 흉했을지 몰라도 제 마음은 하늘을 날았습니다. 만물이 새롭게 보였습니다. 나뭇잎 하나도 제게 “안녕”하고 인사하는 듯 했구요. 저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신앙생활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 청년부 부장선생님과 매주 토요일 밤 9시쯤이면 그 산에 올라가 산기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매주 다니니 익숙해진 11월 말쯤 혹 12월 초쯤 아직 첫눈이 오지 않은 토요일 저녁,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산을 향했구요. 부장선생님은 밑에서 기도를 시작했고, 저는 좀 더 올라가 바위틈에 자리를 잡고 기도하려는데, ‘무서움’이 예고도 없이 갑자기 제게 찾아왔습니다.
마침 그날은 하늘에 별도 달도 없는 날이었고, 그 산엔 조명도 없었기에 사실 눈을 감으나 뜨나 별 차이가 없이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날이었습니다. 밑에선 부장선생님이 “주여~~!” 하고 외치며 기도하고 계셨지만, 무서움에 사로잡혀 떨고 있는 저는 기도를 할 수 없었습니다.
눈을 감으면 뒤에서 누군가가 ‘확’ 덮칠 것만 같았고, 눈을 떠도 캄캄한 밤이 더 무서움으로 다가왔습니다. 바람에 낙엽 구르는 소리조차 무서워 벌벌 떨고 있고. 저 혼자 생각에 “뭐하러 집 사님 옆에서 기도하지 이렇게 올라왔지?” 이런 생각도, “뭐 잘났다고 혼자 산에 이곳으로 와 생고생을 하노~” 하는 후회도 하던 그 시간이었습니다.
갑자기 하늘로부터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강하고 담대하라 두려워말고 놀라지 말라” 처음 들어본 하나님의 음성이었습니다. 사실 지금도 여자 음성인지, 남자 음성인지, 그 소리가 컸었는지, 작았었는지 잘 모릅니다. 하지만 그건 분명 하나님의 음성이었습니다. 그 하나님의 음성이 저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얼마나 마음이 담대해지던지요.
만일 그 시간 제 앞에 호랑이가 있었으면 제게 맞아 죽었을지도 모릅니다. 방금 비 맞은 쥐마냥 달달 떨고 있던 제가 아니었습니다. “주여~!” 하고 외친 소리는 하늘을 울렸을 겁니다. 아무리 어려워도, 아무리 힘들어도 주님의 음성 그 한마디가 얼마든지 새로운 힘과 용기를 준다는 사실을 체험한 순간이었습니다.
지금도 주님은 시퍼렇게 살아계십니다. 막연한 하나님, 성경 속에 갇혀진 하나님, 그저 착하게만 살라고 도덕적으로 말하는 주님이 아니라 만왕의 왕으로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예수가 길이다~!” 무식한 듯 외치는 그 속에 정말 진리가 있고, 사람의 변화란 이 세상 지식이 아닌, 오직 주님의 은혜로 가능하다고 외치는 게 이 시대 목회자가 가야 할 길 아닐까요.
부천 성만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