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 사역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그 날을 꿈꿉니다”

[탐방] 50주년 맞은 한국교회 이단 사역의 원조 ‘현대종교’

2020-10-27     손동준 기자

 이단 피습으로 별세한 고 탁명환 소장이 설립…대 이은 사명
 종교 관련 이슈 때마다 보유하고 있는 ‘원자료’의 가치 조명
“사역 마무리 할 때 모든 자료와 재산 한국교회에 헌납할 것”

현대종교

1956년 전라북도 일원에서 일어났던 ‘영주교’라는 신흥종교 운동을 목격한 고 탁명환 소장은 이일을 계기로 1964년부터 한국의 신흥종교와 기독교 이단 운동의 연구를 시작한다. 그리고 1970년 신흥종교문제연구소를 설립한다. 수많은 취재와 강연을 통해 반사회적이고 범죄적인 사이비종교를 발굴·폭로함으로써 여러 차례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이단 관련 서적들을 구하거나 접하기 어려웠던 시절, 현대종교는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끼쳤지만 동시에 그로 인해 많은 폭력과 테러를 겪기도 했다. 결국 1994년 2월 탁명환 소장은 이단의 피습으로 별세했고, 그의 자녀들이 사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 동쪽의 끝자락 망우동에 위치한 현대종교 사무실을 찾았다. 탁 소장의 뒤를 이어 단체를 운영하고 있는 차남 탁지원 소장(영안교회 파송 선교사)을 만나 50주년을 맞은 현대종교의 현주소와 미래 비전을 들어봤다.

 

반세기 동안 쌓인 귀한 자료들

탁지원 소장이 꼽는 설립 50주년의 가장 큰 의의는 신흥종교 연구에 있어 현대종교가 개척의 활로가 됐다는 점이다. 최근에야 코로나19와 신천지가 맞물리면서 이단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졌지만 설립 당시에는 이단 분야에 대해 교회조차 관심을 두기 어려웠다. 특히 성경과 교리, 현상적인 부분은 물론이고 종교의 본질적인 면면까지 분석하는 것으로 이단 종교에 대한 예방과 대처가 가능한데, 현대종교의 설립으로 인해 그 동기부여와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신흥종교로부터 오늘날의 이단 및 사이비종교 문제와 반사회적이고 반국가적인 종교문제까지 지난 50년간 현대종교가 취재하고 연구한 원자료들도 50주년에 빼놓을 수 없는 자산이자 업적이다. 이 자료들은 이단 혹은 사이비종교 관련 문제가 터졌을 때 해결점을 찾는데 크게 일조했다. 탁 소장은 “개척자의 연륜만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이단과 관련해 가장 많은 자료를 가진 단체로서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어떻게 나눌까를 고민하고 있다”며 “세월호 사건과 국정농단 사건에 이어 이번에 신천지 문제를 통해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전 세계 많은 언론사들로부터 원자료에 대한 숱한 요청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현대종교는 최근 모든 자료의 전산화를 진행하고 있다. 4년 후인 탁명환 소장 별세 30주기를 목표로 모든 전산화 작업을 마무리하고 이를 한국교회와 세계교회 앞에 아낌없이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특히 전신인 ‘국제종교문제연구소’의 이름에 걸맞게 최근 발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이단 수출’ 문제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고 중요 자료들을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로 번역하는 일도 진행하고 있다. 

 

경쟁 아닌 동역…매체 다변화 도모

지난 2000년에는 문화관광부와 함께 ‘한국의 종교단체 실태조사 연구집’을 발간하기도 했다. 정부 입장에서도 종교로 인한 사회적인 혼란을 막고 더욱 건전한 종교 활동을 유지시키기기 위한 관심이 증대된데 따른 동역이었다. 현대종교의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로 이뤄진 팀이 수개월간 고 탁명환 소장의 자료들을 토대로 자료를 모으고 취재와 편집을 통해 당시 상황에 꼭 필요한 결과물을 내놓기 위해 애썼다. 

현대종교 구성원들은 험난한 상황 속에서도 이단 사역의 마중물 역할을 감당할 수 있었음을 자긍심으로 여기고 있다. 그리고 50주년을 맞아 선구자라는 자부심과 더불어 후발주자격인 여러 상담소들과 이단 매체들에 대해 ‘경쟁’이 아닌 철저한 ‘동역’을 도모해 나간다는 각오다. 이를  통해 더 이상 한국사회와 교회가 이단 및 사이비 관련 문제로 어려움을 겪지 않는 날이 오기를 고대하고 있다. 

탁 소장은 “이단에 빠진 사람들을 돕는 일은 현대종교가 진행하는 사역 밖의 일이기에 중간역할밖에 할 수 없음을 이해해 달라”며 “교회와 현대종교, 이단 상담소의 회복사역자들까지 삼박자가 건강하게 맞물려 지금보다 더 원활히 활동하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갈수록 교묘해지는 이단들의 전략과 관련해서도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매체의 다변화도 계속해 나가고 있다. 잡지인 월간 현대종교뿐 아니라 모바일 홈페이지와 팟케스트, 유튜브까지. 이단 관련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통로를 계속해서 확장해나가고 있다. 이를 위해 10명에 불과한 현대종교 사역자들은 1인 3~4역을 감당하고 있다. 탁 소장은 “다변화하는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면서도 “동시에 시대의 흐름에만 매몰되지 않고 근본적이고 중심적인 부분도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현대종교의

다음세대 향한 조기교육 필요

탁 소장은 현재 한국교회의 관심이 너무 신천지에만 쏠려 있는 점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신천지와 더불어 소위 ‘빅 쓰리’로 불리는 ‘하나님의교회’, ‘구원파’ 뿐 아니라 JMS, 동방번개, 은혜로교회 등 신천지 외의 단체들의 위협도 만만치 않다는 것. 그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대처가 아니라 한국에 활동하는 모든 이단에 대한 철저한 사전 대비와 경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리고 청소년과 어린이들에게도 적극적이면서도 정기적인 예방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부 이단 사이비 집단의 경우 유치원이나 초등학생, 청소년들만을 대상으로 포교를 하기도 한다는 것. 최근 현대종교가 어린이들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만화로 보는 이단 예방’을 발간한 것도 다음세대 사역의 일환이다. 

그러면서 탁 소장은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잘 알려진 한 배우로부터 최근 연락을 받은 일을 소개했다. 

어린 시절 교회에서 탁 소장이 하는 이단 교육에 여러 번 참여했다는 이 배우는 연예계 활동을 하면서 영향력 있는 연예인들을 동원한 이단 단체들의 포교 사례에 대해 탁 소장의 조언을 부탁했다. 그리고 이 문제를 놓고 함께 동역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탁 소장은 이 일을 통해서 자라나는 아이들에 대한 이단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했다. 당장의 예방 효과는 물론이고 교육을 받은 아이가 자라나 훗날 영향력 있는 사역자로서 한국교회의 귀한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것. 탁 소장은 “장년들에 대한 교육만큼이나 다음세대를 향한 이단교육이 매우 시급하다. 일 년에 한 번 정도는 꼭 교육의 기회를 갖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교회와의 파트너십은 필수

목회자들을 향해서는 이단과 관련한 설교나 언급을 할 때 겁먹지 말 것을 주문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미 현대종교가 설교 중 이단 관련 언급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지침을 만들어 놓기도 했다. 더 중요한 것은 현대종교가 직접 이단 사이비 단체들과 소송을 겪으며 좋은 판례들을 많이 확보했다는 점이다. 탁 소장이 현대종교를 맡은 이후 들어온 소송만 270건이 넘는다. 최근 1년 사이에는 단 한건도 패소한 사례가 없다. 그는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목사님들이 설교를 하거나 주보에 이단 관련 내용을 실을 때 ‘모욕적’이지만 않다면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다”며 “당당하게 선포하라”고 말했다. 

그리고 할 수 있다면 교회 내 이단 대책팀을 꾸릴 것을 당부했다. 탁 소장의 파송 교회인 영안교회(담임:양병희 목사)의 경우 교회 자체 이단대책팀이 활발하게 운영되는 사례로 꼽힌다. 이 교회에서 청년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동아리 형태의 ‘이대위’는 현대종교와 함께 2018년부터 이단 관련 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 올리고 경각심을 알리고 있다. 일부 영상은 조회 수 26만회를 넘기는 등 영향력을 나타내고 있다. 

탁 소장은 끝으로 ‘코로나’와 관련해 최근 10개월 간 90건이 넘는 집회가 취소됐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하나님께서 쉼을 허락해주셨으나 이제는 빨리 강의 사역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이어 “언젠가는 현대종교의 사역이 필요하지 않은 때가 와야 한다”며 “현대종교는 한국교회에 큰 유익을 가져다주면서 마무리 할 때가 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때에는 현대종교의 모든 자료와 재산을 한국교회에 헌납하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