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은 계속 늘어날 것…관건은 한국교회 선교 역량”
개인주의 심화시킨 코로나 사태, 이주민 선교 향방은?
“코로나19로 사람들은 최소한의 관계를 원합니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 이주민들의 가난과 소외 문제는 외면 받고 있습니다. 이런 공공 이슈를 크리스천들이 소명을 갖고 자발적으로 감당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세계 전체를 향한 하나님의 일하심을 증거할 사명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제13회 국제이주자선교포럼(International Forum for Migrants Mission, IFMM)이 지난 22일 서울 CTS기독교TV 컨벤션홀에서 개최됐다. 포럼은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으로 진행됐으며 ‘포스트 코로나와 이주자 선교’를 주제로, 코로나로 인해 변화되는 환경 속 이주자 선교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조샘 선교사(인터서브 대표)가 ‘포스트 코로나와 선교:코로나 이후의 세계, 크리스천들은 무엇을 할 것인가’를 제목으로 주제 발표를 맡았으며, 국내 몽골인을 대상으로 사역하는 이해동 목사(다하나국제교회), 새문안교회 베트남인 예배부 보득찌 목사, 러시아권 이주자 사역 중인 배드미트리 목사(생명나무교회)가 현장 사례를 중심으로 선교 전략을 소개했다.
영웅의 선교에서 광장의 선교로
조샘 선교사는 코로나 사태를 통해 배울 것과 잊을 것, 각각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로 배울 것은 ‘관계성’, 잊어야 할 것은 ‘대상으로의 이웃’이다. 조 선교사는 “우리는 개종 대상이나 교회 성장을 목적으로 타종교인이나 비기독교인을 대하는 것에 익숙하다. 타인을 사랑하고 그들이 예수님을 닮도록 돕고 그들의 생명이 풍성해지도록 돕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는 관계에 익숙하지 않다”면서 “크리스천들은 관계 자체가 목적이 되는 관계성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제자도에 대한 바른 이해를 정립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제자도는 개종이나 교회 출석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개종과 변화는 성령께서 하시는 일”이라며 “어떻게 관계 자체가 복음의 증거가 되는지 신학적 성찰과 정리가 필요하다. 보다 쉽게 성도들에게 나눠질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두 번째로 배워야 할 것은 ‘광장에 선 크리스천’, 잊어야 할 것으로는 ‘종교적 영웅시대’를 꼽았다. 그는 “코로나로 인해 정부의 통제 권한이 강해졌고 개인의 자유와 사생활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타문화 선교사들의 사역이 노출될 가능성도 함께 높아진 것”이라면서 “비자 문제 역시 까다로워져서 선교사들이 선교지에 머물 수 있는 길이 점점 좁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변화에 대한 대안으로는 비즈니스 미션을 지목했다. 그는 “비즈니스 미션과 텐트 메이킹, 비종교적 NGO 활동에 대한 선교적 요구는 코로나 이후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면서 “이런 영역은 높은 전문성과 과거의 경력을 필요로 한다. 앞으로 타문화권 선교는 이런 공적지위를 가지는지 여부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조샘 선교사는 또 파송 선교사 중심의 선교에서 성도들 중심의 선교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지역 교회도 이제는 리더들이 세운 방향을 성도들이 돕는 방향이 아닌, 성도들이 세상에서 자신들의 선교를 발견하고 실천하며 살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는 곧 시간과 재정을 성도들에게 돌려주는 것을 의미한다”며 “과거 세계 선교의 흐름은 몇 사람의 영웅적 리더 중심이었다. 이제 영웅들의 시대는 끝났다. 앞으로는 초대교회가 그랬듯, 모든 성도들이 주역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배울 것은 ‘코이노니아’, 그리고 잊을 것은 ‘교회 성장 운동’이다. 그는 “교회 성장 운동은 교회가 건강하다면 가시적 성장이 있어야만 한다는 가정 하에 성과와 결과 중심의 교회를 운영하는 폐해를 낳았다”면서 “교회 성장 운동 속에서도 소그룹과 구역 모임이 있었지만, 중앙에서 기획된 일종의 시스템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조 선교사는 “초대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작고 친밀한 코이노니아의 작은 공동체를 형성했고 그들이 당시 눈으로 볼 수 있는 유일한 교회였다”면서 “이런 코이노니아 안에서 크리스천들은 엄격한 훈련을 통해 제자도를 배워갔지만 외부인에게 배타적이지 않았다. 비기독교인들에게도 열려 있었고 성도들만의 공동체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 사태 속에 한국과 북미 교회가 보이는 행동 패턴과 문화는 무엇인가. 초대 사도들이 보여줬던 삶의 방식에 가까운가, 아니면 세속 이익집단들이 보이는 반응인가”라고 질문을 던지면서 “다른 사람들을 대상이 아닌 존재로서 사랑하고 섬기며, 종교가 아닌 세상의 광장에서 일상을 살며 복음을 증거하고, 크고 강력한 집단이 아닌 약하지만 사랑하는 작은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이는 새로운 길이 아니라 2천 년 전 예수께서 걸으신 길이고, 이제 우리가 다시 걸어야 할 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주민 존중하는 심층 사역 필요해
주제 발표에 이어 사례 발표가 진행됐다. 국내 몽골인들을 대상으로 사역하는 이해동 목사는 “최근 한국 내 이주민 사역자들 사이에서 ‘이주민 사역은 끝났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온다. 이는 외국인과 관련된 사역과 역할이 교회·시민단체에서 국가로 넘어갔기 때문”이라며 “외국인들도 자체 역량이 늘어나 교회의 도움 없이도 자신들의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을 형성하고 있다. 교회의 역할이 점점 축소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목사는 “국내 외국인은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다. 관건은 한국교회의 역량이다. ‘국제적 유목민’인 이들을 영적으로 목양할 힘이 부족하다”면서 “이주민 사역은 생명을 살리는 일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 얌전한 사역이 아니라 영화 ‘범죄도시’의 장첸 같은 중국 조폭도 제자화할 수 있는 여성, 태국 레즈비언과 게이들에게 진리를 말하고, 마약 중독자들을 성령에 취하게 할 영적 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새문안교회 베트남인 예배부에서 사역하는 보득찌 목사는 한국 대형교회에서 벌이는 이주민 사역의 장단점을 분석했다. 장점으로는 △이신칭의 신앙을 바르게 정립 △예배와 모임 장소가 제공돼 사역을 안정적으로 유지 △장기간 지원 가능한 예산 △다양한 프로그램 등을 꼽았다. 하지만 단점으로는 △성도 수에 비해 현저히 적은 이주민에 대한 관심 △한 공동체의 구성원이 아닌 타자나 나그네로 대하는 태도 △이주민들의 전통 문화를 무시하고 한국 기독교 문화에 동화시키려 하는 것 등을 지적했다.
배드미트리 목사는 코로나 사태 속 이주민 선교 활성화의 대안으로 셀그룹 모임을 꼽았다. 그는 “이주민들로 구성된 셀그룹이 활성화된다면 코로나 사태와 같은 일이 또 벌어져서 온라인 예배를 드려야 할 때라도 각자 모여 찬양과 말씀, 기도를 통해 하나님께 에배드리고 영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