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신앙선언(14) (1531년)
주도홍 교수의 츠빙글리 팩트 종교개혁사-93
성례의 두 포인트
츠빙글리의 ‘기독교 신앙선언’(1531년)은 분명히 논증의 성격이 강하다. 츠빙글리는 먼저 재세례파를 위험한 이단으로 규정하면서, 다음으로 성찬에 대한 이해를 명확히 한다. 츠빙글리는 이제 성찬을 다시 언급하는데, 글을 마감하고 난 후 부록으로 덧붙이고 있는 점은 특이하다. 이는 츠빙글리가 성찬 이해에 그만큼 마음을 썼다는 것인데, 본인의 성찬 이해가 로마교회의 화체설뿐 아니라, 루터의 공재설과도 차이가 있음을 명확히 밝히고자 한다. 츠빙글리는 성례론에 있어서 최후진술처럼 결정적으로 ‘성찬에의 그리스도 몸의 현존’과 ‘성례의 능력’을 언급한다. 이는 츠빙글리의 성례론이 로마교회, 루터교회와 비교할 때, 무엇이 다른지를 명확히 하려 했다는 것이다.
영적 임재설
츠빙글리는 성찬에 과연 그리스도의 몸이 실질적으로 임할 수 있는지에 대해 논리적으로 반박한다. 결단코 그리스도의 자연의 몸이 그 본질상 성찬에 임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면서, ‘단지 영적으로’(nur geistlich) 임함을 주장한다. 츠빙글리의 주장은 그리스도가 이 땅에 인간의 몸을 입고 오셔서 펼친 사역 원리를 따라 이해할 때, 그렇다는 것이다. “뭔가 새로운 것을 나는 여기서 말하려고 한다. 그리스도의 자연의 몸이 성찬에 존재하는지 하는 점이다. 여기서 고난받고, 하늘에서 하나님 우편에 앉아 있는, 그 몸을 속성상 자연 그대로 먹지 않고, 단지 영적으로 먹는다. 교황추종자들이 가르치는 것은 무의미하며, 어리석고, 무신론적이고, 모욕적이기까지 하다. 그가 태어나고, 고난받고, 죽은 방식대로, 일관성 있게 그 수준에서 우리는 그리스도의 몸을 먹어야 한다.”
츠빙글리는 성찬에서의 그리스도의 영적 현존을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그리스도는 우리 인간처럼 영혼과 육체로 이루어져 있다. 다만 그에게는 모든 사람이 갖는 죄의 속성은 없다. 그의 몸은 사람의 신체가 갖는 속성을 그대로 갖는다. 그의 몸은 우리 몸과 똑같기에 두 가지 속성이 있다.
첫째, 우리 몸의 존재 방식대로 그리스도의 몸도 존재한다. 둘째, 그리스도의 몸이 존재하는 방식은 역시 우리의 몸의 존재 방식과 일치한다. 육체의 특성과 존재 양식을 따라, 성찬에서의 그리스도 몸의 현존을 동일하게 인식해야 한다. 사도 바울도 그리스도의 부활을 설명하면서도 죽은 자들이 살아나는 일이 없다면, 그리스도도 다시 살아날 수 없다(고전 15:16)고 말한다. 바로 이 대목에서 바울은 그리스도는 신성을 가졌기에 부활하였다고 말하고 있지 않다. 사람이 다시 살아날 수 없다면, 그리스도도 다시 살아날 수 없다는 성경의 말씀을 츠빙글리는 그리스도의 존재 양식과 사람의 존재 양식이 일치함을 보여주는 결정적 말씀으로 가져온다. 따라서 그리스도가 부활했고, 우리도 그리스도를 따라서 부활할 것을 츠빙글리는 확신한다. 츠빙글리는 사도들과 아우구스티누스를 인용하면서, 그리스도 몸은 그의 존재 방식을 따라 하늘에 있어야 하며, 그는 죽음에서 부활했기 때문에 ‘유일무이한 한 장소에만 존재한다(an einem einzigen Ort sein).’ 이는 우리 인간의 몸이 여러 장소에 동시에 존재할 수 없는 이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