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 청소년 10명 중 4명 “성인되면 교회출석? 글쎄요”
정재영 교수 ‘기독 청소년들의 신앙과 교회 인식 조사’ 발표 “확장성 잃어버린 ‘가족종교화’ 탈피할 실천적 대안 필요”
교회에 출석하는 청소년 중 61%만이 성인이 되어도 교회에 계속 다니겠다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회탐구센터와 실천신대 21세기교회연구소는 지난 6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독청소년들의 신앙과 교회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의 기독교인 중·고등학생 500명을 대상으로 패널을 이용한 온라인 조사를 통해 이뤄졌다.
조사에서 기독 청소년들은 전반적으로 교회와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편으로 나타났지만, 한편으론 신앙생활이 가정 안을 벗어나지 못하는 ‘가족 종교화’의 조짐이 관찰돼 다음세대 신앙 운동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요청된다.
‘기독인 부모가 모범이 된다’ 89%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교회학교 위기’의 소식과 사춘기 청소년들의 반항심은 이번 조사 결과를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지켜보게 만들기 충분했다.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기독 청소년들은 교회와 목회자, 예배에 대한 만족도가 대체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청소년들은 학생예배에 얼마나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51.2%가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지도 목회자와 교회학교 선생님에 대한 만족도는 각각 62.4%, 70.3%였다. 조사 결과를 발표한 실천신대 정재영 교수는 “학생예배와 목회자, 교회학교 선생님에 대해 불만족한다는 응답이 평균 8% 수준에 머물렀다는 것을 보면 교회에 대한 만족도는 예상보다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독교인 부모와 목회자, 교회 선생님이 모범이 되고 있는지 묻는 질문에도 대답은 희망적이었다. 기독인 부모의 경우 89.6%, 목회자의 경우 82.4%, 교회 선생님의 경우 85.0%가 모범이 되고 있다고 답해 교회의 기성세대가 청소년들에게 긍정적 시선으로 비춰지고 있음이 확인됐다.
신앙이 삶에 적용되고 있는 정도를 묻는 질문도 있었다. 신앙이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묻는 질문에 73%의 청소년이 중요하다고 대답했고 진학과 직업선택에 있어 신앙의 중요성은 각각 52.2%, 56.2%로 나타났다. 가치관과 인격형성에 있어 신앙이 중요한다고 응답한 청소년은 80.6%에 이르렀다.
‘가족 종교화’ 신앙 위기 부를 수 있어
하지만 핑크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재영 교수는 “밝은 전망의 조사 결과와 교회학교의 위기라는 실제 사회분위기 사이에 간격이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교회학교 학생들의 특수성 때문에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났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가 지적한 ‘교회학교 학생들의 특수성’이란 바로 ‘가족 종교화’ 현상이다. 조사에서 대부분의 기독 청소년들은 부모가 교회에 다니는 기독교 가정에서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 모두 교회에 다니지 않는데 예수를 믿는 청소년은 불과 14.8%에 그쳤다. 땅 끝까지 복음을 전파하라는 사명을 받은 기독교인들이 확장성을 잃어버리고 가정 안에서의 기계적 신앙전수에만 머무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처음 교회에 출석하게 된 시기도 모태신앙이라 불리는 ‘태어날 때부터’가 50.8%로 절반을 넘었다. 중학교 이후 처음 교회에 나오게 됐다는 ‘새신자’ 청소년은 9.8%에 불과했다. 교회에 출석하게 된 계기 역시 69.2%가 ‘부모님을 따라’ 갔다고 응답했다.
주체적이지 않은 신앙의 동기는 성장 이후로도 이어졌다. ‘구원과 영생을 위해’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는 본질적 응답은 26.8%에 그쳤고, 나머지는 ‘특별한 이유 없이 습관적으로’, ‘마음의 평안을 위해’, ‘진학·건강·성공·취업을 위해’, ‘친구들과의 교제를 위해’ 교회를 다닌다고 대답했다. ‘부모님의 요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교회에 다닌다’고 응답한 청소년의 비율도 35.2%나 됐다.
정재영 교수는 “지금 교회 안에 있는 청소년들은 부모가 교회를 다녀서 자연스럽게 따라 나온 경우가 대부분이다. 교회에 비판적인 청소년들은 이미 중학교 단계에서 교회를 떠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기독교 가정에서 자란 순종적인 아이들만 교회에 남아 조사에 참여했기 때문에 오늘과 같은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와 같이 가족 내에 머무른 신앙생활이 성인이 된 후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기독 청소년 중 성인이 된 이후에도 교회에 출석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61.8%에 그쳤다. 정 교수는 “교회를 다니는 목적 중 신앙적 목적이 26.8%에 불과하다는 것은 성인이 되어 부모의 영향력이 줄어들면 신앙생활 위기를 겪을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라면서 “진정한 의미의 신앙 전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교회 밖 청소년에게도 관심을
기독교가 ‘가족종교화’되는 흐름을 탈피하기 위해 기독교 가정에서 자라지 않은 기독 청소년에 대한 관심이 요청된다. 부모가 기독교인이 아닌 기독 청소년들의 경우 교회에 대한 이미지가 좀 더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이 된 이후 교회에 그만 다닐 것 같다고 응답한 비율 역시 부모가 기독교인이 아닌 청소년의 경우가 더 높았다.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이른바 가나안 청소년들의 수도 비기독교 가정인 경우가 많았다.
부모가 기독교인이 아닌 경우 경제 수준이 더 낮은 것으로 조사돼 이에 대한 교회의 관심도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경제 수준이 낮을 경우 삶에 대한 만족도 역시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번 조사는 기독교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이뤄졌지만 역설적으로 교회 밖 청소년들에 대한 눈을 뜨이게 했다는 평가다. 점점 교회가 ‘모태신앙’ 청소년으로만 채워지고 새롭게 전도돼 출석하는 아이들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는 것.
정재영 교수는 “본래 주일학교는 영국의 서민 자제, 특히 노동하는 아동들을 대상으로 무상교육을 한 것에서 출발했다. 주일학교는 교회에 출석하는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뜻”이라면서 “오늘날의 주일학교는 신앙이 있는 아이들을 관리하는 기관 정도로 여겨지는 실정이다. 조사 결과처럼 기독 청소년들이 대부분 기독교 가정의 자녀들인 상황에서 교회 밖 청소년들에 대한 보다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사역 방안 모색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