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자』, 1524년(1)
츠빙글리 팩트 종교개혁사 (46)
저술 목적
스트라스부르의 종교개혁자 카스파 헤디오(Caspar Hedio, 1494~1552)는 1519년 츠빙글리의 설교를 듣고, “품위 있고, 학식이 깊으며, 무게감이 느껴지고, 풍요롭고, 파고들며, 복음적이고, 초대교회의 취지로 우리를 인도하는 명료한” 설교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1524년 3월 26일 취리히 크리스톱 프로샤우어 출판사에서 발간된 츠빙글리의 『목자』는 쪽수가 매겨지지 않은 76쪽 분량의 소책자로 원제목은 짧지 않았다. Der Hirt. Wie man die waren Christlichen hirten und widerumb die valschen ‘erkennen/ ouch wie man sich mit inen halten soelle. 번역하면, 『목자. 어떻게 참 그리스도적 목자들과 엉터리들을 구별할 수 있는지/ 거기다 어떻게 그들을 대해야 하는지』이다.
본래 이 글은 1523년 10월 28일 제2차 ‘취리히 논쟁’ 마지막 날 주교회의 앞에서 츠빙글리가 원고 없이 행한 아침 설교였다. 수많은 성경 구절을 인용하는 본 설교는 중세 교황교회에 대항하여 츠빙글리의 성경적이며 실천적 설교론, 목회론, 직분론, 교회론을 보여주는 투쟁적이며 개혁적 목자 이해라 하겠다.
1523년 1월 제1차 취리히 논쟁을 이끌었던 친구 요아킴 바디안(J. Vadian)과 인쇄업자 프로샤우어의 제안으로 츠빙글리는 이듬해 1524년 3월 서둘러 책으로 출판하였다. 그래서인지 같은 해 가을 츠빙글리는 ’진정한 목자의 결론‘을 첨부하여 제2판을 출판하였는데, 책표지에 제시되는 성경은 마태복음 11장 28절과 요한복음 10장 11절이다. 이 성경 구절은 츠빙글리가 좋아하는 말씀으로 중세교회 규율 때문에 당시 성도들이 얼마나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지를 가슴 아파했음을 보여준다.
교황청은 종교개혁에 맞서 여러 조치를 하달하였는데, 복음적 설교를 금할 것, 설교 중 사회적, 경제적, 신앙적 또는 정치적 비판을 금할 것 등이었다. 그렇지만 종교개혁자 츠빙글리는 이 글을 통해 투쟁의 의지를 더욱 강화하였다. 오늘 보면, 그 내용은 특별한 것도 아니지만, 복음의 바른 선포만이 침체에 빠진 교회공동체를 변화시키고 새롭게 한다는 것이었다. 목자의 영적 역할 뿐 아니라, 사회 정치적 역할까지를 폭넓게 제시하는 츠빙글리의 ‘목자’는 당시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으나, 21세기 독자들에게도 주는 메시지가 분명하다. 츠빙글리는 이 책을 아펜첼(Appenzell) 지역의 참 목회자 야콥 슈르탄너(Jakob Schurtanner)에게 헌정하였다.
1524년 3월 26일 “하나님 안에서 사랑하는 형제”이며, “하나님이 그들 가운데 시작하고 완성할 훌륭한 작품”(빌1:6)인 주교 슈르탄너에게 보낸 약 6쪽의 헌정사는 하나님의 섭리를 향한 확신에 차 있다. 츠빙글리는 고대 히에로니무스도 알고 있고, 당시 기독교인들이 즐겨 읽었던 그러나 잊힌 헬라어로 된 『헤르마스의 목자』를 언급하면서, 자기의 시대에도 그러한 책이 있었으면 하고 바라면서, “어리석고 약한 자” 자신이 이 일에 친히 뛰어들었다고 고백한다.
츠빙글리는 어려운 목회직을 흠 없이 수행하기 위해서 하나님이 주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고, 양의 머리를 한 거짓 목자가 누구인지를 밝혀내고자 글을 썼다고 말한다. 츠빙글리는 스스로 참 목자 중 한 사람으로 일컬으며, “복음을 직설적으로 설교하는 소수의” 참 목자까지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