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단상]청빙목회
가양제일교회 담임 이병후 목사
나의 목회는 세 번의 전환점이 있었다. 첫 번째는 부교역자 시절이다. 증경총회장이신 이상열 목사님을 10년 동안 섬기면서 사랑으로 훈련을 받았다. 두 번째는 개척목회다. 인천에서 교회를 개척하고 13년을 목회했다. 세 번째는 청빙목회다. 명예 증경총회장이신 고창훈 목사님께서 31년 사역하신 교회로 청빙 받고 부임하여 성도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한 지 13년이 흘렀다.
전혀 예상치 못한 청빙 요청에 개척했던 교회를 떠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성도들에게 상황을 설명하니 기쁜 마음으로 보내주었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인도하심 속에 이루어진 은혜요 섭리이심을 믿는다.
지금 한국교회에는 목회자의 세대교체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목회자 청빙을 잘하여 은혜롭게 성장하는 교회도 있지만 실패하여 혼란을 겪는 안타까운 상황도 보게 된다.
예전에는 신학교를 졸업하면서 개척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온몸을 던져 헌신했지만 요즈음 목회자들은 청빙을 기대하면서 기다리는 눈치다. 하지만 청빙은 목회자 홀로 준비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교회도 준비하고, 목회자도 준비가 되어야 한다. 청빙에 실패하면 개인이나 교회는 물론이고, 한국교회에도 큰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세우신 교회는 한 세대, 한 목회자로 끝날 수 없다. 짧은 한국교회 역사이지만 주님이 세우신 주님의 교회라는 사실을 믿는다면 당연히 주님이 오실 때까지 교회의 역사가 이어져야 한다.
그리스 고린도 바울기념교회를 방문했을 때 교회건물에 1대 바울부터 현재 담임교역자의 이름이 새겨진 명단을 보고 매우 충격을 받았다. 문제가 많았던 교회였지만 현대까지 오랜 역사를 이어왔다는 사실에 겸허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의 교회 역시 주님의 교회로 계속하여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느껴졌다.
나의 경험으로 볼 때 개척목회와 청빙목회는 너무나 다르다. 어느 것이 쉽고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전임 목회자가 탁월할수록 후임자는 전임자와 비교되는 부담을 갖게 된다. 나 역시 탁월한 원로목사님 밑에서 엘리사의 심정으로, 엘리야에게 임한 성령의 역사가 일어나길 소망했었다. 전임자는 후임자가 자리 잡을 때까지 기다려주고 이해하는 인내가 필요하고, 후임자는 성령의 은혜를 간구하며 성도들과 인격적인 유대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청빙목회자의 성공 여부는 여기에서 갈라진다. 결국 청빙 받은 목회자의 성공은 ‘영성과 인격’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님의 마음인 온유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목회에 임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드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