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정의와 사람의 정의, 1523년(1)

주도홍 교수의 츠빙글리 팩트 종교개혁사 37

2019-03-05     주도홍 교수

종교개혁의 전환점

츠빙글리에게 1523년은 전환점이었는데, 취리히 시의회가 츠빙글리의 종교개혁을 제도적으로 인준한 해였기 때문이었다. 츠빙글리는 신앙과 생활 전반에 관한 새로운 규칙들을 발표해야 했다. 그 가운데 시민들의 경제적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이 세금과 십일조 문제였다. ‘이제 취리히는 무정부 상태로 폭동이 일어날 것이다’라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

츠빙글리는 설교와 글을 통해 이 문제를 다루었는데, 그 근거는 성경이었다. 츠빙글리는 개혁신학 사회윤리 내지는 기독교윤리를 확립하기 위해 그 준거의 틀로 성경을 가져왔다. 츠빙글리가 여기서 제시한 성경은 요한복음 6장 44절 “나를 보내신 아버지께서 이끌어 주지 아니하시면, 아무도 내게 올 수 없습니다”였다. 사람이 하나님의 정의에 이르려면 하나님께서 이끌어 주셔야 한다는 츠빙글리의 신앙고백이 제시되고 있다. 

“아마도 우리를 비난하는 적대적인 말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기반을 둔 것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그밖에 다른 것에서 나온 것들입니다. 강한 하나님의 말씀이 그들을 물리치고 승리하기 위하여 우리는 그 적대적인 사람들과 그들의 말에 하나님이 간섭할 때까지 참고 견디어야 합니다. 우리는 그들이 하나님의 능력을 볼 수 있도록 반드시 인내심을 가지고 저항해야 합니다.”(『츠빙글리 저작 선집 I』, 203),

1523년 6월 24일 베른(Bern)에서 츠빙글리는 “하나님의 정의와 사람의 정의에 관하여”라는 제목으로 설교하여 많은 호응을 받았고, 그에 힘입어 일주일 후 6월 30일 인쇄되어 세상에 나왔고, 이 설교를 베른시(市)에 헌정하였다. 
 

츠빙글리의 추구

츠빙글리의 이 글을 통한 의도는 다섯 가지이다. 하나, 중세교회의 전통을 그저 고수하려는 입장에 이의를 제기한다. 둘, 모든 인간의 법을 폐지하려는 극단주의자들을 거부한다. 셋, 경제, 정치에 관해 성경은 언급하지 않는다는 관점에 동의하지 않는다. 넷, 복음에 근거하여 교회의 질서를 유지한다. 다섯, 성경은 귀족 내지는 농부 한 편만을 대변하는 일방적 정의가 아님을 제시한다. 

츠빙글리는 하나님의 정의와 인간의 정의를 나누어 설명한다. 하나, 원죄에 빠진 인간은 믿음을 통한 구원이 전제될 때 하나님의 정의에 이른다. 둘, 하나님의 정의에 이르기 위해 인간이 그 무엇을 하는 의무는 없다. 셋, 인간의 정의는 사람들이 더불어 살기 위한 요구되는 여러 가지 법으로 하나님의 뜻에 따라 적용한다. 넷, 그 법을 행사하는 정치 권력은 인간의 양심에 관계되나, 복음전파에는 그 어떤 강제력도 가지지 않는다. 다섯, 정치 권력이 규범으로 하는 인간의 법은 하나님 말씀의 요구에 순종한다.

이러한 츠빙글리의 정의에 대해 평가는 갈리는데, ‘탁월한 사회 윤리적 답변’으로 높이기도 하고, ‘적당한 타협’으로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이 엇갈린 평가는 츠빙글리에게만은 아니고, 루터와 칼빈에게도 다르지 않다. 츠빙글리의 헌정사가 엇갈린 평가의 출발점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