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앓이

이찬용 목사의 행복한 목회이야기 (29)

2018-09-19     이찬용 목사

만일 오랜 병상의 세월을 보내는 노인이 있다면 존중하랍니다. 그 모습을 결코 추하다 하지 말구요. 그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힘겹게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사랑과 결별을 준비하는 시간을 주기 위해 힘겹게 버티고 있기 때문이라네요.
이번 한주일 동안 20여년 이상을 함께 해 오신 박문자 권사님과 조정순 권사님을 먼저 하나님 나라에 보내드렸습니다.

마음 한쪽에 찬바람이 불고, 갑자기 휑~~! 하네요. 목요일에 할머님들이 많이 나오시는 중보기도팀에 잠깐 들어갔습니다. 대부분 할머님들이 박문자 권사님과 조정순 권사님의 소천 소식을 들으셨습니다. 조 권사님의 소식을 듣지 못한 할머님 중에는 ‘어머~~!’ 하시며 우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많은 분들은 울음을 속으로 삼키고 계셨습니다.

“친구~ 먼저 하늘나라로 보냈디야~”, “갈 사람은 가야제, 하지만 한 이틀이라도 누워 있어 할 말은 하고 가야지~”, “주무시다 아주 얌전하게 부름을 받으셨디야… 죽는 것도 복 있당께~”, “이젠 사는 것도 힘들어, 빨리 가야제~” , “근디 어제 날씨는 왜 그렇게 좋다냐”

이런 저런 말씀들을 한마디씩 하시며 박문자 권사님의 힘들어 하셨던 모습을 기억하고, 조정자 권사님의 익살스런 모습들을 흉내 내기도 하셨습니다.

개척 26년 차…. 이 세월이란 놈은 우리와 같이 하셨던 분들의 건강도 함께 가져가고, 주름도 늘게 만듭니다. 몸도 마음도 약해지게 만드는 묘한 재주를 갖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그런데 이 세월이란 놈이 ‘정(情)’이라는 마음을 두고 가서, 살아 있는 이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하는 것 같습니다.

“걱정 마세요~ 제가요 여기 계신 분들 다~ 하나님께 먼저 보내드리고 갈 테니까. 아무 걱정 하지 마세요” 하고 큰 소리를 쳤지만, 한편으로는 있어야 할 자리에서 늘 밝게 웃고 장난쳐주던 분들이 없는 공간이 저의 마음을 더 휑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박문자 권사님과 조정순 권사님을 보내드리는 그 날, 날씨는 눈이 부시도록 화창하고 맑았습니다. 더운 여름을 견디다 견디다, 목사가 당신들 가는 길에 너무 힘들지 말라고, 바람 좋은 날, 햇볕 좋은 날, 그분들은 하나님께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땅에 남아 또 저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부천 성만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