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님들과 수다
이찬용 목사의 행복한 목회이야기 (22)
매주 목요일에 ‘안나구역’이 기도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대부분 나이 드신 할머님들이 모이구요. 개척 후 25년이 지나고 있는 지금도, 여전한 모습으로 교회와 함께 하고 있는 분들이 제법 됩니다.
“우리 교회가 부천에 있는데, 김복춘 권사님은 인천 부평에서 나오려면 멀지 않으세요?” 하는 질문에 “목사님! 은혜가 꼭 예배시간만이 은혜가 아니더라구요. 오고 가는 길에서도 얼마나 은혜가 되는지 몰라라”하시면서 멋쩍게 웃으시기도 하셨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목요일 차량 운행을 했습니다. 부교역자들이 너무 바쁜 일들이 많아서 시간이 남은 제가 중동과 부평, 삼산동 가는 버스 운전대를 잡은 겁니다.
“목사님이 차량 운전을 하실 줄 아세요?” 하시며 깔깔거리는 분들. 만난 지 20여년이 넘은 분들이 몇 분 계시기도, 10년 안되신 분들도 몇 분 차안에 계셨습니다. 그 중 올해 85세 되신 조정순 권사님은 늘 저랑 장난치듯 지내고 있는데, 차 안에서 또 몸이 근질거려서 제가 장난을 걸었습니다.
“권사님? 그 첫사랑이라는 남자 분 환갑잔치에서 안고 돌았던 말 좀 다시 해 주세요~” 하자, 차 안에서는 너무 늦었다는 둥, 그래도 너무 했다는 둥 이런저런 말을 하며 할머님들이 깔깔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조 권사님은 “아니~~ 그게 아니고, 우리 바깥양반 살았을 때, 시골 내려갔더니 곽갑수라고 젊어서부터 같이 지낸 노인이 환갑이야. 나한테 와서 자기가 나 좋아했는데, 다른 남자에게 시집가서 그 날 잠을 못 잤다고 손 한번 잡아 봐도 되냐고 물어봐서 잡으라 했지~” 하셨습니다.
그 말에 차 안에선 모두들 깔깔거리고, 너무 늦었다고, 그 다음은 어떻게 됐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권사님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손잡으라고 했고, 한번 안아 봐도 되냐고 해서 그러라고 했지~ 한번 안고 빙 돌았어~~” 이 말에 또 깔깔거리고 모두들 웃고 말았습니다.
20여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 교회와 제 곁에 계시는 할머님들의 웃음소리는 왜 그렇게 소녀처럼 싱그럽게 제 귀에 들리는지요. 목사님과 오랜 시간 같이 있어서 고맙다 하시며 내리시는 할머님들의 건강이 예전 같지 않았습니다. 지팡이가 없어도 평생 다니실 것만 같았던 분들이 지팡이를 잡고 계셨고, 오르내리는 것도 많이 힘겨워 보였기 때문입니다.
“제가 은퇴할 때까지는 아프지도, 죽지도 말아야 합니다. 저 힘들게 하지 말고, 지금 하나님 앞에 가시면 저는 그곳에 없으니까….”
“여기서 제가 잘해 드릴게요, 그러니까 아프지도 돌아가시지도 마세요~~” 하는 제 말에, “목사님 연세가 몇 인데 은퇴할 때까지 여기 어떻게 있어요?” 하십니다. “연세는 무슨 나이죠~ 그래도 절대 아프시거나 돌아가시는 건 안 됩니다. 반칙이에요” 하며 우기고 말았습니다.
글을 쓰면서 갑자기 든 생각인데요. 기도의 어머니로 오랜 세월 교회와 목회자와 우리 성도들 곁에 계시던 할머님들의 존재를 어쩌면 우리는 잊고 사는지 모르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정말 고마우신 할머님들을 말입니다. 오늘 감사일기에 이 글을 전 기록할 겁니다. 따뜻한 고마운 마음을 담아서요~~~
부천 성만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