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판에 서 계신 하나님을 만나 본 적 있나요?

노경실 작가의 영성 노트 “하나님, 오늘은 이겼습니다!” -53

2018-07-03     노경실 작가

사무엘상17:14-17>다윗은 막내라. 장성한 세 사람은 사울을 따랐고, 다윗은 사울에게로 왕래하며 베들레헴에서 그의 아버지의 양을 칠 때에 그 블레셋 사람이 사십 일을 조석으로 나와서 몸을 나타내었더라.

“내 영혼이 은총 입어 중한 죄 짐 벗고 보니 슬픔 많은 이 세상도 천국으로 화하도다/ 높은 산이 거친 들이 초막이나 궁궐이나 내 주 예수 모신 곳이 그 어디나 하늘나라” 이 찬송가는 한국 성도들이 참으로 좋아하며, 늘 불려진다. 특히 ‘초막이나 궁궐이나 내 주 예수 모신 곳이 그 어디나 하늘나라’ 라는 가사는 상황이나 형편이 곤고하고 어려울 때에 그 얼마나 큰 위로와 소망이 되는지!

그러나 G에게는 이 찬송가가 오히려 괴롭다고 한다. 지방에서 올라와 2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G의 요청으로 주일 저녁 만났다. G는 집안 형편상 호텔에서 일주일에 3번 아르바이트를 한다. 유학이나 언어연수 한번 다녀오지 않은 G는 영어실력이 뛰어나 외국인 대상 서비스를 맡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언젠가 내가 그쪽 방면으로 일하는 게 어떠하겠냐고 묻자, 그러려면 또다시 공부를 해야 하고, 관련 자격증도 몇 개 취득해야 하는데다가 자기 적성에도 맞지 않다고 했었다.

나는 G와 저녁 식사를 했다. 말 그대로 10원도 아끼는 G는 먹는 것만 보면 그 자리에서 다 해치운다. 언제 또 먹을지 모르기에 그렇다고 한다. 교회 청년들이 반농담으로 호텔에서 알바하니까 잘 먹고, 고급진 음식도 남으면 가지고 오냐고 묻자, 사탕 하나라도 외부로 나가는 걸 허락하지 않고, 만약 그런 일이 생기면 당장 해고라고 했었던 게 기억난다. 

“선생님, 호텔에서 일하다가 내 옥탑으로 돌아오면 확 생기는 괴리감이 극복이 안돼요. 7개월 짼데도 힘들어요.” “무슨 괴리감?” “생각해보세요. 우리나라 최고 호텔 중 하난데 거기 오는 사람들이 어떻겠어요? 무슨 드라마에 나오는 사람들 같아요. 그리고 음식 수준도 그렇고요. 내가 먹는 건 완전 개밥 아니면 돼지밥 같아요. 그리고 호텔방은 얼마나 화려한지 선생님도 아시죠? 그런데 내 옥탑은 인간이 사는 집이 아니죠. 벌써부터 팍팍 지는 데 숨을 못 쉬겠어요. 정말 자본주의의 처음과 끝을 왔다갔다 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호텔에 가도 일이 안 되고, 집에 와도 속상하고, 학원이나 독서실에 가도 공부가 잘 안돼요. 그런데 자꾸 시간은 가니까 너무 고민도 되고 무섭기도 해서, 선생님한테 상담 좀 하는 거예요.”

그런데 하나님은 참 친절하기 그지없으신 분이시다. 주일 아침에 내가 묵상한 본문이 사무엘상 17장이 아닌가! 나는 가방 속에서 성경과 넓적한 수첩을 꺼냈다. 그리고 17장을 함께 읽고, 수첩을 활짝 펼친 다음 가운데 줄을 그었다. 

“G야. 다윗이 두 곳을 오고 갔다는데, 어디 어디인지 각각의 장소를 적어볼래?”

G는 망설임없이 수첩의 왼쪽 위에는 왕궁, 오른쪽에는 양치는 들판이라고 적었다. 

“그럼 왕궁과 들판의 특징을 적어 봐.”

G는 곰곰 생각하더니 천천히 적어나갔다.
왕궁- 화려함, 파티, 왕족과 귀족과 부자들, 노래와 춤, 축제. 
들판- 외로움, 지나가는 사람들, 양치기, 양, 바람과 비, 초라함, 자연.
이번에는 내가 그 아래에 적어나갔다.
왕궁- 분주함, 풍성함, 많은 사람들, 위험이 없고, 예의, 자연재해로부터 안전. 그러나 보고, 듣고, 만나고, 즐기고 할 것이 많아서 하나님을 생각할 시간과 여유가 적을 듯.
들판- 자유로움, 하늘, 샘물, 풀, 별과 달, 늘 긴장되고 위험한 된 상태, 당연히 하나님만 의지하고, 기도할 시간 충분.

“역시 선생님은 나보다 생각이 깊으시네요. 그런데 이걸 왜 하는 거예요?”

“마치 G의 호텔과 옥탑사이를 오가는 것처럼 다윗도 왕궁과 들판을 오가는 시간이 있었지. 그런데 다윗은 어느 자리에 있던 최선을 다했고, 어느 장소에서든 하나님을 놓치지 않았다는 거야. 그래서 골리앗을 무너뜨릴 수 있었지. 만약 다윗이 G처럼 여기서도 힘들어하고, 저기서도 괴로워했다면, 준비된 자가 아니었기에 골리앗을 보는 순간 도망쳤을 거야. G도 마찬가지야. 계속 그렇게 살면 공무원시험은커녕 운전면허 시험도 벌벌 떨고 떨어질 거야. 내 말이 너무 냉정한가?”

“아니요! 더 애기해주세요! 나 같은 애는 정신 좀 차려야 해요!”

그래서 우리의 주일 저녁 만남은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함께 기도

하나님과 함께 하는 삶! 이것 하나로 불평이나 두려움, 불편함 없는 인생은 진행될 수 없나요? 설교 듣고 찬송 부를 때, 눈물 흘리고 고개 끄덕이면서도 왜 왕궁을 그리워하는지요? 왜 들판에는 하나님이 없다고 우는지요? 우리를 용서하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