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목에는 무엇을 걸겠습니까?
노경실 작가의 영성 노트 “하나님, 오늘은 이겼습니다!” -52
누가복음17:1-2>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실족하게 하는 것이 없을 수는 없으나 그렇게 하게 하는 자에게는 화로다. 그가 이 작은 자 중의 하나를 실족하게 할진대 차라리 연자맷돌이 그 목에 매여 바다에 던져지는 것이 나으리라.
지난 금요일, 후배가 나에게 상담을 받고 싶다고 하여 우리는 커피집에 마주 앉았다. 후배의 말은 이러했다.
- 5년 전에 결혼한 남동생 부부에게 사건이 터졌어요. 이 모든 것은 이번에 알게 된 겁니다. 결혼 전에 남동생은 주식을 했지요. 그래서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다가 급기야 결혼할 때에는 남동생이 모아 놓은 돈이 1천만원도 안 되는데, 결혼 날짜는 다가오니까 받을 수 있는 모든 대출을 다 받아서 결혼을 한 거지요. 그러니까 남동생은 가장 행복해야 하는 날, 저 혼자 시커먼 가슴으로 신랑 입장을 한 셈입니다.
그런데 결혼한 지 일년이 지나 회사에 문제가 생겨 실직을 했고, 그것을 숨긴 채 아침마다 도서관으로 출근을 했지요. 대출 이자도 낼 처지가 안 될 즈음 집으로 압류통지가 날아오게 되어 이 모든 사정이 낱낱이 드러난 거랍니다. 그러나 우리 집은 남동생을 도와줄 형편이 못 되어서, 이혼하겠다며 남동생을 온갖 말로 비난, 모욕하는 올케를 달래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지요.
올케는 어린 딸 아이(조카)를 데리고 집을 나가겠다며, 마지막에는 교회도 안 나가고 죽을 때까지 하나님을 믿지 않을 거라고 했어요. 올케는 결혼 전에 단 한 번도 교회를 다니지 않다가 결혼 후에 형식적이나마 늘 주일예배를 드렸었거든요. 올케는 다른 친구들은 모든 것을 자리잡고 잘 사는데 자신은 너무 너무 창피하고, 게다가 자신을 속인 것이 너무 억울하다며 소리를 질렀어요. 다행히 나중에 올케의 친정에서 도와주어 어느 정도 일은 해결되었는데…
그 날 이후 남동생은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은 삶을 살고 있어요. 그러나 내가 제일 두려운 것은 올케가 죽을 때까지 하나님을 믿지 않겠다고 말한 거랍니다. 이러다가 우리 식구 모두 성경말씀대로 연자맷돌의 심판을 받는 건 아닌가 해서요. 교회에서 이런 이야기를 어떻게 상담하겠어요…망했다고 하면 다들 피하는 게 교회인데요…
후배의 말을 듣고 난 나는 제일 먼저 이런 생각을 했다. ‘그 올케가 만약 신실한 믿음의 사람이었다면 이 사건 앞에서 어떤 반응을 했을까?’ 후배가 상담한 문제는 참으로 복잡한 일이다. 물질과 신앙, 거짓과 신뢰, 이혼과 용서, 심지어는 형벌과 심판 등등이 뒤섞여 있다. 인간적으로 볼 때에 이 모든 문제의 열쇠는 그 올케가 쥐고 있다. 그녀의 용서와 이해, 긍휼의 마음과 남편에 대한 최소한의 존경심, 그리고 기독교적인 물질관에 따라 그 부부는 다시 화해하여 사랑이 돈독해질 수 있다. 그리고 시련을 통해 하나님과 한발자국 가까워지는 아름다운 가정의 든든한 기둥 하나를 더 세우는 은혜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하나님이 마음에 없이 세상 가치관이 우선인 사람이라면 멋진 회사에 재취업하거나, 행운을 만나 큰돈이 생기지 않는 이상 그 남동생은 평생 죄인이라는 주홍글씨를 등짝에 짊어지고 살지 모른다.
결국 돈의 유무가 아닌 그 마음에 하나님이 계시느냐, 아니냐의 문제인 것이다. 상황은 달라도 이런 종류의 갈등과 어려움을 겪는 가정은 너무도 많다. 하지만 그리스도인들은 할 수 있는 한 조심해야 한다. 그 올케처럼 ‘난 죽을 때까지 교회 안 다니고, 하나님 안 믿어!’ 라고 소리치게 만드는 복음의 훼방꾼이 되지 않기 위해 온 정신을 모아 살아가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현대판 순교정신이 아닌가 한다. 자칫 하다가는 말씀대로 나도 천국에 못 들어가고, 남도 못 들어가게 하는 바리새인같은 죄인 노릇을 하게 된다.
그날, 내가 후배에게 해 준 말은 뻔했다. ‘한 사람이 하나님 앞에 가는 길을 망쳐놓은 것은 정말 큰 죄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기도의 기회가 있지 않은가? 기도하자. 나도 기도할게. 그리고 남동생에게 괴로워하는 자리를 벗어나 철저한 회개의 자리로 가라고 권면해라. 이제부터 너의 남동생 뿐 아니라 온 가족이 삶으로 하나님을 증거하자. 올케와 사돈 쪽의 어떤 비난 앞에서도 옳소이다, 하고 받아들여라. 그 다음은 하나님께 맡기자.’
믿는 사람들의 목을 베는 죄만 무서운 게 아니다. 우리의 삶을 신중하게 경영하지 못할 때에도 우리는 한 영혼의 목을 베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함께 기도
하나님. 거리로 나가 목소리 높여 전도하게 하소서. 하지만 그 이전에 내 자리에서 신중하고, 의로우며, 경건한 하루를 살아내도록 온 힘과 온 지혜를 주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