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의 ‘신앙의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 있나요?
노경실 작가의 영성 노트 “하나님, 오늘은 이겼습니다!” ㊱
*창세기 28:10-17> 야곱이 브엘세바에서 떠나 하란으로 향하여 가더니, 한 곳에 이르러는 해가 진지라. 거기서 유숙하려고 그 곳의 한 돌을 가져다가 베개로 삼고 거기 누워 자더니, ...중략 ... 또 본즉 여호와께서 그 위에 서서 이르시되 나는 여호와니 너의 조부 아브라함의 하나님이요 이삭의 하나님이라 네가 누워 있는 땅을 내가 너와 네 자손에게 주리니 ... 중략... 야곱이 잠이 깨어 이르되 여호와께서 과연 여기 계시거늘 내가 알지 못하였도다. 이에 두려워하여 이르되 두렵도다 이 곳이여 이것은 다름 아닌 하나님의 집이요 이는 하늘의 문이로다 하고
벌써 작년이 된 일이다. 대학 시험에 조카가 실수를 하는 바람에 원치 않는 대학에 가게 되었다. 정말 한국 엄마들은 자녀가 일류대에 가기만 한다면 살인 빼고 뭐든 한다는데, 내 여동생도 마찬가지였다. 그대로 앓아누웠다. 가족친지 연락도 거절하고, 셀 모임도 안 가면서 그야말로 하나님과 주위 사람들에게 심통을 낼 대로 낸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가장 마음이 아픈 사람은 조카인데, 왜 동생이 앓아눕는 것일까? 문득 12월에 동생집에 갔을 때,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큰 충격을 받은 장면이 떠올랐다. 나는 동생부부와 두 조카에게 매 달 큐티책을 보내주는데, 동생 방에 가니 단 한 페이지도 읽지 않은 큐티 책 12권이 쌓여 있는 것이었다.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모른 척 집에 왔지만 너무 마음이 아파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리고 동생 교회에서 일천 시간 기도제단을 쌓는다고 해서, 참석하냐고 했더니 살짝 비웃으며 그런데는 나이 든 여자나 할 일 없는 여자들이 가는 데가 아닌가, 하는 식으로 반응했었다. 이런 동생이 막상 아들의 대입 당일 날, 금식하며 교회에서 시간을 보낸 것이다. 그것도 딱 시험이 마칠 때까지 말이다.
그러면서 동생은 ‘한량없는 축복’을 바란 것이다. 내 동생이지만 너무 뻔뻔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 자식에게 ‘교회 다니는 방법’은 알려줬지만, ‘하나님을 만나는 방법’은 전혀 가르쳐주지 않은 것이다. ‘세상 성공의 중요성’은 강조하지만 ‘영적승리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본인 스스로도 50년이 넘는 신앙 여정 속에서 깨닫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때부터 정신 바짝 차리고 다음 세대인 모두 5명의 조카들이(30대부터 5살까지) 비명을 지를 정도로 신앙 교육을 원격조정(?)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조카들이 반항하지 못하는 것은 늘 ‘적절한 당근’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용돈, 선물 등으로!
야곱은 비록 속이는 자, 도망자, 비겁한 자, 축복 약탈자가 되었지만 그에게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신앙이 있었다. 그 바탕이 있었기에 하나님이 찾아오셨을 때에 반응할 수 있었다. 나 역시 우리 가문에 이런 신앙 여정이 있음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우리 아버지는 평안남도 강서군 출신으로 한국전쟁 때 이남했다. 아버지의 작은 아버지(그러니까 나에게는 작은 할아버지)와 남자들 몇 분 만이.
작은 할아버지는 평양에서부터 예수님을 섬겼고, 남한에서 장로님이 되셨으며, 그 분 가족 덕에 우리 집안도 예수님을 섬기게 된 것이다. 지금은 모두 돌아가셨고, 우리집에 남은 유일한 친척은 국무총리를 지낸 노신영 할아버지이시다. 북에서 내려오신 그 분들은 모두 기독교인이셨다. 신앙의 자유를 위해 고향을 떠나신 것이다.
하지만 그 이상 아는 게 하나도 없다. 야곱은 ‘내 조부의 하나님, 내 아버지의 하나님’이라 고백할 때, 하나님께서 자기 조상들을 어떻게 만나주셨고, 어떻게 인도하고 축복해주시며, 어떻게 대적의 손에서 구해주시고, 경책했는지 등등을 환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손톱 하나 길이도 안 되는 기억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기도제목을 갖게 된 것이다. 우리집의 신앙의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를 써 나가자. 그래야 다음세대인 아이들이 ‘신 여호수아 기’를 쓸 수 있는 게 아닌가?
지금도 대한민국은 대입의 열병을 앓고 있다. 여기저기서 탄식의 곡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축복받았다고 환희의 외침을 울리기도 한다. 요즘 아이들은 120살은 산다는데 20살도 되기 전에 대학 합격여부 하나로 인생이 성공했다, 망했다며 울부짖는다. 더 기가 찬 일은 입만 열면 하나님, 예수님 찾는 사람들마저 이런 문제로 죽네, 사네 하나님과 성도들에게 심통을 부린다는 것이다.
얼마나 더 살아봐야, 얼마나 더 실패해봐야, 얼마나 더 죽음같은 일을 경험해봐야, 얼마나 더 밥을 많이 먹어봐야 그런 일이 우리의 전부가 아니란 걸 깨달을까? 앞으로 100년이란 긴 시간을 걸어가야 할 아이들에게 참된 자원인 신앙 여정의 기록을 남겨주자. 부모들의 인생 속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수고로움을 들려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