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내 아이들이 하나님의 자녀라 생각하며 사역합니다”
다음세대 위해 끊임없이 소통하는 맑은샘광천교회
한국교회 소통의 현장을 찾아서 ⑧
다음세대를 위해 오랜 시간동안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교회가 있다. 서울 성북구 석관동에 위치한 맑은샘광천교회(담임:이문희 목사)는 주변 지역의 학생들이 밥 한 끼도 굶지 않도록, 학창시절 마음껏 뛰놀 수 있도록, 혹은 재정 부족으로 학업을 중단하지 않도록 다양한 사역을 펼쳐왔다.
이웃과 함께 기쁨 누리는 교회
오전 11시. 맑은샘광천교회 로비는 학생들의 발걸음과 재잘거리는 소리로 가득하다. 흡사 학교의 점심시간과 비슷하다.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거나 장난을 치며 뛰어다닌다. 이 교회의 교인은 아니라고 하는데, 아이들은 교실 앞 복도마냥 익숙하고 편안해 보인다.
교회 내부를 신기해하지도, 화장실의 위치가 어딘지 몰라 헤메는 학생도 없다. 교회 건물 4층이 식당이고, 1층이 카페 겸 도서관인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는 듯 마냥 자연스럽다.
맑은샘광천교회는 부활주일을 맞이해 생명보듬 축제를 개최하고 길 건너에 있는 월곡중학교 학생들을 초청했다. 이날 축제에 참가한 학생들은 180여 명. 교회는 축제에 참여한 학생들을 위해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첫 번째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 교회 목회자들과 교사들은 아이들을 지하 2층 강당으로 이동시킨다. 그러나 축제로 들뜬 아이들의 마음을 쉽사리 가라앉힐 수 있을까. 자신을 바라봐달라는 사회자의 지속된 요청에도 재잘거리기 바쁘다.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사회자는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게임을 시작하고 준비한 상품을 꺼낸다.
마침내 프로그램에 집중한 학생들은 사회자가 진행하는 여러 가지 게임과 퀴즈에 전투적으로 참여한다. 한 문제라도 더 맞추기 위해 자리에서 열심히 손을 들고, 사회자에게 시선을 떼지 않는다. 부활절과 십자가, 예수님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도 거부감이 없다.
대부분의 학생이 교회를 다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쉽게 맞춰서 오히려 사회자가 난감해한다. 난이도가 어려운 문제가 나오자 교회를 다니는 친구가 안다니는 친구에게 귀띔해주는 모습도 보인다. 또 퀴즈를 맞춘 친구가 상품을 받으면 제가 받은 것 마냥 함께 기뻐해준다.
맑은샘광천교회 출석하는 김주현 학생(16)은 “부활주일을 맞이해 교회가 내부적으로만 축하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학교 친구들과 함께 축제를 개최하고 부활의 기쁨을 나누는 시간이 뜻 깊은 행사라고 생각하며, 매우 즐겁다”며 “부활절의 의미를 널리 알리고 믿지 않는 친구들이 함께 교회로 나오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지속성 가지고 지역사회 섬기다
월곡중학교 학생들을 위한 축제는 계속 이어진다. 교회는 지하1층 체육관에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는 여러 가지 부스를 설치해두고 학생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했다.
라이프호프와 함께 설치된 부스는 복음의 의미를 담은 ‘복음 팔찌’,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는 ‘희망 액자’, 힘이 되는 문구를 직접 피켓에 쓰는 ‘너를 응원해’, 미래의 나에게 편지를 쓰는 ‘희망 우체통’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참여의 즐거움을 더했다.
‘잘하고 있어 그대로 쭉 하면 돼’라는 문구를 피켓에 적은 이정아 학생(15)은 공부가 가장 힘들다며 한숨을 내쉰다. 이정아 학생은 “교회에 한 번도 나온 적이 없지만,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이 많이 있어서 재미있다”며 “특히 ‘너를 응원해’ 부스에 참여하면서 나 자신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적을 수 있어서 좋았다. 오늘 참여한 프로그램들 중 가장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고 웃으며 소감을 밝혔다.
‘희망 우체통’ 부스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적은 이동화 학생(14)은 무슨 내용을 적었냐는 질문에 부끄러워하며 얼버무린다. 축제에 참여하면 학교에서 봉사활동을 준다는 것 때문에 참석했다는 그는 “교회에서 이렇게 축제를 열고 행사를 하는 것 자체가 색다르고 생각보다 재미있다”며 “내년에도 이런 행사를 또 개최했으면 좋겠다. 계속 참석하고 싶다”고 말했다.
학생들을 위해 축제를 개최한 맑은샘광천교회는 4대 목표 중 하나인 ‘다음세대’를 위해 다양한 사역에 힘써왔다. IMF 시절 결식아동이 급속도로 증가했고, 교회 지역 내 차상위계층 학생들이 급식비를 내지 못해 점심을 굶는 모습을 본 이문희 목사는 성도들과 함께 무상급식 제도가 시행될 때까지 지역 내 아이들의 급식비를 책임져왔다.
학교에서 급식비를 못내는 아이들의 인원수를 요청하면 교회는 해당 학생들의 급식비를 다른 아이들이 모르게 지급해줬다. 이 목사는 성도들과 함께 10여 년 동안 지급한 금액이 약 3억 원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교회는 1년에 한 번씩 장학헌금을 내는 시간을 마련한다. 올해도 지난 3월 장학헌금을 진행했으며, 1억 원 가량이 모금됐다. 교회는 해당 금액으로 인근 지역 대학교 중 교수 추천 받은 학생들, 신학생, 고등학생에게 100~200만 원 가량의 장학금을 각각 지급해, 금전적 부족으로 공부를 포기하는 학생이 없도록 지원해왔다.
또 운동장이 없는 인근 중학교에게 교회 예배당 및 체육관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장소도 제공한다. 월곡중학교 한 교사는 “한창 뛰어놀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교내에는 없는데 지역교회에서 장소를 마련해줘서 고맙다”며 “요즘같이 교회 이미지가 실추되고 있는 때에, 교회가 아이들을 위해 지역사회와 함께 협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밝혔다.
이문희 목사는 “한국의 각 교회는 해당 지역에 파송된 지역교회이기 때문에, 그 지역의 교회와 끊임없이 소통을 하는 것이 중요하며, 교회가 지역에 존재해야 할 이유를 찾아야 한다”며 “또한 행사적, 이례적, 단기간으로 치르고 끝날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꾸준하게 지역사회를 섬겨야 한다. 그렇다면 언젠가 지역사람들이 교회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가질 것이고, 자연스럽게 전도 사역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