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적 문제 외면하고 열정 강요하는 교회, 옳지 않아”
신학교육이 변해야 한국교회가 산다㉝결산 좌담 // 신대원생에게 듣는 신학 교육과 한국교회 (하)
대원생들은 현재 한국교회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본지는 지난 14일 종각 민들레영토에서 4명의 신대원생들을 초청해 좌담회를 가졌다. 각각 총신대와 장신대, 백석대, 한신대 신대원을 다니고 있는 이정우(3학년) 안문용(1학년) 민영기(3학년) 권민성(기초학기) 전도사가 좌담회에 참여했다.
이날 모인 신대원생들은 미래의 목회자로서 한국교회의 현 상황에 대해 진단했다. 지난주에 이어 신대원생들이 말하는 한국교회와 신학교에 대한 이야기들을 지면으로 전달한다.
-한국교회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본지가 신대원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한국교회에 대한 신뢰도가 그리 높지 않게 나왔다. 신대원 입학율이 낮아지고 있는 이유가 한국교회 신뢰도와도 연관이 있다고 보는가.
한신대 권민성 전도사 일부는 동의하고 일부는 동의하기 힘들다. 단순 신뢰도 탓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국교회 자체가 과포화되다 보니 신학생들도 현실적인 부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 같다. 신대원을 나와도 자리가 없는 것 때문이 아닐까. 제가 신대원에 진학한다고 했을 때도 주변 사람들이 많이 말렸다. 그걸 해서 지금 뭐 먹고 살거냐는 것이었다.
장신대 안문용 전도사 그것도 맞지만 신학 교육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도 많이 바뀐 것 같다. ‘굳이 신학을 해야 하는가’ 하는 회의감이랄까. 게다가 꼭 신학교가 아니더라도 신학적 소양을 쌓을 수 있는 수준 높은 외부 강의도 많다. 하지만 입학률 저하의 가장 큰 이유는 교세 감소 때문인 것 같다.
-최근 들어 크게 대두되고 있는 목회자윤리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신대원생 선발 과정에서부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안문용 선발방식에 분명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장신대의 경우 1,2차로 나뉘는데, 사실상 2차 면접은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1차에서도 성경보다는 영어성적에 많은 비중을 둔다. 다른 것도 아니고 예비 목회자를 뽑는 것인데 영어에 왜 이렇게 많은 비중을 두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권민성 면접에서 형식적인 측면이 강했다. 자기소개서에 적힌 내용과 관련해서 몇가지 질문을 하고 끝났다. 이게 면접인가 하는 의문이 들더라. 면접 전형을 조금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학교 정원이 몇 년째 미달인 상황이다. 현실적으로 면접을 강화하라고 하기에 무리가 있어 보인다. 학교의 이중적인 고충이 있을 것 같다.
백석대 민영기 전도사 백석신대원의 경우에는 입학과정보다 입학 이후에 윤리문제 해결에 더 강조점을 둔다. 신대원에 입학하고 나면 10회기까지 상담을 필수적으로 받아야 한다. 1회기에 1시간 가량 진행되는데, 최소 10시간 정도는 학생들을 파악하고, 개인이 가진 여러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 유익하다. 흠 없는 사람만 뽑으려는 것보다, 누가 오더라도 훌륭한 목회적 자질을 갖출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신대원의 역할이 아닌가 싶다.
-전통적 목회 외에 다른 진로를 생각한 적은 없는지. 조사 결과를 봐도 반드시 목회를 하겠다는 응답은 절반 가량에 그쳤다.
이정우 원래부터 특수목회를 하고 싶었다. 사실 총신에 와서 가장 후회했던 것 중 하나가 이런 특수목회를 이끌어줄 멘토가 없다는 것이었다. 사회복지 쪽으로 진로를 정해도 이를 담당하는 멘토나 선배가 감신이나 장신, 한신에는 있는 반면 총신에는 없다. 함께 공부하는 동기들을 봐도 교회사역이나 선교사 정도로 진로가 국한돼 있고, NGO 같은 제3의 방향을 모색하는 친구들은 거의 없다.
민영기 백석도 마찬가지로 학교에서 전략적으로 목회 외의 진로를 열어주는 것 같지는 않다. 선교분야도 개설은 하고 있지만 정보가 별로 없어서 각자도생하는 식이다. 전문분야로의 길을 열어줄 수 있는 다양한 정보가 필요한 것 같다.
-목회자 이중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권민성 농촌교회 목회자 자녀로 자라다보니 이중직에 대해서는 당연히 찬성하는 쪽이다. 생계적으로 봐도 농어촌교회는 목회자 사례비를 제대로 드리지 못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특히 제가 속한 기장 목회자들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중직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농촌목회 자체가 이중직의요소가 있기도 하다. 농사를 지으면서 목회를 한다. 어렸을 때부터 농촌 목회자인 아버지가 일하는 모습을 보며 자랐다. 단순히 생계 뿐 아니라 이를 통해 이웃들과 보다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도 이중직의 유익이라 할 수 있다.
안문용 앞서 언급했듯이 소수목회를 꿈꾸다 보니 생계를 위한 이중직 역시 필수라고 생각한다. 생계형 이중직이든 소통을 위한 이중직이든 동기가 선하다면 무조건 찬성이다. 공동체 속에 하나님 나라를 잘 세워나가기 위한 차원에서도 이중직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교계 일각에서는 신학생들이 옛날에 비해 안일해졌다는 평가도 있다. 과거에는 죽든지 살든지 어디든지 가겠다는 신학생들이 많았고, 그들이 한국교회 부흥을 이끈 것도 사실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안문용 한국교회의 구조적 문제가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신학생들을 향해 목회에 대한 열정이 없다는 둥 순수성을 잃었다는 둥 돈을 밝힌다는 둥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민영기 과거와 지금은 종교적 토양 자체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우리 세대도 각자에 맞게 힘든 것들이 있다. 지금 같은 시대에 과거처럼 상가나 지하에 교회를 개척한다면 아무도 오지 않는다. 무조건 열정만 가지고 하라는 것은 옳지 않다. 이런 부분에 대한 공감이 필요하다.
-지금부터는 여러 키워드를 통해 신대원생들의 생각을 알아보고자 한다. 먼저 여성안수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어떻게 생각하나. 조사 결과를 보니 대다수의 신대원생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정우 총신 신학생들의 경우 타 교단에서는 이미 여성안수를 다 받아들였는데 우리 교단은 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의아해 하는 분위기다. 여자에게도 목사안수를 주어야 한다는 신학적 정당성에 대해 이미 다른 교단들이 다 정립해 놨다. 이런 와중에 유독 우리만 허용하지 않는 이유가 일종의 기득권 의식 때문이라는 진보적 시각이 있는 것 같다.
권민성 여성안수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에 대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목사안수를 안줄 거라면 여성 신대원생을 왜 받는 것인가. M.div 과정 자체가 목회자가 되는 과정이다. 여성을 신대원생으로 받았다면 당연히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지 설문조사에서 술, 담배 적용 대상을 자신과 교인들로 나눠보면 대답이 다르게 나오더라. 자신에겐 엄격하지만 교인들에겐 관대했다. 왜 그런가.
이정우 술, 담배를 윤리적 척도라고 보기는 힘들다. 본인의 신앙 양심에 문제라고 생각되면 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다만 목회자는 성도들의 모델이 돼야 하기 때문에 술,담배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안문용 이런 것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는 자체만으로도 한국교회가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 신앙적 기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술, 담배 하지 말라고 강요할 시간에 사회적 제도의 문제를 이야기 하는 것이 생산적이지 않을까. 이런 게 다 허례허식이고 보이는 것들에 대한 집착이라고 생각한다.
민영기 성도들에게 다른 기준을 제시하는 이유는 이런 것 같다. 신대원생 대부분이 교회에서 파트전도사로 사역한다. 보통 파트전도사는 을의 입장이 아닌가. 그렇다보니 성도들에게 문제를 제기하고 하기가 힘들다. 이런 환경적 요인이 설문조사 내용에 반영된 것 아닌가 싶다.
-2017년은 종교개혁 500주년이다. 한국교회에 바라는 제안이 있다면?
이정우 종교개혁을 통해 개신교가 출발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각 교단별로 자체 행사를 하기보다 모든 교단이 함께 준비해서, 한국교회가 하나로 뭉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민영기 ‘걸린 간판대로 하길 바란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교단별로 자기 색깔이 드러나는 목회를 하기를 바란다는 말이다. 간판에 걸린 교단이름은 다른데 들어가 보면 다 거기서 거기라는 평가는 이제 그만 들었으면 좋겠다. 교단의 정체성과 신앙 정체성이 일치되는 것이 진정한 개혁과제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어떤 목회를 하고 싶은지 포부를 밝혀 달라.
권민성 새터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사역하고 싶다. 이 친구들은 사랑이 부족한 북한 땅에서 왔다. 그렇다보니 교회가 베푸는 사랑에도 곡해해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더라. 이 친구들에게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고 싶다.
안문용 현재 우리나라 상황도 그렇고, 세계적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영혼의 문제로 아파하는 것 같다. 목회자는 영혼을 만지는 사역자 아닌가. 그들의 삶 속에서 그들을 이해하고 문제가 회복되는데 도움을 주는 목회자가 되고 싶다.
민영기 다음세대에 대한 관심이 많다. 신대원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다음세대가 위기’라는 말이었다.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위기가 아니라 ‘유일한 희망’이 다음세대다. 30~40년 하고 말 것이 아니라면 그 이후를 생각하면서 다음세대가 설 수 있는 교회를 세워야 한다. 교회 교육이 살아야 교회가 살아날 것이다.
이정우 특수목회, 특히 약자에 관심이 많다. 현재 총신 신대원 외에 외부 교육기관에서 ‘다문화 교육’과 관련한 공부를 병행하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어쩌면 장애인 보다 더 소수집단에 속하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
정리=손동준·정하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