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장애인 인권 개선 … 국제적 힘 모으자”

밀알복지재단·한동대, ‘북한 장애인 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 컨퍼런스’ 개최

2015-01-12     정하라 기자

“평양에서는 선천적인 장애인이 없어요. 병원에서 장애를 가진 신생아가 태어나면 바로 죽였기 때문입니다. 당시에는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인식이 없었기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했어요. 이 자리를 빌어 용서를 구합니다.”

최근 한 방송에서 북한 평양에서 의사로 일했던 탈북민이 밝힌 충격적인 증언이다. 세계적으로 북한 인권문제가 가장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고, 한 북한 선교단체는 13년째 기독교 박해 국가로 ‘북한’을 지목하고 있다. 그나마 지난해 유엔이 ‘북한인권 현황 보고서’를 채택하는 등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전례 없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북한 장애인 인권에 관한 논의는 아직 요원한 일이다. 이러한 과제 속에서 밀알복지재단과 한동대학교 통일과평화연구소는 ‘북한 장애인 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 컨퍼런스’를 지난 8일 밀알학교에서 열었다.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참담한 현실에 있는 북한 장애인의 실태와 함께 이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과제들이 논의됐다.

#북한 ‘장애인보호법’ 현황은?

북한에도 장애인 관련법이 존재할까? 북한에도 명문상의 장애인보호법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의 시행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 2011년 북한이 발표한 장애인 실태조사 결과 시력 청력, 지체(사지), 정신(지능포함), 복합장애 등 5대 부문의 장애인은 전체 인구의 5.8%로 집계됐다. 

이날 컨퍼런스에서 김형식 교수(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위원)는 “북한은 2003년 장애인보호법을 제정하고 이를 위한 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하기 위한 비상설 기구로 ‘장애자보호위원회’를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의 권위주의적 ‘주체사상’ 속에서 이러한 법이 제대로 지켜지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북한 장애인 실태에 대한 정확한 파악을 하기도 쉽지 않다. 북한 당국의 발표 외에 탈북민의 증언만을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북한 인권 문제도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북한 장애인까지 걱정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인권의 가장 취약계층이 장애인이라는 점에서 이분화해 생각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통일연구원의 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2011년 북한이탈주민과 인터뷰에서 응답자의 77%가 장애인 차별이 ‘심하다’고 답했다. 2012년에도 응답자의 63%가 그렇다고 답했으며, 이 가운데 64%는 ‘매우 심하다’고 응답했다. 특히 북한에는 정치범수용소뿐 아니라 평균보다 훨씬 키가 작은 사람들을 ‘난쟁이수용소’에 강제로 감금해 죽을 때까지 감금시킨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한 탈북민의 증언을 통해 드러난 적이 있다.

실제로 지난 2011년 통일연구원이 북한 ‘난쟁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뷰 결과 응답자의 67%가 ‘강제불임’을 한다고 응답했고, ‘격리 수용’의 경우 80%가 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2012년 조사에서는 이 수치가 각각 14%, 34%로 줄어들었다. 이규창 연구위원(통일연구원)은 “문제는 강제불임, 격리, 거주지역 제한 등 실태가 과거보다 일부 개선되기는 했지만 일반인과 장애인의 차별 문제는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충분한 연구 자료 확보 중요

이러한 실태에 대해 이규창 연구위원은 일반 북한 주민들은 북한 당국의 장애인 정책이 ‘있는지, 없는지’ 잘 알려져 있지 않고, 만약 있다고 해도 장애인들의 일상생활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 일반적 의견이었다고 전했다.

일반 사람도 살기 힘든데 장애인은 더욱 살아남기 어려운 것이 오늘날 북한 사회의 모습이라는 것.

그는 “국제사회가 연대해 북한 장애인 실태 개선을 지속적으로 촉구할 필요가 있다”며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 장애인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대북 인도적 지원 대상에 장애인이 명시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 북한 장애 연구를 진척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탈북민에 대한 무관심을 극복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지목된다. 현재 우리 주변에 약 3만여 명의 탈북민이 살고 있지만, 통일을 위해 북한에 대해 배우자는 열의가 부족하며 이들의 사회 공헌의 길도 상당히 제한되어 있다.

김형식 교수는 “탈북민은 아직도 편견과 차별의 대상이며 보수적 대중매체에 의한 ‘북한 실상’알리기 수단으로만 사용될 뿐”이라며 “이들이 연구에 참여한다면 최소한 질적 연구의 차원에서도 의미 있는 자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밖에 그는 국제 NGO 연구 협력 강화, 국내 장애 단체 중심 북한 중심 국제협력, 국·내외 장애인 인권 운동과의 연대를 강조했다. 결국 북한 장애인의 인권 개선을 위한 첫걸음은 남북 간 인권 대화 및 교류협력을 시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

#인권 개선 위한 국제적 관심 촉구해야

그렇다면, 먼저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촉구하고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김 교수는 “북한이 장애인 국제인권권리협약에 비준하게 되면 협약의 당사국으로 협약을 이행해야 할 국제법상의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인권 대화 및 국제협력을 추진하고 이를 토대로 북한 여성, 아동 등 다른 분야 취약 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위한 대화와 협력을 확대해 가야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국제사회는 장애자보호법 준수 및 정비, 조약, 서명국으로서의 의무 준수를 감시하고 북한 당국에 지속적으로 촉구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김 교수는 또 “국제사회는 북한의 인권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야 한다”며 “북한은 외부의 인권 문제 비판에 대해 한편으로는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관련 법제와 실태를 개선하려는 모습도 보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나님 나라는 ‘더불어 사는 사회’

기독교적 관점에서 북한 장애인 인권 문제를 고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어떠한 법적 제재 여부를 넘어 인권이 천부적인 개념이며, 하나님의 나라를 위한 상생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을 대하는 그리스도인의 자세로 최용준 교수(한동대)는 “우리는 장애인과 함께 더불어 사는 것을 통해 하나님의 나라의 실재가 무엇인지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성경의 ‘중풍병자와 네 친구들’(눅5:17~26)의 예화에서도 드러난다. 중풍병자를 비장애인 친구가 연합해 예수에게 고쳐주기를 청한 것처럼 성경에서는 상생적 관계의 측면에서 장애인이 사회에서 분리되거나 소외되지 않고, 비장애인들과 사회적인 통합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최 교수는 “그리스도인들은 무엇보다 장애인들을 차별하거나 소외시켜 분리해서는 안 된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그들에게 진정한 이웃이 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하나님께서는 장애인들을 사랑하시고 치유하실 뿐만 아니라 그들을 귀하게 사용하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