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되는 ‘대립(antithesis)’의 모습 속에서
절망의 그늘에 생명의 빛을, 카이퍼의 개혁주의 미학 (23) - 안용준 목사(목원대 겸임교수)
확장되는 ‘대립(antithesis)’의 모습 속에서
모든 사람은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큰 범위에서 생각해 보면, 세계를 창조주와 무관한 스스로 독자적인 것으로 보는 ‘자연주의 세계관’, 인간이 설정하는 인간적인 것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인간중심주의’ 그리고 ‘기독교 세계관’ 등이 있다. 여기서 기독교 세계관은 인간의 피조성과 죄성을 인정하고 인간 문화 예술에 대한 사명을 강조한다. 또한 하나님의 도성과 세상의 관심 사이에 발생하는 대립(antithesis)을 인정한다.
오늘날 기독교 세계관이 반 기독교적 사조로서의 자연주의와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서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것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 세계관의 차이로 인해서 각 분야마다 갈등의 구조가 확장되고 있다는 사실에서 증명된다.
세계관의 차이가 공동체에 어떤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이 세상에서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 품위 있는 질문을 던져 보아야 한다.
카이퍼는 하나님의 뜻이 담긴 예술적 과업이 수행되기를 원했다. 그것은 앞으로 긴급히 요청되어야 할 것으로 하나님으로부터 주어졌으며 하나님을 섬기는 것으로 규정되어진다. 그만큼 당시 네덜란드 사회와 교회가 직면한 모더니즘의 실체는 비중 있게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카이퍼는 자신이 수상으로 재직하던 1904년 3월 국회에서 행한 연설에서 모더니즘을 초래한 ‘대립’의 실체를 이렇게 설명했다.
“현대의 세속적 세계관은 역사적 삶 속에서 형성된 학문에 대한 재판관이라는 확실한 지위를 갖는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를 다양한 정도로 강하게 확신되는 의문을 품게 한다. 기독교 세계관은 하나님의 계시로부터 도출된 것으로 인위적인 세계관과는 정반대의 특징을 갖는다. 확신하건대 이러한 대립은 지속적으로 학문의 모든 분야로 확장될 것이다.”
카이퍼의 견해에 의하면 창조의 산물인 세계는 하나님의 계시에 대한 반응에 따라서 학문과 세계관에 대립이 발생한다. 창조 세계 안에서 활동하는 모든 인간들은 불가피하게 순종이건 불순종이건 신적인 계시에 응답해야 한다. 그래서 카이퍼는 세상 안에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고 분명하게 주장한다. 중간의 길도 중립의 인간성도 존재하지 않는다. 죄는 주로 하나님에게서 그 마음이 돌아서는 것이고 회심은 오직 성령 하나님을 통하여 가능하기 때문이다.
카이퍼는 하나님의 계시를 올바르게 인식하지 못한 세상의 많은 것들에 대하여 만족할 만한 답변을 준비하기를 원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모더니즘이 기대하는 잘못된 결과들이 그리스도 안에 있는 하나님의 유일한 계시를 제쳐놓고 인간을 위한 지식 체계를 양산할 수 있다고 믿었다. 카이퍼가 네덜란드를 향해 품었던 타오르는 희망이란 교회가 기독교의 지평 안에서 시대의 쟁점들에 대답하는 것이었다.
결국 카이퍼는 이 두 그룹 사이의 관계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통하여 모더니즘이 문화 예술에 끼친 영적인 해악을 지적함과 아울러 국가적으로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유일하고도 분명한 예술의 행로를 구축해 나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