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터에게 있어 성경과 예술은 무엇인가(3)
마틴 루터, 성경 위에 예술을 꽃피운 신학자(6) - 안용준 목사(목원대학교 겸임교수)
루터에게 있어 성경과 예술은 무엇인가(3)
1521년 4월 18일 보름스(Worms) 의회에서 루터는 교회사에 길이 남을 유명하고도 영웅적인 연설을 한다. 그는 이 연설에서 그가 로마 가톨릭교회와의 완전한 결별이 성경만이 유일한 권위를 가지고 있다는 그의 신학적 의지에서 출발하고 있음을 잘 반영하여 주었다.
“나는 성경과 정상적인 이성에 의하여 정죄되지 않는 한, 내가 말한 어느 것도 철회하지 않겠습니다. 그것은 서로 모순되는 이야기를 하는 교황이나 교회 회의들의 주장을 내가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의 양심은 하나님의 말씀에 사로잡힌바 되었고 내가 인용한 성경 말씀에 순종하고 있습니다. 양심을 거슬리는 어떤 일을 하는 것은 불안하고 위험스러운 일입니다.”
이처럼 담대한 자세는 성경의 가르침만이 유일한 권위임을 주장하는 루터의 믿음의 확신에서 나왔다. 이 연설문 속에서 ‘오직 성경’ 사상에 대한 루터 특유의 입장이 두 가지 면으로, 동전의 양면처럼 나란히 함축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우선, 성경 위에 놓여있는 교회와 교황의 권위를 철저히 부정했다. 다음으로, 예술의 근거로서의 성경의 토대가 확고히 마련되었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 면들이 루터의 성경을 근거로 하는 예술사상에서 볼 수 있는 일관된 입장일 것이다. 요약하면, 그의 미학은 그가 성경과 전통이라는 중세 로마교회의 이중적 권위의 입장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나갔는가를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당시 성경에 대한 새로운 인식은 시각예술 분야에서 놀랄만한 변화를 가져왔다. 즉 성경의 계시에 대한 균형 있는 예술적 시각은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감각의 한계를 엄청날 정도로 늘려 놓았던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받아들인 루터는 성경의 계시에 적합한 예술의 주제들에 관하여 논함으로써 적극적으로 종교개혁 예술의 전통을 수립하였다.
실로 예술이 성경의 계시 안에 포함된 다양한 주제들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며 사람의 마음속에 환기시키고 기억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여겼던 것이다. 이러한 루터의 이미지에 관한 일반적인 견해는 과거 가톨릭 미학이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던 그리스도의 형태는 물론이거니와 그 이외의 다양한 성경 계시를 포괄하는 매력적인 방향을 제시하기에 이른다.
당시 거의 모든 것이 다 정해져 있는 교회 내 외부 장식조차도 무한한 이미지의 독해방식에 항상 열려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키기에 충분했다.
이 사실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혜택으로 돌아갔다. 1522년 비텐베르크에서 무력을 사용한 성상파괴가 한창일 무렵, 루터는 이에 대한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성경의 전 계시의 내용을 건물 내부뿐만이 아니라 외부에도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도록 그려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별히 북부 독일 교회의 벽과 난간에 장식된 일련의 이미지들은 루터의 그림성경이 면밀하게 계획될 수 있도록 특수한 경험을 제공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