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송가공회 이번엔 ‘로얄티’ 장사 논란

CBS에 송신권료 지급까지 주장하며 선교방송 본질 훼손

재단법인 한국찬송가공회(공동이사장:이광선, 서정배)가 이번엔 ‘로얄티’ 장사에 나서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21세기찬송가 제작 과정에서 작사, 작곡자들에게 헐값에 곡을 양도받은 공회가 기독교 업체도 아닌 일반 저작권 관리회사에 인쇄 출판을 제외한 음원 및 콘텐츠 전체 저작권을 양도하고 위탁관리를 맡긴 것에 대해 ‘비양심적인 행동’이라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찬송가공회의 저작권 관리를 맡은 업체는 주식회사 SPC로 저작권 관리 위탁 후 홈페이지에 찬송가 무료 스트리밍을 금지하고 방송사의 송신권을 행사하는 등 법적 기준에 따라 저작권 관리 및 비용 청구에 나서고 있다.

SPC가 위임받은 권한은 상당히 방대하다. 공회 관계자에 따르면 “하자가 없는 이상 1년씩 자동 갱신되는 조건으로 3년 계약”을 체결했다. 권한은 인쇄 출판을 제외한 모든 분야다. 즉, 방송사에서 찬송가를 틀어주는 ‘송신권’과 공연 중 찬송가를 부를 때 내는 공연권, 찬송가 배포권과 2차 저작물 작성권, 권한 침해에 대한 법률 청구권까지 SPC가 가지고 있다.

SPC 관계자는 “위탁보다는 한시적 양도를 받은 상황”이라며 “공회에는 사업진행에 대해 보고만 할 뿐 모든 권한을 우리가 행사하게 된다”고 밝혔다.

문제는 찬송가공회가 저작권 관리를 위탁하면서 일어나는 ‘충격’에 교계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찬송가공회의 허술한 저작권 관리로 인해 계약도 체결하지 못한 채 찬송가 음원을 제작하고 판매했던 음반 제작사나 반주기 업체들은 지난해 11월 로펌을 통해 ‘통지서’를 받았다. 통지서에는 ‘저작권 침해’에 대한 항목이 게재됐고, 재계약 혹은 시정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적작권법 위반으로 형사 고소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업체들은 사전 통보 없이 로펌을 통해 ‘법’의 잣대를 행사하는 찬송가공회의 저작권 관리 실태에 울분을 토했다.

한 반주기제작 업체 사장은 “2009년부터 공회와 연락을 취했고, 저작권에 대해 문의했지만 기다리라는 답변만 들었다”며 “저작권 계약이 가능해지면 연락을 달라고 했는데, 대화중에 결국 일반 업체를 앞세워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고 소급을 요구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현재 몇몇 업체들은 SPC로부터 ‘판매금지가처분’을 당해 소송이 진행중이다.

황당하기는 방송사들도 마찬가지다. CBS기독교방송도 로펌으로부터 통지서를 받고 저작권 침해에 대한 법적 책임을 요구 당했다.

공회는 로펌을 통해 “귀사는 아무 권한 없이 CBS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찬송가를 무료로 들을 수 있는 서비스) 등의 방법으로 찬송가공회가 가진 찬송가를 무단배포하고 인터넷 쇼핑몰에서 2차 저작물을 팔아 2차저작물작성권과 전송권, 복제권 등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CBS측은 찬송가공회에 항의하고 협상에 나섰지만 저작권을 양도받은 SPC측은 “CBS를 선교목적의 방송사로 보기 어렵다”며 “일반적인 기준에 맞춰 저작권과 송신권까지 징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신권은 기독교방송에서 송출되는 찬송가에 대해 저작권료를 받겠다는 것으로, 그동안 선교목적으로 방송된 찬송가에 대해 저작권을 요청한 적은 한국 교회 역사상 단 한 번도 없었다.

주식회사 SPC는 “찬송가로 돈을 버는 곳은 모두 선교와 상관없는 상업으로 보고 있다”며 “교회나 교단 출판사와 음반사 등 수익을 내는 곳 모두에 대해 저작권 침해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법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현실에서도 찬송가 저작권이 일반 업체에 의해 관리되고 선교적 기준 없이 침해여부를 판단하는 것에 대해 교계에서는 심각한 우려를 전하고 있다. 성서공회처럼 찬송가공회가 직접 관리하고 선교적 저작권 사용 기준을 만들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교회와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일반 업체에 저작권 관리를 양도한 것은 성급한 행동이었다고 비난하고 있다.

심지어 자신들은 “한국 교회를 위한다”는 목적으로 저작자들에게 정당한 저작권료를 지급하지 않는 상황에서 찬송가 저작권으로 2차적인 막대한 수입을 올리려는 행동에 대해 비난이 더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찬송가공회 송정현 총무는 “찬송가가 선교목적으로 발행되는 것은 맞지만 영리와 선교를 꼭 구분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사전 조사와 공개입찰을 통해 업체를 선정했고, 별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