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진실
조성돈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한기총이 흔들린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라는 이름으로 22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명실공히 한국 교회의 대표기관이었던 한기총이 이제 해체하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한경직 목사라는 한국 교회의 거목에 의해서 발기되었다는 이 단체가 오늘날 각종 루머에 휩쓸리다가 한국 교회를 대표하기는커녕 한국 교회를 욕 먹이는 기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래서 이제는 한국 교회의 대표적 양심인 손봉호 장로에 의해서 해체라는 소리를 듣게 된 것이다.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진 이야기이니 숨길 것도 없다. 전임회장이었던 이광선 목사가 자신도 돈을 써서 겨우 회장이 되었고, 자신의 후임으로 회장이 된, 물론 이광선 목사 입장에서 아직 후임이라고 할 수 없지만, 길자연 목사도 돈을 써서 회장이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듯 길자연 목사에게서 돈을 받았다는 목사들이, 또 그 돈을 돌렸다는 목사가 양심선언을 하고 있다. 앞뒤를 살펴봐도 어떤 형태로든 돈이 오간 사실은 확실한 것 같다.
이러한 기사들을 보면서 많은 사람이 가슴 아파하고, 동시에 분노에 휩싸인다. 그간 한기총 회장이 되려면 큰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어떤 자리에서는 투표하는 사람들이 몇 명이고, 그들이 얼마를 주는 것이 공식가인데 합하면 20억은 있어야 당선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정말 ‘설마’했다. 20억이라니. 그것이 목사가 만들 수 있는 돈이기나 하고, 혹시 그것이 교회에서 나온 돈이라면 어떻게 그것이 운영이 될 수 있는지 상상이 안 갔기 때문이다. 그런데 양심선언의 내용을 들어보니 충분히 그러고도 남았다. 어디서 돈 문제를 일으킨 목사의 이야기를 들으니 교회 돈으로 100억의 펀드를 굴렸다니 20억이야 문제나 되겠는가. 혹 정해진 액수가 그런 것이고 확실한 당선을 위해서 더 큰 돈을 들였을지도 모른다. 남들도 다 계산하는 그 정도의 돈을 나도 들여서 확실히 당선될 수 있다고 하겠는가.
이광선 목사 이전에 두 번에 걸쳐서 회장을 역임했던 엄신형 목사는 공개적으로 자신이 당선되면 10억을 한기총 기금으로 내겠다고 하고 당선이 된 적이 있다. 이러한 공개적인 금권선거가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기관에서 통했다는 사실이 놀랍고 실망스럽지만 이 정도의 재력은 돼야 한국 교회를 대표할 수 있다는 사실에 더 절망하게 된다. 도대체 목회자가 무슨 능력으로 10억을 공개적으로 내 놓을 수 있는지 일반인들은 이해를 할 수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그가 쓴 선거비용까지 합치면, 그것도 두 번에 걸친 선거과정에서 쓴 비용을 생각하면 도대체 그 분이 동원한 현찰은 어느 정도일지 상상이 안 간다.
이러한 현실을 볼 때 분명 한기총 내에서는 선거과정에서 돈 문제가 있었던 것이 확실하다. ‘누가 어떻게’라는 사실까지는 적시할 수 없지만 이미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 그곳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은 알 수가 있다. 그렇다면 이제 한국 교회는 신앙적 양심 앞에 바로 서야한다. 그 동안 알고도 속았고, 짐작을 하면서도 공개적으로 드러난 것이 없기 때문에 말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제 문제는 공개적으로 드러났다. 돈을 주었다는 사람도 있고, 받았다는 사람도 있다.
이제 우리는 이 문제를 회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답을 주어야만 하는 막다른 골목에 갇힌 것이다. 한국 교회의 선택은 무엇인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현재 부분적으로 한기총 해체의 이야기가 답으로 나오고 있다. 이미 언급했듯이 기윤실 자문위원장인 손봉호 장로가 자신이 앞장서겠다고 했다. 한국 교회의 개혁그룹은 ‘한기총 개혁을 위한 기독인 네트워크’를 구성해서 역시 한기총의 개혁과 더 나아가서는 해체까지 주장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한기총은 더 이상 자정의 능력이 없으므로 차라리 해체하는 것이 한국 교회를 위해서 좋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운동과 함께 한 쪽에서는 눈물의 기도가 이어지고 있다.
교회갱신을위한목회자협의회의 기도회와 함께 청년들의 기도회가 줄을 잇고 있다. 도대체 그들이 무슨 죄가 있는지 회개의 눈물을 흘리고, 한국 교회를 바라보며 가슴 아파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사건의 당사자들은 진정한 회개의 모습이 없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이제 한기총은 그들의 쏟는 눈물에 응답해야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