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기만 할까? 색깔은 같다

한국교회 다름과 닮음(17) 색깔

2010-09-01     공종은 기자

교회와 교파마다 다른 게 너무 많다. 내 생각에는 모든 교회와 교단의 규율이, 체계가, 헌법이 다 같을 것 같은데 다른 게 너무 많다. 많은 정도를 넘어서 같은 게 하나도 없다고 느낄 정도다.

집사가 권사, 장로가 되는 나이나 자격이 다르고, 심지어는 매주일 습관적으로 외우곤 하는 사도신경과 주기도문까지도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어디 그뿐인가. 예배드리는 시간도 달랐고, 목사님이 예배를 집례하면서 입는 옷도 달랐다.

교회, 정말 다른 것만 있을까. 같은 것은 없는 것일까. 아니다, 있다. ‘예전의 색깔’, 이 색깔이 같다. 교회가 달라도, 교파가 달라도 이 색깔의 의미만큼은 모두 같다. 교회력에 맞춰 통일시키는 색깔. ‘보라’, ‘초록’, ‘빨강’, ‘백색’ 등 4가지 색깔이 그것이다.

매 주일 예배를 집례하는 목사님의 복장을 유심히 살펴보자. 매주 같은 색깔의 스톨을 착용하는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색깔이 변한다. 예배 가운 위에 걸치는 스톨의 색깔이 어떤 때는 흰색이었다가, 녹색으로 바뀌고 보라색이었다가 빨강으로 바뀌는가 하면, 다시 흰색, 빨강, 흰색, 녹색, 흰색, 보라색으로 바뀌게 된다.

멋으로 착용하는 것이 아니다. 흔히 우리가 옷을 입을 때는 전체적인 조화를 생각해서 옷의 색깔을 정하지만, 목회자들의 스톨은 그런 멋과 색깔의 조화와는 거리가 멀다.

스톨의 색깔. 하나하나에는 종교적 의미가 담겼다. 무심하게 바라볼 때는 아무 의미가 없게 다가오지만, 그 색의 의미를 알면 1년을 한 주기로 진행되는 교회력의 흐름을 알 수 있다. 교회에서 색깔은 예전이며 성경적 의미가 담긴다.

그렇다면 이 4가지 색깔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 ‘보라색’에는 ‘참회’, ‘기다림’ 등의 있다. 이런 이유로 성탄절 4주 전부터 성탄절 전날까지인 ‘대림절’은 그리스도의 오심을 준비하는 의미에서 보라색을 사용한다. ‘성회 수요일’부터 부활절 하루 전인 ‘사순절’에도 보라색이 사용되는데, 이때는 기다림의 의미가 아니라 ‘참회’, ‘뉘우침’을 상징하는 보라색이다.

‘흰색’은 ‘기쁨’을 상징하지만 ‘순결’의 의미도 함께 가지고 있다. ‘성탄절부터 주현절’까지, 그리고 ‘부활주일’에 이 색을 사용한다. 사람의 몸을 입고 우리의 삶으로 들어오신 아기 예수에 대한 기쁨의 기간과 죽음에서 부활한 예수를 찬양하는 부활주일이 흰색에 담긴 의미다.

‘초록’은 ‘성장’, ‘생명’, ‘희망’ 등의 의미를 담은 색깔인데, 예수 오심에 대한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주현절’에서부터 ‘성회 수요일’까지 사용한다.

‘빨강’은 ‘성령’과 ‘순교’, ‘사랑’을 뜻한다. 예수께서 하늘로 올라가신 후 성령이 오시기를 원하며 기도했던 ‘성령강림절’과 예루살렘 입성을 환영하며 찬양했던 ‘종려주일’에도 빨강색이 사용된다.

교회에서 사용되는 색깔에는 이런 예전적 의미가 담겨있다. 일부 목회자들의 경우 예전 색깔에 맞춰 일상에서의 활동 시간에도 같은 색깔의 타이를 착용하기도 하지만, 평신도들까지 예전적 색깔과 맞는 옷을 입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교회에서 사용되는 색깔이 담긴 의미를 잘 이해해서, 그 주간에 맞는 마음가짐과 신앙자세를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

다른 것들이 월등하게 많은 교회에서 어렵게 일치하는 점을 찾아냈다. 교회에서 사용하는 색깔의 의미가 같듯, 교회의 하나됨을 향한 마음 또한 하나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