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보면서 죄책감 느끼셨나요?
예수님과 함께 보는 드라마 ‘드라마틱’
드라마는 사회를 읽는 문화코드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저녁 황금시간대를 장악한 드라마보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TV 프로그램은 흔치 않다. 인기 드라마의 본방을 놓치면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소외되기 일쑤다. 그 내용과 수준을 놓고 막장이니, 뻔하느니 욕해도 저녁시간 마땅한 흥미꺼리가 없는 이들에겐 드라마가 제격이다.
그런데 크리스천이라면 드라마를 보다가 이따금 죄책감을 느낀다.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내용도 있지만, 얽히고설킨 불륜 관계들을 이해하다보면 어느새 세속적인 정서에 물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볼 수도 안 볼 수도 없는 드라마. 죄책감 없이 즐겁게, 의미 있게 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런 고민을 일소에 해결할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예수님과 함께 보는 드라마’라는 부제를 단 ‘드라마틱’(꿈꾸는터 펴냄)은 선덕여왕, 추노, 베토벤 바이러스 등 최근 인기리에 방영됐던 TV 드라마 속에서 신학적, 신앙적 주제들을 뽑아내 재미있게 설명한다. 저자 백소영은 지난 3년간 ‘아름다운 동행’에서 ‘드라마로 신학하기’ 코너를 통해 연재했던 글을 모아 책을 펴냈다.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미실은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고 죽은 것으로 그려졌다. 그리고 미실이 죽은 뒤에 그녀를 따르던 사람들이 못다 이룬 꿈을 위해 생명을 걸고 싸운다. 미실의 죽음에 대해 저자는 “예수님의 죽음과 반대”라는 말로 정리했다.
“저 하나 죽으면서 제 사람들을 살린 미실의 행동은 표면상 2천 년 전 어느 죽음을 닮은 듯해도 전혀 닮지 않은, 오히려 정반대인 그런 죽임이다. 예수님은 ‘너의 너됨’을 위해서 죽었기 때문에 그 모든 ‘너’들이 제 안에 신이 부여한 능력인 자유와 창조적 힘을 스스로 발휘해고 살도록 하는 세상을 위한 죽음이었다.”
드라마 ‘추노’에서는 업복이를 통해 그리스도인의 자세를 발견한다. 양반과 노비가 뒤집어지는 세상을 꿈꾸는 이들 속에서 업복이는 홀로 “그렇게 뒤집어지는 것보다 양반 상놈 구분없는 것이 더 좋은 세상 아닌가?”라고 반문한다.
이런 업복이에 대해 저자는 “부조리한 현실의 한 가운데를 살아내면서 이를 극복하고자 꿈꾸고 실천하는 이, 그 좋은 세상에서는 누구든 또다시 눈물 흘리는 사람이 없어야함을 자신의 고난을 통해 일고 있는 이. 평등과 평화가 온 땅에 가득한 그런 ‘좋은 세상’을 위해 사는 이. 그가 그리스도인의 이름이어야 하지 싶다”고 말한다.
드라마 ‘내조의 여왕’에서는 진정한 가족의 의미에 대해 고민한다. 극중 준혁이 아내 봉순을 두고 첫사랑이었던 지애의 편을 드는 대목이 나온다. 여기에서 저자는 “가족이란 나도 모르게 내 가족을 편애하게 되는 그런 사람들의 이름”이라고 말한다.
“가족 이기주의를 주장하고자 함이 아니다. 하나님의 가문은 그 바운더리가 무한대이니 하나님의 가족이라면 이기적인 마음을 행사해본 들 내 가족 아닌 사람들이 드물 일이다. 다만, 내가 가족으로 여기는 사람들에게 그런 절대적인 지지자가 되어 주었으면 하는 자세에 대한 이야기다.”
이처럼 책에서는 드라마 속에서 이야기와 신학적 의미를 잘 버무려 놓은 대목이 여럿 등장한다. 이 외에도 사극 ‘이산’에서 할아버지 영조가 보여준 깊고 사랑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찾는다. 의학드라마 ‘뉴하트’에서는 민감하고 대담한 예수님의 심장이 갖는 의미를 짚어낸다.
저자는 “왜 신학은 신앙과 따로 놀아야 하느냐”고 묻는다. 그는 “드라마를 보며, 울고 웃고 사랑하고 분노하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 안에서 신학적 신앙적 주제들을 뽑아내고 성찰했다”고 책을 쓰게 된 계기를 밝히고 있다. 누구나 즐거워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드라마를 통해 신학과 신앙의 간극을 좁혀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저 대책 없이 드라마에서 던져주는 세속적인 철학이나 황당한 가치관을 접하면서 죄책감을 느끼기 보다는 이 책을 통해 신학적 소재와 신앙적 삶을 이끌어내는 방법을 배워 보자. 어느새 드라마, 영화를 보는 자세부터 달라질 것이다.